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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왕

범왕
1. 개요
범천은 산스크리트어로 브라흐마데바(Brahmadeva)라고 하며, 범천왕(梵天王), 범왕, 바라문천이라고도 한다. 인도 창조의 신으로 바라문교의 교조이자 우주만물을 창조한 사바세계의 수호신으로 제석천과 함께 불법을 수호한다고 한다.
창조의 신으로서 브라흐마(Brahma)는 학문과 예술을 관장하고 체계적인 성격에 질서를 창출 한다. 인도 신화에서 브라흐마는 비슈누 신의 배꼽에서 탄생되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인도 설화에는 브라흐마가 창조를 하려하는데 창조가 되질 않았다. 그래서 그의 스승인 나라야나(Narayana: 비슈누 신의 화신)에게 가서 창조가 되질 않는다고 하였더니, 스승은 명상을 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모든 창조는 고요에서 시작된다고 하였다. 그는 수많은 시간동안 명상을 하였지만 창조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의 스승은 더욱 깊이 몰입하라고 하였다. 더욱 고요의 시간을 가졌다. 어느 순간 창조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창조의 빅뱅(Big Bang)은 거대한 기쁨과 희열을 견디지 못하고 일어난 결과이다.
인도에는 브라흐마 신의 사원은 많지 않다. 비슈누 신의 사원 안에 포함시켜 버렸는지도 모른다. 브라흐마 신은 인도의 최고 경전인 4개의 베다(Veda)인 <리그(Rig)>, <사마(Sama)>, <야주르(Yajur)>, <아타르바(Atharva)> 베다를 상징한다. 그래서 네 머리와 몸통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창조주인 브라흐마는 어둠(타마스tamas), 기(라자스rajas), 선(사트바satva)이라는 세 가지 기본 요소로 이루어진 여러 종류의 몸을 가지고 있다. 브라흐마는 세상을 창조하고 아주 여러 차례에 걸쳐 세상을 재창조했다. 현재의 세상 이전에 얼마나 많은 세상이 있었는지, 또 이후로 얼마나 많은 세상이 도래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네 시대 (유가yuga)가 모여 하나의 겁(칼파kalpa)를 이룬다. 각 칼파가 끝날 때는 창조물이 파괴되어, 과도 상태인 물의 심연으로 돌아간다.
브라흐마가 명상에 잠겨 있는 동안 그의 생각으로부터 생명이 태어났다. 브라흐마는 어둠으로 이루어진 몸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직장(直腸)에서 바람이 나왔다. 이렇게 해서 악령들이 태어났다. 그러자 브라흐마는 이 어둠의 몸을 버렸고, 이 버림받은 몸은 밤이 되었다. 그리고 나서 브라흐마는 새로운 몸을 취했다. 이 새로운 몸은 거의가 선과 빛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번에는 그의 입에서 빛을 발하는 신들(데바deva)이 나왔다. 그가 이 몸을 벗어버리자 이 몸은 낮이 되었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낮 시간에 사원을 찾아가 신들에게 예배드린다.
브라흐마는 온통 사트바로만 이루어진 세 번째 몸을 취했다. 브라흐마는 우연히 제멋대로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에 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선조 영령들'이 태어났다. 이 영령들은 낮과 밤이 만나는 동틀녘과 해질녘에 나타난다.
그 다음 브라흐마는 세 번째 몸을 벗어 던지고 네 번째 몸을 취했다. 네 번째 몸은 그의 마음에서 발산되는 기(氣)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의 마음에서 발산되는 생각들과 함께 사유하는 피조물, 인간이 창조되었다. 그때 브라흐마는 이 몸을 버렸고, 이 몸은 달이 되었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달빛 아래서 노래하고, 춤추기를 좋아한다.
브라흐마는 기와 어둠으로 이루어진 다섯 번째 몸을 취하고는 몹시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이상한 생각이 그로 하여금 혼돈의 바다를 꿀꺽 삼키고 싶어 하는 끔찍한 피조물들을 토해 내게 했다. 끔찍한 피조물이란 다름 아닌 귀신들이었다. 브라흐마는 이 마지막 피조물 때문에 무척 당황했다. 그러자 그의 머리에 나 있는 머리칼이 모두 빠져 버렸다. 그의 머리칼들은 모두 뱀이나 다른 파충류들처럼 배로 기어 다니는 생물이 되었다. 이 파충류들은 늪이나 덤불 더미 속, 바위 밑 등 어두침치만 곳에 몸을 숨김으로써 자신들의 유래를 떠올린다. 브라흐마는 귀신들을 만들어 낸 것 때문에 여전히 골치를 앓고 있었다. 그래서 음울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무서운 간다르바, 즉 시체를 먹는 악귀들이 생겨났다.
