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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찰

나찰
1. 개요
나찰은 원래 고대 인도의 신으로, 불교에 들어온 이후로는 악귀(惡鬼)의 총칭이 되었다. 범어로 락샤사(Raksasa)라고 하는데, 지옥에서 사람을 괴롭히는 임무를 맡으나, 그들끼리도 바다 가운데의 섬에 나라를 이루고 산다고 한다. 남성신은 나찰사(羅刹娑) 혹은 나차사(羅叉娑)라고 음사한다. 여성신은 나찰사(羅刹斯) 또는 나차사(羅叉私)라고도 음사하며, 식인귀(食人鬼), 속질귀(速疾鬼), 가외(可畏), 호자(護者) 등으로 번역된다. 원래 악귀로서, 통력(通力)에 의해 사람을 매료시켜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악귀나찰(惡鬼羅刹)이라고 불리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나중에는 불교의 수호신이 되어 십이천(十二天)의 하나로 꼽혀 남서방(南西方)을 지킨다고 하며, 갑옷을 걸치고 백사자(白獅子)에 올라탄 모습으로 표현된다. 불교에 수용되어 호법외호신이 된 이후에는 야차와 함께 호법천왕인 사천왕 가운데 비사문천의 권속에 들어간다. 또 아방나찰(阿防羅刹)이라고 하여 지옥의 옥졸을 의미하기도 한다. 소머리에 사람 손을 가진 나찰, 말머리 형상을 가진 나찰 등이 있으며 큰 힘을 가졌다고 한다.
『법화경(法華經)』다라니품(陀羅尼品)에는 십나찰녀(十羅刹女)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이는 남바(藍婆: Lamba), 비람바(毘藍婆: Vilamba), 곡치(曲齒: Kutadanti), 화치(華齒: Pustadanti), 흑치(黑齒: Makutadanti), 다발(多髮: Kesini), 무염족(無厭足: Acala), 지영락(Muladhari), 고제(皐帝: Kunti), 탈일체중생정기(奪一切衆生精氣: Sarvasttvojohari)의 10명을 말한다. 이들은 귀자모(鬼子母)와 함께 부처에게 법화경을 읽고 외우며 받아 지니는 이들을 악귀로부터 보호하고 자신들도 그렇게 살겠다는 서원을 하였다.
또한 부처님께서 과거세에 설산동자(雪山童子)로 보살행을 닦으실 때, 나찰에게 몸을 보시했다는 전생담도 있다. 이는 오로지 '제행무상, 시생멸법, 생멸멸이 적멸위락 (諸行無常, 是生滅法, 生滅滅已, 寂滅爲樂)'이라는 사구게(四句揭)의 게송 한 구절을 듣기 위함이었다. 이때 나찰은 설산동자에게 더운 피와 산 사람의 살을 요구했는데 설산동자는 기꺼이 몸을 보시하여 그 댓가로 이 게송을 들으셨다는 부처님 전생담이다.
불교 경전인 『천길의신주경(天吉義神呪經)』에는 나차의 형상에 대하여 “여러 야차, 나찰귀들이 있어 각종 형상을 띠고 있다. 즉 사자, 코끼리, 호랑이, 사슴, 말, 소, 낙타, 양 등의 모습이거나 큰 머리에 몸이 마르고 작거나 1두 2면 또는 3면이나 4면이다. 때로는 거친 사자의 털과 같다. 3두, 혹은 송곳니가 거친 입술 사이로 내려오는 등 이상한 형태로 세상에 두려움을 준다. 방패와 창, 삼지창과 검을 잡고 때로는 철퇴, 칼, 막대를 잡고 소리를 지르며 크게 울부짖어 공포감을 주며 힘으로 땅을 움직이기도 한다.” 라고 서술하고 있어 어느 것이나 두려움을 주는 모습임을 알 수 있다.
