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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왕

대천왕
불교에서는 우주공간이 무한한 세계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들 세계에는 태양과 달이 하나씩 있는데 이러한 1천개의 세계를 소천세계(小天世界)라 한다. 이 소천세계가 하나의 단위가 되어서 다시 1천개가 모이게 되면 이를 중천세계(中天世界)라고 한다. 다시 중천 세계를 단위로 하여 이것이 천개가 모인 중천세계를 대천세계(大天世界)라 한다. 이것은 1000개의 세계가 소천세계이고, 100,0000개의 세계가 중천세계이며, 10,0000,0000개의 세계가 대천세계라는 것이다. 대천세계에는 소천, 중천, 대천이라는 3천이 있기 때문에 삼천대천세계라 하며, 그러나 이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며 세계는 실로 무량하여 허공과 양과 같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천왕은 이 대천계를 지배하는 왕이라고 설명될 수 있다.
한편, 위의 설명과는 다르게 대천왕을 사천왕(四天王), 사대천왕(四大天王), 호세사천왕(護世四天王)과 동격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사대천왕은 수미산의 꼭대기에 살면서 사방을 진호하며 국가를 수호하는 네 신으로 욕계육천(欲界六天)의 최하위를 차지한다. 수미산 정상의 중앙부에 있는 제석천(帝釋天)을 섬기며, 불법(佛法)뿐 아니라, 불법에 귀의하는 사람들을 수호하는 호법신이다. 동쪽의 지국천왕(持國天王), 남쪽의 증장천왕(增長天王), 서쪽의 광목천왕(廣目天王), 북쪽의 다문천왕(多聞天王:毘沙門天王)을 말한다. 그 부하로는 견수(堅手), 지만(持), 항교(恒)가 있는데, 이들은 수미산의 아래쪽에 있다. 또한 사천왕은 이들 외에도 수미산을 둘러싸고 있는 지쌍산(持雙山) 등 일곱 겹의 산맥과 태양, 달 등도 지배하고 있다.
사천왕은 원래는 고대 인도의 호세신(護世神)이 불교에 귀의한 후 호법선신으로 변화된 것으로 일찍부터 불교에 받아들여져 원시경전인『장아함경(長阿含經)』에 등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전해진다.
어느 때 가지각색의 귀신들이 부처님의 설법을 듣겠다고 모였었다. 사천왕도 부하들을 이끌고 왔다. 설법이 끝나자 사천왕은 부처님 앞에 나아가 불법에 귀의할 것을 표명하고는 ‘만일, 비구, 비구니, 우바이, 우바새 등이 나의 부하인 귀령들에게서 해를 입게 된다면 그들은 동료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도, 집회나 모임에 나갈 수도 없으며 결혼도 못하고, 머리가 깨어질 것입니다.’ 라고 맹세하였다. 그 이후 사천왕과 그 부하들은 부처님을 호위하고 동서남북의 네 방위를 지키며 불법수호와 사부대중의 보호를 맡게 되었다.
인도에서 처음으로 형상화된 사천왕상은 간다라 출토의 부조(浮彫)나 불전도(佛傳圖) 등에 나타나는 것처럼 고대 인도의 귀인(貴人) 모습을 하고 있으나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화 되어 가는 과정에서 무인형(武人形)의 사천왕으로 변해 갔으며 이는 중국, 우리나라, 일본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사천왕과 그 부하들은 세상을 돌아다니며 선악을 살펴 그 결과를 매월 8일에는 사천왕의 부하들, 14일에는 사천왕의 태자들, 15일에는 사천왕이 직접 제석천에 보고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사천왕 중 동쪽을 수호하는 이가 지국천(持國天)이다. 그의 법명을 풀이하자면 지국(持國), 안민(安民)의 신이라는 말이다. 그는 항상 천궁에 살며 수미산 중턱의 동쪽인 황금타에 살고 있다. 지국천은 16선신(善神) 중의 한 분으로 선한 자에게는 상을 내리고 악한 자에게는 벌을 주어 항상 인간을 고루 보살피며 국토를 수호하겠다는 서원을 세웠다 한다. 여기에서 그를 일러 지국의 신, 안민의 신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그의 몸은 푸른빛을 띠고 있으며 왼손은 아래로 뻗은 상태에서 칼을 쥐었고 오른손은 허리를 잡고 있거나 또는 보석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있는 것이 일반적 형상이다.
