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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유배문화광해군이 왕위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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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이 왕위에 오르다!

내가 부덕한 몸으로 오랫동안 큰 기업을 맡아 오면서 온갖 험난한 일을 두루 겪었다. 생각건대 너는 인효한 자품을 타고 났기 때문에 나의 신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모으고 있으니 이는 실로 국가의 경사인 것으로 내가 다시 무슨 걱정할 것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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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면복을 갖추고 조정의 배위로 나아가니, 광해군이 대정에서 네 번 절한 뒤에 동쪽 계단으로 올라가서 하교를 받았는데, 그 내용에,

“내가 부덕한 몸으로 오랫동안 큰 기업을 맡아 오면서 온갖 험난한 일을 두루 겪었다. 생각건대 너는 인효한 자품을 타고 났기 때문에 나의 신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모으고 있으니 이는 실로 국가의 경사인 것으로 내가 다시 무슨 걱정할 것이 있겠는가. 왕조를 섬김에 있어서는 네가 정성을 다하여 주야로 게을리하지 않기 바라며, 동기를 사랑함에 있어서는 내가 살아 있을 때처럼 하여 시종 혹시라도 간격이 없게 하라. 외적의 침입에 대처할 방도를 더욱 공고하게 하고 사대하는 예절을 다시 극진히 하라. 하늘은 환히 드러내기 마련이니 반드시 보답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고, 백성들 또한 노고가 극심했으니 이럴 때에 조금 편안하게 해주어야 한다. 나의 지극한 마음을 깊이 유념하여 네가 덕을 배양하도록 힘쓸 것을 면려한다.” 하였다.

왕이 막차에서 조금 쉬고 나아와 전상에 있는 어좌의 동쪽에 서니, 통례 김권이 나아와서 아뢰기를, “어좌로 오르소서.” 하였으나, 왕이 응하지 않았다. 유몽인이 아뢰기를, “어좌로 오르소서.” 하니, 왕이 이르기를, “심정이 매우 망극하여 차마 어좌에 오를 수가 없다.” 하였다. 유몽인이 다시 아뢰기를, “어좌에 오르소서.” 하니, 왕이 이르기를,

“이미 이 전상에 올라왔으니 어좌에 오른 것이나 다름이 없다. 어좌에 오르지 않고 있는 것은 망극한 심정을 조금이나마 풀기 위해서인 것이다.” (이렇게 하기를 수십 번 아뢰었다.) 유영경이 아뢰기를, “군정이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힘써 따르소서.” 하니, 상이 이르기를, “여러 사람들의 말이 이와 같기 때문에〈죽기를 한하고 거절하려 했으나〉힘써 따르는 것이다.” 하였다.

왕이 어좌에 오르니, 대정에 있는 신하들이 모두 만세를 부른 다음 머리 조아려 절하고 하례를 끝마쳤다.

<광해군 즉위년 2월 2일조 (기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