2. 십이천
불교의 수호신의 일종인 십이천은 십이천신이라고도 한다. 호세천부(護世天部)의 12하늘로 상, 하의 천(天), 팔방천과 일(日)과 월(月)로 되어 있다. 밀교에서는 이 신들을 모셔놓고 공양을 바치며 치성을 드린다.
상방의 범천(梵天), 하방의 지천(地天), 흰 코끼리를 타고 금빛을 띤 동방의 제석천(帝釋天), 물소를 탄 남방의 염마천(閻魔天), 갑옷에 투구를 쓰고 이귀(二鬼) 위에 앉아 있는 북방의 비사문천(毘沙門天), 물속에 살며 거북을 타고 있는 사방의 수천(水天), 푸른 양을 타고 화염을 두른 남동방의 화천(火天), 흰 사자를 타고 왼손에 칼을 쥔 남서방의 나찰천(羅刹天), 구름 속에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쓴 북서방의 풍천(風天), 황소를 타고 오른손에 칼을 쥔 북동방의 이사나천(伊舍那天), 일천(日天), 월천(月天)을 말한다.
3. 나찰과 관련된 이야기들
3.1. 『대열반경(大涅槃經)』「성행품(聖行品)」의 설산동자의 구법
설산동자는 선혜행자가 한 수행자의 몸을 받아 정진할 때의 모습으로 『대열반경(大涅槃經)』「성행품(聖行品)」을 통하여 자세히 알 수 있다. 설산동자라는 소년이 크게 발심하여 정진할 때, 어느 날 제석천왕이 흉악한 형상의 나찰로 변하여 지난 세상의 부처님이 말씀하신 게송의 반을 읊었다.
“모든 것 변천하여 항상한 것 없어(諸行無常), 이것을 불러 나고 죽는 법이라 하네(是生滅法).”
동자는 이 게송을 듣고 무한한 기쁨에 가득 차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험상궂은 나찰이 눈을 부릅뜨고 그를 지켜보고 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나찰에게 “당신은 어디서 그토록 거룩한 게송을 들었습니까? 그 게송의 나머지를 들려주실 수 없습니까?” 하고 청했다.
나찰은 험상궂은 얼굴을 찌푸리며, “수행자여, 그런 말씀 마시오. 여러 날 굶어 허기가 져서, 나도 모르게 헛소리를 했을 뿐이오.” 라고 대답했다. 이에 동자가 그 게송을 마저 일러주면 제자가 되어 모시겠다고 하자, 나찰은 당신은 지혜를 구하고자 하는 욕심뿐, 자비심은 없다며 배가 고파 죽겠다고 불평을 한다. 이에 동자가 당신은 무엇을 먹느냐고 물어보니, 나찰은 사람의 더운 살과 끓는 피라고 대답하였다. 이에 동자는 더 살고 죽는다 해도 진리를 얻지 못하면 소용이 없으니, 나머지 게송을 일러 주면 이 몸으로 공양하겠다고 말한다.
이에 나찰은 게송을 읊었다.
“생기고 소멸함에 대한 생각이 없어지면(生滅滅已) 모든 고통 떠나버린 대열반의 기쁨이다(寂滅爲樂).”
동자는 게송을 듣자 환희심이 솟았다. 게송을 깊이 새기고 높은 나무에 올라가 나찰에게 몸을 던졌다. 그러자 그의 몸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나찰은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서 수행자를 받아 땅에 내려놓으며 찬탄하고, 여러 천신과 함께 발아래 엎드려 예배를 올렸다.
