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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달바

건달바
1. 개요
건달바(乾達婆)는 범어로 ‘Gandharva’로 식향(食香), 심향(尋香), 심향행(尋香行), 향신(香神), 후향(嗅香), 향음(香陰) 등으로 번역된다. 건달바란 범어(梵語)로는 변화무쌍하다는 뜻이다. 마술사를 건달바라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신기루를 건달바성(乾達婆城)이라고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향기와 음악은 모두 표묘하여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것이다. 또, 식향이라는 이름은 술과 고기를 먹지 않고 향기(香氣)를 취해 양분으로 삼은 데서 나왔고, 언제나 농염한 향기를 풍긴다고 한다.
갖가지 신화를 갖고 있는데, 인도의 『베다(Veda)』에서는 술의 신 ‘소마’의 수호자로서 바다 구름 등과 연관이 있고, 혼례(婚禮)의 노래에서는 신부에게 감겨드는 남성 정령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또 천상계의 악사(樂師)로서 천상에서 음악을 연주하는데, 하늘의 무희(舞姬)인 아프사라스의 배우자이다.
또한 사람이 죽어서 새로운 육체를 받기까지의 영혼신(靈魂身), 즉 이른바 중음신(中陰身)의 이칭(異稱)이기도 한데, 중음신은 향기를 찾아서 가고 머물고 향기를 먹고 살기 때문에 그렇게 불린다.
건달바(乾達婆)는 본래 음악의 신으로서 악기를 연주한다. 긴나라와 함께 제석천(帝釋天)의 음악을 맡은 신이다. 수미산 남쪽 금강굴(金剛窟)에 살며 매일 허공을 날아다니며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허공을 날아다니는 만큼 보이기는 하지만 실체는 없기에, 뜬구름과 같은 건달바를 추구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로 생각되기도 한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인생의 덧없음을 건달바의 성에 비유하여 '인생은 건달바의 성과 같다'하고 건달바가 쌓은 성(城)을 건성(乾城)이라 하기도 한다.
후세에는 동방지국천(東方持國天)의 권속으로서, 동방수호의 신으로 생각되었으며, 또 천룡팔부중(天龍八部衆: 일명 팔부신중)의 하나로서 불법의 수호자가 되었다. 팔부중의 하나로서 항상 부처님 설법하는 데에 나타나 정법을 찬탄하고 불법을 수호하였다. 화엄팔부중에선 구반다, 용, 야차,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와 그룹을 이루며, 사천왕 팔부중에선 구반다, 비사사, 용, 나찰, 야차와 그룹을 이룬다. 밀교에서는 제석천 밑에서 어린아이에게 해를 가하는 귀신을 보호하는 일을 한다.
보통 무장을 하며 사자관(獅子冠)을 쓰고 손에는 삼차극(三叉戟)을 든다고 한다.
서역(西域)에서는 속배우(俗俳優)를 간다르바라고 하였는데, 그들은 생업에 종사하지 않고 다만 음식에만 관심을 갖고 음악을 연주하면서 걸식하므로 그렇게 불리었다. 힌두교 도상학(圖像學)에서는 반인반조(半人半鳥)의 악인으로 표현되었다. 한국어의 ‘건달’도 이 말에서 온 것 같다.
건달바의 조상(造橡) 예는 중국의 돈황, 맥적산 석굴과 툼쑥, 키질, 소르축 등에 있는데 모두 사자관(獅子冠)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의 조상 예로는 석굴암 8부중상의 부조를 비롯하여 경주 남산 동, 서 3층석탑,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8부중 석재와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8부중상이 있는데 모두 사자관을 쓰고 있다. 계유명(癸酉銘)의 명문이 있는 고려시대 청동 8부중상도 사자관을 쓰고 있어 건달바로 추정되고 있다.
2. 팔부중
팔부중은 불법을 수호하는 8명의 신장을 말하며 고대 인도의 신들이 불교에 흡수된 모습을 보여준다. 8부중이 미술에 표현될 때는 화엄팔부중과 사천왕팔부중의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보통 팔부중은 천, 용, 아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호라가를 말한다.
천(天)은 천계에 거주하는 모든 신들을 일컫는다. 천은 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의 삼계(三界) 27천으로 구분되나, 지상의 천으로는 세계의 중심에 있는 수미산(須彌山) 정상의 도리천(利天:三十三天)이 최고의 천이며, 제석천(帝釋天)이 그 주인이다.