서쪽을 방위하는 것은 수미산의 중턱 백은타에 살고 있다는 광목천(廣目天)이다. 그를 일러 흔히 잡어(雜語), 비호보(非好報), 악안(惡眼)이라 하는데 이는 그의 남다른 모습에서 유래한 것이다. 즉 그의 몸은 여러 가지 색으로 장식되어 있고 입을 크게 벌린 형상을 함으로 웅변으로 온갖 나쁜 이야기를 물리친다 한다. 또 눈을 크게 부릅뜸으로서 그 위엄으로 나쁜 것들을 몰아낸다 하여 잡어, 악안, 광목이라 하는 것이다. 광목천의 근본 서원은 죄인에게 벌을 내려 매우 심한 고통을 느끼는 가운데 도심(道心)을 일으키도록 하는 것이다. 오른손은 팔꿈치를 세워 주먹을 쥐어 끝이 셋으로 갈라진 삼차창을 들었으며 왼손은 주먹을 쥔 채 허리에 올리고 있다. 그의 권속으로 용신과 비사사신 등이 있다.
증장천(增長天)은 남방을 지키고 있는 사천왕이다. 그는 수미산의 남쪽 유리타에 살고 있으며 자신의 위덕을 증가하여 만물이 태어날 수 있는 덕을 베풀리라는 서원을 세웠다고 한다. 구반다 등의 무수한 귀신들을 권속으로 거느린 광목천은 온몸이 적육색이며 노한 눈이 그 특징이다. 그의 모습은 대개 갑옷으로 무장하고 오른손은 칼을 잡아 가슴 바로 아래에 대고 있으며 왼손은 주먹을 쥐어 허리에 올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북쪽을 수호하고 계시는 분이 다문천(多聞天)이다. 일명 비사문천이라고도 하며 항상 여래도량을 지키며 부처님의 설법을 듣는다 하여 다문이라 한다. 그가 맡은 역할은 암흑계의 사물을 관리하는 것인데 한때 불법에 귀의하여 광명신이 되었으나 본래 자신의 원을 지킨다 하여 금비라신이라 칭하기도 한다. 다문천은 왼손에 늘 보탑을 들고 있는데 여기에 많은 진귀한 보물을 간직하고 있다가 모든 중생에게 나누어주어 많은 복과 덕을 얻게 한다고 한다. 그는 수미산의 북쪽 북수정타에 살며 약차와 나찰들의 권속을 거느리고 있다.
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에서는 이 사천왕의 보호를 받아 적병을 물리친다는 진병도량(鎭兵道場)의 목적에서 사천왕 도량 법회가 자주 열리기도 했다. 특히 당나라가 신라를 침범하려 하자, 이를 물리치기 위해 ‘사천왕사’가 건립되었고, 명랑(明朗)법사가 이 사천왕사에서 문두루비법(文豆累秘法)으로 당나라 군사를 물리친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후 이 사천왕사는 사천왕도량의 본산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사천왕을 제주도 천지왕 본풀이의 대별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천지왕 본풀이의 대별왕이 사천왕을 의미하는지는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지만, 대별왕과 소별왕의 상징적인 대칭구조와 소천왕과 대천왕의 대칭구조를 비교해 본다면 해석이 가능하다. 천지왕은 대표적 12본풀이중의 하나로서 제주도의 창조신화이이기도 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태초(太初)에 천지(天地)는는 혼돈으로 있었다. 이 혼돈천지(混沌天地)에 개벽의 기운(気運)이 돌기 시작(始作)하여 하늘과 땅 사이는 금이 생겨났으며, 이 금이 점점 벌어지면서 땅덩어리에는 山이 솟아오르고 물이 흘러내리곤 해서, 하늘과 땅의 경계는 점점 분명(分明)해져 갔다.
이때, 하늘로는 청이슬이 내리고 땅으로는 만물(万物)이 생겨나기 시작(始作)하였으며 하늘의 옥황상제(玉皇上帝) 천지왕(天地王)이 해도 둘 달도 둘을 내보내어 천지(天地)는 활짝 개벽이 되었다.