3.2. 『법화경(法華經)』다라니품(陀羅尼品)의 십나찰녀(十羅刹女)
나찰의 여자들이 있었는데, 첫째는 람바요, 둘째는 바람바요, 셋째는 곡치(曲齒)요, 넷째는 화치(華齒)요, 다섯째는 흑치(黑齒)요, 여섯째는 다발(多髮)이요, 일곱째는 무염족(無厭足)이요, 여덟째는 지영락(持瓔珞)이요, 아홉째는 고제(皐諦)요, 열째는 탈일체중생정기(奪一切衆生精氣)였다. 이 나찰녀 열 명과 귀자모(鬼子母)와 그 아들과 권속들이 더불어 부처님 계신데 나아가서 소리를 함께하여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법화경을 읽고 외고 받아 지니는 이를 옹호하여 그의 궂은 걱정을 덜겠나이다. 만일 법사의 부족한 짬을 엿보는 이가 있으면, 기회를 얻지 못하게 하겠나이다."
곧 부처님 앞에서 주문을 설하고 이어 말하길,
"차라리 내 머리 위에 올라앉을지언정 법사를 괴롭히지 말아야 하나니, 야차나 나찰이나 아귀나 부단나나 길자나 비타라나 건타나 오마륵가나 아발마라나 야차길자나 사람길자나, 열병 귀로서 하루 열병귀, 이틀 열병귀, 사흘 열병귀, 나흘 열병귀 내지 이레 열병귀나 늘 열병귀나, 사내 형상이나 여자 형상이나 동남의 형상이나 동녀의 형상들이 꿈속에서라도 괴롭히지 못하게 하겠나이다."
고 하였다. 그리고 곧 부처님 앞에서 게송을 읊고, 모든 나찰 여자들이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도 몸소 이 경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고 닦아 행하는 이를 옹호하여, 항상 편안하고, 모든 근심 걱정을 여의며, 모든 독약이 소멸되게 하겠나이다."
이에 부처님이 여러 나찰의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착하여라, 착하여라. 너희가 능히 법화경 이름만 받아 지니는 이를 옹호하여도 복이 헤아릴 수 없겠거늘, 하물며 법화경을 구족하게 받아 지니며 경책에 공양하기를 꽃, 향, 영락, 가루 향, 바르는 향, 사르는 향, 번기, 일산과 풍류로 하고, 갖가지 등을 켜는데, 우유등, 기름등, 향유등, 소 마나꽃 기름등, 첨복화기름등, 바사가꽃기름등, 우발라꽃기름등 이러한 백천가지로 공양하는 이를 옹호함 일까 보냐. 고제(皐諦)여, 너희들과 권속들이 마땅히 이런 법사를 잘 옹호하라."
3.3. 『서유기』의 대력 우마왕과 파초선 이야기
삼장법사를 무사히 구해낸 후 계속 서쪽을 향해 여행하던 일행은 무척 더운 날씨에 의아했다. 농가에 방문해 이유를 들을 수 있었는데, 앞 앞쪽에 있는 '화염산(火焰山)'이라는 산 때문이며 온통 사방 8백 리에 이글거리는 불길에 싸여 있기 때문에 도저히 지나갈 수 없다고 한다.
근처 사원에서 화염산을 뚫고 지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는데 그 것은 취운산(翠雲山) 파초동(芭蕉洞)이라는 동굴에 '나찰녀(羅刹女)'라는 선녀가 가지고 있는 파초선(芭蕉扇) 이라는 부채로 한 번 부치면 불이 꺼지고 지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오공은 즉시 파초선을 빌리기 위해 나찰녀를 찾아 갔는데, 그녀는 다름 아닌 과거 손오공과 싸운 적이 있는 홍해아의 어미이자 대력우마왕(大力牛魔王)의 아내였다. 자신의 아들의 원수인 손오공을 보자 나찰녀는 싸움을 걸고 한바탕 싸우기 시작하지만 손오공에 대적할 수 없었다. 나찰녀가 불리해 지자 즉시 파초선을 꺼내 한 번 부치니 손오공이 공중에 획 던져지더니 소수미산(小須彌山)까지 날아왔다. 손오공이 즉시 산신령을 불러내 상의를 하자 산신령은 정풍단(定風丹)을 주며 이것을 복용하면 파초선에 대항할 수 있다며 일러준다.