용(龍)은 물 속에 살면서 바람과 비를 오게 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로 묘사된다. 호국의 선신(善神)으로 간주되며 팔대용신(八大龍神)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야차(夜叉)는 고대 인도에서는 악신으로 생각되었으나, 불교에서는 사람을 도와 이익을 주며 불법을 수호하는 신이 되었다.
건달바(乾婆)는 인도신화에서는 천상의 신성한 물 소마(Soma)를 지키는 신이다. 그 소마는 신령스런 약으로 알려져 왔으므로 건달바는 훌륭한 의사이기도 하며, 향만 먹으므로 식향(食香)이라고도 한다.
아수라(阿修羅)는 인도신화에서는 다면(多面)다비(多臂), 즉 얼굴도 많고 팔도 많은 악신으로 간주되었으나, 불교에서는 조복(調伏)을 받아 선신의 역할을 한다.
가루라(迦樓羅)는 새벽 또는 태양을 인격화한 신화적인 새로서 금시조(金翅鳥)라고도 한다. 불교 수호신이 되었다.
긴나라(緊那羅)는 인간은 아니지만 부처를 만날 때 사람의 모습을 취한다. 때로는 말의 머리로 표현되기도 한다. 가무의 신이다.
마후라가(摩羅迦)는 사람의 몸에 뱀의 머리를 가진 음악의 신으로 땅속의 모든 요귀를 쫓아내는 임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룡팔부중에 관한 기록은 『법화경(法華經)』등의 대승불교 경전에 보이며, 사천왕(四天王)의 전속으로 기술되고 있다. 경주 석굴암의 조각은 경전의 묘사와는 달라 신라시대 신앙의 한 모습을 보여주는 빼어난 작품이다.
3. 선종의 ‘건달바헌악乾婆獻樂’의 공안
건달바가 부처님께 소리공양을 올리니 그 때 산천과 대지가 모두 거문고 소리를 내었다. 이에 가섭 존자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이것이 종문에 전해오는 ‘건달바헌악(乾婆獻樂)’이라는 공안의 내용이다. 건달바의 음악소리에 부처님의 상수제자 중 으뜸이라고 하는, 아라한 중에서도 대아라한인 마하가섭이 춤을 춘 사건은 그야말로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는 선가에서 많은 의단(疑團)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율장에서는 ‘불가무창기(不歌舞倡伎) 불왕관청(不往觀聽)’이라고 하여 직접 노래 부르며 춤추거나 또는 가서 보거나 듣지도 말라고 하였다. 물론 이는 수행자로 하여금 몸과 입의 허물을 벗어나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오백 명의 신선들이 신통력으로 함께 하늘을 날아가다가 땅 위에서 아름다운 무희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넋을 잃고 보다가 그 자리에서 모두 신통력을 잃어버린 까닭에 땅 위로 떨어질 만큼 춤과 노래는 마음을 방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내가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부처님께 공양하기 위하여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것을 허용하였던 것이다. 예를 들어 『법화경(法華經)』에서는 “온갖 미묘한 악기소리로 부처님께 공양하거나 환희심으로 부처님의 덕을 칭송하는 노래를 한다면 모두 불도를 이룰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 당시 춤추는 가섭 존자를 보고 건달바 역시 의아했던지 부처님께 여쭈었다.
“가섭은 대아라한으로 모든 번뇌가 다하였는데 아직도 저런 전생의 습(習)이 남아 있습니까?”
“남아 있는 습(習)이 없다. 공연히 법을 비방하지 말라.”
이에 다시 건달바가 거문고 가락으로 세 곡을 탔다. 그러자 가섭이 또 세 차례 춤을 추는 것이었다. 그러자 건달바는 다시 부처님께 물었다.
“가섭이 춤춘 것이 사실이 아닙니까?”
“춤춘 일이 없느니라.”
이에 건달바는 부처님께 따지듯이 물었다.
“저렇게 분명히 춤을 추었는데 세존께서는 어째서 거짓말을 하십니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대가 거문고를 탔으니 산천과 대지와 목석이 모두 거문고 소리를 내는 것이 사실이 아니냐?”
건달바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세존께서는,
“가섭도 역시 그러니라. 그러기에 춤을 춘 일이 없느니라.”
