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8월 24일 오전. 출근길에 나서던 동아일보의 운동부 주임 이길용은 오사카 아사히 신문사가 매월 2회 발행하는 아사히 스포츠 잡지에서 사진 한 장을 도려낸다. 제 11회 베를린 올림픽마라톤대회에서 1위로 금메달의 영광을 안은 조선인 청년 손기정 선수가 머리에 월계관을 쓰고 당당히 서 있는 선명한 사진이었다. 그는 출근하자마자 현진건 사회부장에게 사진을 내보이면서 “손 선수의 가슴 부분을 잘 보이지 않게 보도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운을 뗀다. 이길용 기자는 손기정 선수 사진의 일장기 말소사건으로 사회부장인 현진건, 사회부기자 임병철, 화가 이상범 등과 함께 연행돼 일제의 가혹한 고문을 받고 40일만에 풀려났지만 언론기관에 일절 참여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