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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기기관차의 비극

김순길(가명)은 일제시대 총독부의 전기기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북쪽으로 와서 장진에 있는 할머니 집에 맡겨진 채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가 제법 돈을 벌어서 부유하게 살았던 축에 속했는데 해방이 되자 공산당으로부터 적대시 되게 되었다. 남으로 내려오기 위해 가족이 함께 평양의 역 광장에 모여서 열차를 타고 내려오다 38선 부근에서 소련군에게 막혀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가지고 있던 돈으로 공산당의 간부를 매수하여 무사히 38선을 건널 수 있었다.

그러나 38선을 건너서는 미군에게 붙잡혔다. 미군이 주는 옷으로 갈아 입고 그 이전의 옷은 다 태워버렸다. 고향 따위를 묻는 심사를 한 후에 통과가 되어 열차를 타고 서울로 오게 되었다. 당시 열차는 1등, 2등, 3등 열차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4등 칸은 지붕 위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객실 뿐 아니라 창고와 지붕 위까지 사람이 가득했다.

터널을 지나는 중에 기차가 고장이 나서 급정거를 하게 되었는데 그 바람에 지붕 위에 올라탄 사람들 중에 기차와 기차를 연결하는 사이에 다리를 걸치고 있다가 다리가 부서진 사람도 있었다. 더군다나 증기기관차였는데 굴 속에 오래 서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연기에 질식하는 사고가 났다. 김순길의 아버지도 지붕 위에 있었는데 그의 아버지는 무사했으나 함께 온 이웃 사람 한 명이 다리를 다쳐서 연대 세브란스 병원에 데려다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