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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 자살을 택한 두 여인

1931년 4월 8일 오후, 영등포역 근처의 철로 위를 나란히 걸어가던 2명의 여성은 경적을 울리며 달려오는 열차에 몸을 던졌다. 홍옥임과 김용주.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근대 교육의 혜택을 받은 이들이었지만 가부장제의 그늘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동덕여고보에 다니다 퇴학을 한 후 집안의 강요에 못 이겨 시집을 간 김용주. 서로 아끼고 사랑하던 두 사람이었기에, 홍옥임은 평소 김용주의 불행한 결혼생활을 동정해 마지않았다. 결국 그들은 동반 자살로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선택하고자 했다. 그들이 죽어간 사건 현장에서는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이 한 장 발견되었다. 두 집안은 생전에 지극히 사랑하던 정의를 생각하여 함께 화장을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들의 죽음을 정사라고 부를 수 있을까. 스스로의 삶을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없었던 두 여성으로서는, 또 사랑도 신뢰도 없는 결혼 생활을 강요받게 된 여성으로서는, 그 내밀한 사랑과 신뢰의 관계가 어떤 것이든 함께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동지적 그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