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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당된 표가 다 팔렸습니다!

1950년에 철도에 입사하여 신태인역에서 근무하던 역무원 김찬호(가명)는 명절이 다가오자 걱정이 앞섰다. 신태인역에서 판매할 수 있는 차표의 매수가 지정되어 있는데다가 복잡한 차표 값을 빨리 빨리 계산하고 거스름돈을 지불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곧 대합실에는 표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잠을 자가며 줄을 설 것이었다.

매표창구 앞에 늘어선 사람들은 서로 밀치며 좁은 창구 안으로 손을 밀어 넣어 차표를 사기 위해 애를 섰다. 사람들이 밀고 들어와서 달라는 표를 정확히 주고 돈을 계산하고 하는 것이 쉬운 일처럼 보여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경험이 충분히 쌓인 역무원에게만 매표 업무를 맡기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암산을 하고 차표 값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주산 실력도 3단 이상 최고 수준급이어야 했다.

가끔은 할당된 차표가 다 팔려 표를 달라는 사람을 그냥 돌려보내야 하기도 했다. 때로는 친분을 이용해서 차표를 구입하려는 사람에게 역무원으로서 호기를 부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어떻게 그런 일을 다 치루었나 싶어 의기양양해지는 김찬호 씨였다. 돌이켜보면 그것도 대단한 기술이었다 싶은데, 지금은 바보가 다 되었다 싶은 마음이 들어 쓸쓸해지는 것 또한 어쩔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