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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정동이야기1880년대말 경복궁 향원정 연못에서 벌어진 스케이트 시범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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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년대말 경복궁 향원정 연못에서 벌어진 스케이트 시범대회

전통신발의 제조는 우리들의 스케이팅과 같은 종류의 스포츠가 발전하는 것을 방해하지만, 외국인들에 의해 구현되는 그 스포츠는 이곳 주민들에게 굉장한 호응을 얻고 있다. 어느 때든지 서울 근처라면 스케이터가 얼음지치기를 즐기는 논이나 연못 주위로 단시간에 5백 명 내지 2천 명에 이르는 군중들이 모여들게 만들 수 있다.
한번은 이러한 오락생활이 왕비의 면전에서 여자주치의의 입을 통해 언급되어진 바 있었는데, 그것을 어떻게 하는지가 궁금하다는 언명이 있었다. 이 도시의 스케이트들에게 각자의 스케이트를 가져와 시범을 보이도록 하라는 초청장이 배포되었다. 상당한 숫자의 사람들이 이 초청을 수락하였다. 장소는 궁궐 안에 있는 작은 연못들 가운데 하나로 지정되었는데, 이곳은 둥근 모양에 직경으로 약 70야드쯤 되며 중심부의 섬에 예쁘고 작은 정자가 있었다. 장막 뒤에 몸을 가렸지만 시야는 확보된 시종들과 더불어 국왕과 왕비는 이 정자에 있었는데, 두 분 역시 의심할 바 없이 열정적이며 관심이 많은 구경꾼이었다.
여러 계급의 고관들은 재주를 지켜보았고 박수와 격려로 소리를 질렀다. 왕비 전하는 스케이트가 아닌 여러 명의 여인들이 사용했던, 임시로 구성된, 아이스 체어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우리들 일행 가운데 한 사람은 마술전문가이자 피겨스케이터로, 그가 전속력으로 달려와 의자 위로 점프를 했을 때 흥미는 최고조에 달하였다. 두 분 전하와 그들의 시종에게서 나온 것으로 짐작되는 탄성의 소리가 스케이터의 귀에까지 들렸다.
다른 장소에서 스케이팅이 시도되면 구경꾼들은 훨씬 더 낮은 계층의 사람들 차지다. 스케이터들이 길거리를 지나가면, 외국인이 얼음 있는 곳으로 가는 길이라는 소식이 부랑아에서 부랑아에게로, 다시 어른들 사이에서도 퍼져나간다. 순식간에 수 천 명의 군중이 몰려드는데, 그들에게는 분명히 그토록 위험하게 보이는 발놀림이 어떻게 그처럼 근사하고 빨리 달리는 동작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여전한 궁금증이 된다. 그 당시에 얘기되기에, 한 신사가 스케이트를 배우고 있었는데, 새로 오는 사람들에게 종종 소식을 들려주길, “저들 큰 사람은 아주 능숙하지만, 이쪽은 막 배우는 참이라오” 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이곳 주민들도 그토록 빨리 감정가(connoisseurs)가 되어가는 모양이었다.
[출처 : George W. Gilmore, 〈Korea from its Capital : with a Chapter on Mission〉 (Presbyterian Board of Publication and Sabbath School Work, 1892), pp.166~167]

[보충설명] 이상의 내용에서 길모어 목사는 1886년 7월 4일에 헐버트, 벙커와 더불어 육영공원 교사로 초빙되었고, 그 뒤 육영공원의 운영에 실망하여 1889년에 이르러 중도에 사임하고 미국으로 되돌아 간 바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이 나온 것이 1892년이므로, 위의 스케이트 시범대회는 구체적인 시기의 언급은 없을지라도 자연히 1880년대 후반기의 어느 때인 것으로 짐작할 수 있겠다. 아울러 스케이트 시범장에 대한 설명구절을 살펴보건대, 경복궁 향원정 연못인 것은 누가 봐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일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