어느날 천지왕(天地王)은 마음씨 고약한 수면장자를 벌주기 위하여 지상(地上)으로 내려와 총명부인과 배필(配匹)을 맺은 후 하늘로 올라가고 총명부인은 대별왕과 소별왕 형제를 낳았다. 형제는 자라나서 아버지가 증거물로 남기고 간 박씨를 심었다. 형제는 하늘로 뻗어올라간 박줄을 타고 하늘에 올라가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는 형인 대별왕에게 이승을, 아우인 소별왕에게 저승을 차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욕심(慾心)이 센 소별왕은 이승을 차지하고파서 형과 꽃가꾸기 내기를 하여 속임수로 이겨서 이승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를 알면서도 양보(譲歩)한 형은, 이승은 매우 질서(秩序)가 혼란(混乱)한 세계(世界)가 될 것이라고 하며 저승으로 가 버렸다. 이승에서 곤란을 겪던 소별왕은 형에게 혼란(混乱)을 바로잡아 주도록 부탁했다. 형은 활과 살을 가지고 해 하나 달 하나씩을 쏘아 바다에 던져 하나씩만 남기고 송피가루 닷 말 닷 되를 뿌려서 짐승들과 초목의 말을 못하게 하고, 귀신과 인간은 저울로 배근이 넘는 것은 인간(人間)으로, 못한 것은 귀신으로 보내어 인간과 귀신을 구별지어 주었다. 그러나 자잘한 질서(秩序)는 바로잡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人間)의 불화, 도둑, 간음 등 죄악(罪悪)은 오늘날도 남아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의 대천왕은 정통성을 지닌 장자로서 이승을 차지할만한 능력이 있지만 간교한 동생의 꾀에 넘어가 저승을 다스리게 되는 불운한 형의 역할이다. 동생에게 자신의 지위를 빼앗겼지만 동생을 미워하지 않고 오히려 도와주는 선인(善人)이지만 그가 저승으로 내려갔기 때문에 오히려 이승은 혼란과 무질서의 세계가 되고 말았다.
동생에게 지위를 빼앗기는 이야기는 성경의 야곱과 에서의 이야기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버지인 이삭에게서 장자의 축복을 받기 위해 동생 야곱이 형을 속여서 대신 축복을 받게 되는 구조는 천지왕 본풀이와 비슷하나 내포하는 뜻은 다소 차이가 있다. 동생 야곱이 속임수로 형의 자리를 빼앗았지만 야곱은 하나님의 선택된 사람으로서 능력이 있는 인물이었던데 반해 형 야곱은 정통성은 가지고 있지만 선택받지 못한 무능한 사람으로 등장한다. 그러므로 야곱의 속임수가 형에게는 미움을 받을지 몰라도 독자에게 있어서 용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별왕은 정통성과 능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던 인물이었으므로 착한 대별왕과 대조적으로 악한 인물로 나타나는 소별왕은 승리한 인물이지만, 용서받기가 어려운 인물로 보여 진다.
이를 역사적 사건으로 본다면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정통성은 있지만 힘이 약한 대별왕은 상대적으로 강성한 소별왕계에 복속당하여 결국엔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고대원시 사회에서는 힘의 논리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대별왕의 죽음은 당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민간에 구전된 천지왕 본풀이에서 강력한 소별왕이 악인으로 묘사되는 것은 아마도 민중의 심리가 담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힘은 없지만 정통성을 지닌 대별왕의 죽음이 애절하게 느껴질 만도 하기 때문이다.
악인 소별왕과 선인 대별왕의 선악 구조는 이 신화가 지금까지도 대중에게 흥미를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인이 아닌 악인의 성공은 여타의 권선징악의 결론을 맺는 민담이나 전설과는 또 다른 차이를 보인다.
참고문헌 및 도판
▒ 참고 문헌
동국대학교 불전간행위원회, 불교미술개론, 동국대학교 불전간행위원회, 1980.
홍윤식, 불교와 민속, 동국대학교 불전간행위원회, 1980.
국제문화재단, 한국의 불교문화, 시사영어사, 1982.
김태곤, 한국무속연구, 집문당, 1981.
동봉, 불교의 이해, 고려원,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