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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열차

1958년 12월 10일 문산에 사는 17살 김동길(가명)군은 큰집을 방문하기 위해 오후 4시쯤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혼자서는 처음 타는 기차라 긴장이 되기도 하였는데 그보다는 설레임이 더 컸다. 해가 기울어가던 무렵이었는데 열차를 타니 그 안은 바깥보다 더 어두웠다. 전등장치가 있는 것 같았으나 파손되어 있었다. 마침 앞에 앉은 아주머니가 가방에서 주섬주섬 촛불을 꺼내더니 불을 붙이는 것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런 일이 익숙한 듯 몇 명의 사람들은 촛불을 꺼내들고 있었다. 유리창은 깨어져서 바람과 먼지가 안으로 계속 새어들어왔고 난방시설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듯 열차 안은 싸늘했다. 옷깃을 꼭 여미고 잔뜩 웅크리고 앉아 있다가 문득 소변이 급해졌다. 참으려고 하다가 한번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더욱 참을 수가 없게 되어 어둠 속을 더듬거리며 화장실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화장실이 없는 것이었다. 문산에서 종각역(서울)까지 한 시간 반 정도의 거리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차에 화장실이 없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터라 당황스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