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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유배문화제주도의 유배소에서 생을 마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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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유배소에서 생을 마감하다.

광해군이 제주에서 위리안치 된 가운데 죽었는데 나이 67세였다. 부음을 듣고 상이 사흘 조회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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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이 제주에서 위리안치 된 가운데 죽었는데 나이 67세였다. 부음을 듣고 상이 사흘 조회를 하지 않았다. 다음은 광해가 교동에서 제주로 옮겨 갈 때에 지은 시이다.

바람은 흩뿌리는 비에 불어 성 모퉁이를 지나고/風吹飛雨過城頭
장기의 후덥지근한 음기는 백척의 누대처럼 솟구치네./ 瘴氣薰陰百尺樓
창해의 성난 파도는 어스름이 저물어오고/滄海怒濤來薄暮
푸른 산의 슬픈 빛은 맑은 가을에 둘러지는 구나/碧山愁色帶淸秋
돌아가는 마음속에 왕손초나 실컷 보았더니/歸心厭見王孫草
나그네의 꿈속은 왕자의 고을에 자주 놀라네./客夢頻驚帝子洲
고국의 존망은 소식조차 끊어지고/故國存亡消息斷
안개 낀 강물 위에서는 외로운 배만 누웠구나./烟波江上臥孤舟

<인조실록>

스토리 상황설정

“폐 세자와 세자빈은 울타리가 쳐진 담 밑으로 빠져나가려다 잡혔다고 합니다. 그때 그의 손에서는 은 덩이와 쌀밥 그리고 황해 감사에게로 가는 편지가 발견되었습니다. 조정에서는 광해군이 추종 세력들과 모의해서 반정 세력들을 다시 축출하려는 음모로 간주했습니다. 이에 죽음이 닥쳐옴을 느끼고 폐 세자 부부는 스스로가 목숨을 끊으셨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지 거의 18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광해군은 천정을 바라보았다. 지금 자신의 모습을 아버지인 선조와 영창대군의 어머니인 인목대비가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했다.

광해군은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벌써 유배당한 지 18년이 지나고 있었으니 참 오랜 세월 동안 위리안치 당했다.

임진왜란만 없었다면 선조는 세자책봉을 서두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곧이어 맞은 계비인 인목대비의 소생인 영창대군이 세자로 책봉됐을 것이다. 광해군은 때때로 생각한다. 자신이 왕이 되지 않았다면 자식도 아내도 그리 일찍 죽지 않았을 테고 자신은 왕의 형으로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됐다면 자신의 뜻은 펼쳐지지 못했을 테고 조선은 그만큼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영창대군은 대의명분만 쫓는 대신들에 의해 좌우우지 됐을 테고 청의 공격도 더 빨리 받아 임진왜란으로 황폐해진 나라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을만큼 파괴됐겠지.

광해군은 지나간 과거 속에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만큼 자신의 행동 또한 정당했다고 중얼거린다.

하지만 형제를 죽인 일은 용서받지 못하리라...’
아내 또한 그를 비난했다. 하지만 인조반정 또한 비난했다. 여린 아내는 소금기 진한 바닷바람을 찾아내지 못하고 유배된 지 1년 만에 죽었다. 그러나 광해군은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어 18년이란 세월을 견디어 왔다.

그는 방바닥에 누워 움직일 수 없는 자신의 육체를 내려다보았다. 한때는 강하고 굳건한 육체였다. 하지만 강화도의 생활은 힘들었다. 음식도 제때에 공급되지 못할 때가 많았고 한치 앞도 나아갈 수 없는 작은 공간은 그를 피곤하게 했다.

더욱이 조선이 청나라의 굴복하자 청과 친한 광해군이 복위할까 봐 인조는 그를 낯선 제주도로 보냈다. 한때는 왕이었던 그는 심부름하던 나인에게까지 멸시 당했다. 하지만 그는 그 오랜 세월을 지내고 이젠 아버지가 계신 저승으로 가게 됐다.

광해군은 어렵게 고개를 돌렸다. 작은 창문으로 푸른 하늘이 엿보였다. 어디선가 파도 소리가 들리고 바다 내음이 짙게 떠돌아 다녔다.

‘죽기에는 좋은 날이군’

광해군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지금 눈을 감아도 후회는 없다. 왕으로 살며 부귀를 누렸고 또한 하인 같은 삶을 살며 하찮은 자들의 고통도 겪었다. 그러나 한 가지 두려운 일은 있었다. 그것은 영창대군과 임해군 그리고 능창군을 만난다는 사실이다. 그러자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바람은 흩뿌리는 비에 불어 성 모퉁이를 지나고/風吹飛雨過城頭
장기의 후덥지근한 음기는 백척의 누대처럼 솟구치네./ 瘴氣薰陰百尺樓
창해의 성난 파도는 어스름이 저물어오고/滄海怒濤來薄暮
푸른 산의 슬픈 빛은 맑은 가을에 둘러지는 구나/碧山愁色帶淸秋
돌아가는 마음속에 왕손초나 실컷 보았더니/歸心厭見王孫草
나그네의 꿈속은 왕자의 고을에 자주 놀라네./客夢頻驚帝子洲
고국의 존망은 소식조차 끊어지고/故國存亡消息斷
안개 낀 강물 위에서는 외로운 배만 누웠구나./烟波江上臥孤舟

광해군은 천천히 자신의 영혼이 떠나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디선가 잔잔한 파도소리에 메마른 갈매기 소리가 슬프게 울어대는 것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