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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친유

고종 황제는 1898년 11월 26일 연일 계속되는 만민공동회의 요구에 직면하여 200명의 백성 대표를 직접 대면하였다. 고종 황제는 의회의 개설과 인민들의 자발적 결사체인 독립협회의 복설을 허가하는 조치를 내린다. 그 내용이 ‘국태민안 칙어’이며, 이 사건은 우리나라 역사상 백성과 임금이 처음으로 만나 정치상의 약속(최초의 ‘사회계약’)을 맺은 중요한 사건이다.
<참고>

(1898년 11월 28일자 사설)
칙어(勅語)

너희 여러 백성들은 다 짐의 말을 들어라. 전후 조칙을 너희들이 많이 좇아 순히 않고 밤이 닳도록 궐문에서 부르짖고 통한 거리에서 장(章: 문장)을 베풀어 써 횡행하고 패려하며 사람의 가산을 부수는데 이르렀으니, 이것이 어찌 오백년 전제의 나라에 마땅히 있던 바 일이냐. 너희는 시험하여 생각하라. 그 죄가 어디 있나뇨. 나라에 떳떳한 법이 있으니 합하여 중한 법에 두겠으나, 그러나 짐이 임어(臨御)한 이래로 다스리는 것이 뜻과 맞지 못하여 모두 서로 움직이게 하였으니, 오직 네 일만 백성의 죄 있는 것이 내 한 사람에게 있는지라. 이제 이에 크게 깨달으니 짐이 심히 부끄러운지라. 비록 정부 모든 신하로 써 말할지라도 능히 짐의 뜻을 대양(對揚: 베품)치 못하여 써 아래 백성의 정이 위로 닫지 못하게 하고 중간이 막히고 끊어져서 의심스럽고 두려움이 굴러 생긴지라. 오직 너의 적자들이 먹는 것을 잃고 오오하니, 이것이 어찌 너희들의 죄랴. 짐이 이제 궐문에 친어하여 효유하기를 순순히 하여 어린아이를 품은 것 같아서 글자 하나에 눈물이 하나라. 가히 써 도야지와 고기도 미쁘게 하고 나무와 석(石)도 감동 할지라. 이제로부터 비롯하여 임금과 신하와 위와 아래가 마땅히 한 신자(信字)로 써 지여 가고 의(義)로 써 서로 지켜 어질고 능한 이를 전국 안에서 구하고, 아름다운 말을 꼴 베고 나무하는 백성에게도 캐어 쓸지니, 증거 없는 말은 너희도 거짓말이 없으랴. 묻지 아니한 꾀는 짐도 마땅히 쓰지 말며, 오늘 새벽 이전은 죄가 있든지 없든지 간에 경하고 중한 것을 헤아리지 않고 일병 탕척 하며 의심과 막힌 것을 통연히 해석시키고 다 더불어 오직 새롭게 하노라. 슬픈지라. 임금이 백성 아니면 어디를 의지하며 백성도 임금 아니면 어디를 이으리요. 이어 이제로부터 권한을 넘고 분의를 범하는 일은 일절히 통혁하라. 이 같이 개유한 후에 만일 혹 희미한 것을 잡아 깨닫지 아니하여 독립기초로 하여금 능히 공고치 못하고 전제정치로 하여금 떨어져 손상됨이 있게 하면 결단코 너희들이 충성하고 사랑하는 본래 뜻이 아니라. 왕장이 삼엄하여 단정코 용대치 아니하겠으니 그 각각 늠준하여 날로 개명한 데로 나아가라. 짐이 말을 막지 아니하리니 너희들은 삼가하라. 회하는 백성과 장사하는 백성이 골고루 이 짐의 적자라. 극히 지극한 뜻을 몸 받아 은혜롭고 좋아하여 함께 돌아가 각기 그 업을 편안히 하라.

광무2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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