결국 이 공안이 전하는 바는 춤을 추어도 춤을 추지 않은 이것이 바로 도인의 경지라는 것이다. 또 그런 경지를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것이야말로 부처의 경지라는 점을 설파하고 있다.
4. 『화엄경(華嚴經)』속의 건달바
건달바는 『화엄경(華嚴經)』속에서 제 8 진여상회향(眞如相回向)으로 섭위(攝爲), 절복(折伏), 역순(逆順), 다단(多端), 선교(善巧)의 기(機)를 따르는 분들로 이해된다. 이 중 열 명의 건달바왕은 10바라밀을 표시한다.
지국건달바왕(持國乾達波王)은 제 1 단바라밀로서 자재한 방편으로 일체중생을 포상하는 성일체중생해탈문을 얻었고, 수광건달바왕(樹光乾達波王)은 제 2 계바라밀로서 널리 일체공덕장엄을 보고 일체공덕장엄해탈문을 얻었다. 정목건달바왕(淨目乾達波王)은 제 3 인욕바라밀로서 일체중생들의 근심과 걱정을 줄게하여 출생환희장해탈문을 얻었고, 화관건달바왕(華冠乾達波王)은 제 4 정진바라밀로서 중생들의 삿된 견해를 끊게 하여 영단일체중생사견흑해탈문을 얻었다고 한다. 희보보음건달바왕(喜步普音乾達波王)은 제 5 선정바라밀로서 시원한 구름을 큰 우주에 덮어 보음택일체중생해탈문을 얻었으며, 락요동미목건달바왕(樂搖動美目乾達波王)은 제 6 반야바라밀로서 넓고 큰 묘호신(妙好身)을 얻어 일체를 안락케하는 일체획안락해탈문을 얻었다. 묘음사자당건달바왕(妙音師子幢乾達波王)은 제 7 방편바라밀로서 위대한 명칭을 널리 드날려 대명칭보해탈문을 얻었으며, 보방보광명건달바왕(普放寶光明乾達波王)은 제 8 원바라밀로서 일체를 환희스럽게 하여 환희광명청정신해탈문을, 금강수화당건달바왕(金剛樹華幢乾達波王)은 제 9 력바라밀로서 널리 일체나무들을 자영(慈榮)하여 보는 자들로 하여금 기쁘게 하는 견자환희해탈을 얻었다. 마지막으로 보현장엄건달바왕(普現莊嚴乾達波王)은 제 10 지혜바라밀로서 모든 부처님의 경계에 잘 들어가 중생들을 안락케 하여 여중생안락해탈문을 얻었다고 전한다.
5. 건달의 어원
건달이라는 단어는 16세기의 “순천김씨언간”에 처음 보이는데, 이 단어는 본래 불교 용어 ‘건달바’에서 출발하여 그 어형과 의미가 변한 것이다.
건달바는 수미산(須彌山) 남쪽 금강굴에 살면서 하늘나라의 음악을 책임진 신(神)이다. 이 건달바는 향내만 맡으면서 허공을 날아다니며 노래와 연주를 하고 산다. 건달바가 노래와 연주를 전문으로 하는 신이라는 사실에서, 인도에서는 악사(樂士)나 배우까지 건달바라고 불렀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의미를 그대로 받아들여 한동안 건달바를 광대와 같은 뜻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건달바는 건달로 어형이 단축되었을 뿐만 아니라, 의미도 상당히 변하였다. ‘하는 일 없이 놀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 또는 ‘난봉이나 부리고 다니는 불량한 사람’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전자의 의미는 건달바가 노래나 하며 한가롭게 지내는 신이라는 점이 비유적으로 발전하여 파생된 의미라면, 후자의 의미는 ‘아무 실속도 없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확대된 의미이다.

참고문헌 및 도판
▒ 참고 문헌
김영주,『조선시대불화연구』, 지식산업사, 1986.
김정희, ꡔ신장상ꡕ, 대원사, 1989.
문명대,『한국의 불화』, 열화당, 1979.
이승희,「조선후기 신중탱화 도상 연구」, 홍익대 석사학위 논문, 1998.
장충식,「통일신라석탑부조상연구」,『고고미술』, 154 ․ 155호, 1982.
허균,『사찰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 돌베개, 2000.

▒ 참고 도판
<군선도8첩병풍>, 호암미술관.
<과노도기(果老倒騎)>, 간송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