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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의 문화재적 가치

간이역의 문화재적 가치

오늘날 역사의 뒤안길로 황급히 사라지고 있는 간이역은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장본인 중의 하나이다. 한국의 간이역이 지니고 있는 문화재적 가치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한국의 간이역은
① 20세기 초 근대화의 물결에 따라 마차에서 기차로 교통수단이 바뀌면서 생겨난 것으로 근대기의 기간산업과 생활 문화의 변천을 조망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다.
② 지금처럼 교통이나 통신이 발달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문화가 전국으로 유입되고 다시 지방의 고유한 문화가 경향 각지로 알려지는 데 있어서 ‘출입구’ 역할을 했다.
③ 항일운동이 만주로까지 이어져 거대화되는 데 ‘매개체’의 기능을 담당하였다.
④ 많은 사건들로 점철되었던 20세기를 보내면서, 꿈을 안고 보따리를 지고 열차를 기다리던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잠시나마 숱한 사연과 애환을 풀어놓으며 숨을 돌렸던 ‘한국 근대사의 쉼표’의 역할을 했다.

또한, 간이역은 다른 어떤 건물보다도 그 지역주민들과 동고동락을 함께 해온 생활문화공간이다.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그저 평범하고 별다른 의미를 주지 못하는 간이역이라고 하더라도 간이역 주변 사람들에게는 뜻 깊고 가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이처럼 한국 근대사의 상징물이자 우리들의 추억과 향수가 묻어있는 간이역들이 하루가 다르게 사라지고 있어 시급히 보존할 필요성이 있다.

간이역 등록문화재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지정문화재와 등록문화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등록문화재는 지정문화재가 아닌 근·현대시기에 형성된 건조물 또는 기념이 될 만한 시설물 형태의 문화재 중에서 보존가치가 큰 것을 가리키는데, 등록문화재는 허가 위주의 기존 지정문화재 제도와 구별하여 소유자의 자발적 보존에 기초한 신고 위주의 지도·조언·권고를 기본으로 하는 근대문화유산을 가리킨다. 등록문화재는 외관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내부를 용도나 사정에 따라 수리가 가능하도록 하여 보호와 동시에 활용이 가능한 문화재이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는 조건은
① 우리나라 근대사에 기념이 되거나 상징적 가치가 큰 것
② 지역의 역사·문화적 배경이 되고 있으며, 그 가치가 일반에게 널리 알려진 것
③ 한 시대 조형의 모범이 되는 것
④ 건설기술이나 기능이 뛰어나고, 의장 및 재료 등이 희소하여 학술적·예술적 가치가 큰 것
⑤ 전통건조물로서 당시의 건축사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에 근거하여 현재 우리나라에는 역으로서 등록문화재로 등록된 것이 23개소가 있다. 특히 2006년에는 간이역을 되살리기 위해 그해 7월부터 9월 초까지 전국 간이역 65곳을 대상으로 하여 문헌조사와 관계전문가 현지조사를 통하여 간이역들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하였다.

당시 역사적, 건축적 가치와 함께 서정적 가치가 높고, 인근 자연 풍광이 빼어나 보존가치가 큰 간이역 12개소가 등록문화재로 선정되었다. 그 역은 화랑대역(경춘선), 일산역(경의선), 팔당역(중앙선), 구둔역(중앙선), 심천역(경부선), 도경리역(영동선), 남평역(경전선), 율촌역(전라선), 송정역(동해남부선), 동촌역(대구선), 가은역(가은선), 청소역(장항선) 등이다.

물론 선정 당시 간이역의 기준에 부합되는 역은 도경리역, 동촌역, 가은역 3개 역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보통역 이었다는 모호한 기준은 차치하고라도 간이역이 한국사회에서 차지하는 상징성과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