손오공은 다시 취운산으로 날아가 싸움을 걸자 이 번에도 파초선을 부치나 손오공은 꿈쩍하지 않았다. 나찰녀는 즉시 동굴로 피신하여 문을 걸어 잠그고 하녀에게 차를 한잔 시킨다. 차 속에 숨어있던 손오공은 어렵지 않게 나찰녀의 뱃속으로 들어가 나동을 부리자 참지 못하고 나찰녀는 파초선을 내준다.
파초선을 가지고 화염산에 가서 부쳐 보고서야 가짜임을 파악한 손오공은 진짜 파초선을 얻기 위해 나찰녀의 남편 우마왕이 살고 있는 적뢰산(積雷山) 마운동(摩雲洞)을 찾아가나 우마왕 역시 자신의 아들 홍해아의 복수를 한다며 싸움을 건다.
우마왕이 용궁(龍宮)의 연회에 참가하고 있다는 소식에 기회를 엿보고 있던 오공은 우마왕으로 변신하여 나찰녀에게 찾아간다. 오랜만에 우마왕의 방문을 받자 나찰녀는 기쁜 마음에 술상을 차리고 아양을 떨며 나온다. 술을 먹인 후, 오공은 나찰녀에게 진짜 파초선을 보여 달라고 하자 나찰녀는 의심 없이 파초선을 꺼내자 오공은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 번개같이 채어간다.
오공에게 파초선을 빼앗긴 나찰녀는 즉시 우마왕에게 도움을 요청하니, 우마왕은 한 걸음에 달려와 저팔계로 변한 후 손오공이 들고 있던 파초선을 빼앗아 간다.
다시 한번 손오공과 우마왕의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는데 천지가 흔들릴 지경이었다. 이 소란에 놀란 나타태자와 이랑진군이 나타나 손오공을 돕자 우마왕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기진맥진 할 사이에 이천왕이 보검을 휘둘러 우마왕의 목을 벤다. 싸움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나찰녀는 무릎을 꿇고 손오공에게 파초선을 건네며 목숨을 구걸한다.
손오공은 파초선을 들고 화염산으로 가서 불을 끄고 다시 서쪽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3.4. 『고기(古記)』의 독룡과 나찰녀의 해독이야기
만어산(萬魚山)은 옛날의 자성산(慈成山), 또는 아야사산(阿耶斯山)인데, 그 옆에 가라국(呵羅國)이 있었다.
옛날 하늘에서 알이 바닷가로 내려와 사람이 되어 나라를 다스렸으니, 곧 수로왕이다. 이때 그 영토 안에 옥지(玉地)가 있었는데, 그 못 안에 독룡이 살고 있었다. 만어산에 다섯 나찰녀(羅刹女)가 있어 그 독룡과 서로 오가며 사귀었다. 그러므로 때때로 뇌우(雷雨)를 내려 4년 동안 오곡이 결실을 맺지 못했다. 왕은 주술(呪術)로써 이 일을 금하려 해도 할 수 없으므로 머리를 숙이고 부처를 청하여 설법했더니 그제야 나찰녀가 오계(五戒)를 받았는데, 그 후로는 재해(災害)가 없었다. 그 때문에 동해의 고기와 용이 마침내 골짜기 속에 가득 찬 돌로 변하여 각기 쇠북과 경쇠의 소리가 난다.
참고문헌 및 도판
▒ 참고 문헌
『대열반경(大涅槃經)』
『법화경(法華經)』
김영주,『조선시대불화연구』, 지식산업사, 1986.
김정희,『신장상』, 대원사, 1989.
오승은,『서유기』, 문학과 지성사, 2003.
이승희,「조선후기 신중탱화 도상 연구」, 홍익대 석사학위 논문, 1998
정팔복 ․ 정이상 편,『전통문양의 응용과 전개』, 창지사,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