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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날의 비둘기호

울산에 사는 13살 정다정(가명)씨는 불국사로 봄소풍을 가기 위해 친구들과 울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불국사역에서 내렸다. 불국사에서 하루를 즐겁게 놀다 집으로 가기 위해 다시 경주역으로 왔다. 당시는 통근열차인 비둘기호가 다닐 때였는데 비둘기호에는 좌석이 정해져있지 않아서 자리가 나면 앉는 식이었다. 통근열차이다 보니 이미 열차 안은 사람이 가득 차 있었다. 학생들이 기차에 오르자 기차는 더욱 복잡해지고 시끄러웠다. 거기다 마침 그 날이 경주에 장이 서는 날이었기 때문에 울산에서 경주 장에 갔던 할머니나 사람들로 기차 안은 말 그대로 북새통이었다. 커다란 고무 통들이 여기저기 즐비했고 풀냄새, 생선냄새 등 갖가지 냄새들이 기차 안에 가득했다. 경주역을 출발할 때만 해도 그렇게 소란스러웠건만 하루 종일 놀았던 아이들도 지치고 일했던 어른들도 지치고 해서 어느새 소리가 드문드문 잦아들더니 하나 둘 고개가 떨어졌다. 창밖을 바라보니 나른한 저녁의 해가 주변을 온통 붉게 물들인 채 기울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