이번에는 브라흐마가 마음의 평정을 되찾고 유쾌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마음이 평화롭고 행복했던 젊은 시절로 돌아갔다. 이렇게 행복한 상태에서 새들이 창조되었다. 이번에는 새들뿐 아니라 더 많은 것들이 브라흐마의 몸에서 튀어나왔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오늘날 가지고 있는 성질은 그것들이 태어날 때 브라흐마가 했던 생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들은 현재의 세상이 지속되는 동안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브라흐마는 네 개의 머리와 네 개의 손에 물 항아리, 활, 작은 막대기, 베다 성전을 들고 있으며, 백조를 탄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 배우자 신인 사라스바티(Sarasvati)는 지혜, 언어, 음악의 신으로서, 피부색이 희고 우아하며, 공작을 타고, 손에는 비나(Vjna)라는 악기를 들고 있다.
2. 범천의 기원: 인도의 브라흐마 Brahma
아리안 계통의 문헌에 의하면 범천은 원래 비인격적인 우주의 원리를 뜻하는 브라만(Brahman)에서 유래한다. 브라만으로부터 우주가 창조되었다는 설이 점차 유력해짐에 따라 추상적이었던 브라만은 신격화, 의인화되어 남성신 범천이 되었고, 창조주 프라자파티와 동일시되었다. 베다계통 외에도 『마하바라타』와 같은 힌두교 문헌에서도 창조로서 범천의 기원이 언급된다. 이에 따르면 범천은 비슈누의 배꼽에서 핀 연꽃에서 태어나며 우주가 영겁의 순환으로 다시 전개될 때마다 비슈누로부터 세계창조의 역할을 부여받는다고 한다.
범천은 창조주적 신격과 함께 고행을 하는 청정한 수행자와 연관된다. 범천을 숭배하는 바라문들의 고행을 통해 범천의 고행자적 성격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신비주의적인 범아일여 사상을 표방하는 우파니샤드의 2도설에서는 범천에 이르는 길을 해탈의 목표로 제시하며 그 방법으로 고행을 적극 권장한다. 범천의 수행자적 성격은 인도신화에서 그가 타고 다닌다는 거위라는 매개체를 통해서도 극대화된다.
범천의 세계창조주와 수행자적 성격은 고행을 통해 연결된다. 우파니샤드에는 자기 증식을 원하는 범천이 고행을 통해 만물을 탄생시킨다. 범천이 지닌 창조주와 수행자적 성격은 그가 행하는 고행을 공통분모로 하는 것이다.
범천은 제석천과 함께 천신들에 대한 희생제를 중시하는 제식 만능주의와 이를 독점적으로 세습, 주관하던 바라문계급 지상주의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따라서 불교는 외도의 신이자 바라문교의 주용 숭배 대상인 범천과 제석천에 대해서도 원론적으로는 반대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불교는 범천과 제석천을 비판하기는 하였지만, 완전히 배척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호법신으로서 불교의 체계로 수용하였다. 불교가 바라문신들을 포섭한 이유는 교세확장을 위한 호교적인 목적보다도, 이들 천신 관념에 대한 정확한 성격 규정에 따른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범천과 제석천을 윤회를 벗어나지 못 하는 중생이므로 생사로부터 진정한 해탈의 길을 제시하는 부처의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불교의 일관된 입장이기 때문이다.
범천은 불교의 신으로 그 성격이 완전히 변모된 이후에도 본래부터 지녔던 개성은 여전히 불교 경전 속에서 잔존한다. 경전에 자주 보이는 범천 사함파티는 범천계의 우두머리인 사바세계 주(裟婆世界 主) 범천이라는 뜻으로 대범천, 대범천왕과 동의어인데, 바라문교의 세계창조주의 신격을 연상케 한다. 불교가 바라문교와 범천을 비판하고 제석천에 대해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태도를 취함에도 불구하고, 불교의 세계관에서 범천이 제석천보다 계위 상으로 여전히 우위를 지켰던 점 역시 불교 이전에 인도에서 범천이 최고의 신으로 숭배되었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불교에서 범천의 역할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불전류(佛傳類)의 경전이다. 불전에서는 범천과 제석천이 한 쌍을 이루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석가모니의 전 일생에 걸쳐 그를 따라다니며 보필하므로 불교의 신들 중 가장 비중이 큰 천신이라고 할 수 있다.
불전에서 범천과 제석천의 역할은 석가모니의 시종, 보호, 수행보조, 교화보조, 외도조복, 설법청문, 찬탄 등으로 다양하다. 이 역할들은 두 신이 한 쌍 혹은 홀로 등장하면서 이루어지는데, 이 행위들은 전형화되어 되풀이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연극의 무대세트처럼 하나의 고정된 기본모티프가 되어 훗날 미술의 표현방식에도 영향을 끼친다.
3. 고대 한국의 범천 신앙
한국에서 범천 신앙의 시작은 불교가 수용, 공인되는 삼국시대부터 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그 전부터 지배층의 조상신 관념과 결부된 재래의 천신신앙이 사회 운영과 정치의 이념으로 뿌리 깊었다. 범천은 고대 한국인들이 조상신으로 받들던 천신과 유사하여 낯선 존재가 아니었으므로 불교 교리의 이해가 깊지 않고 전통신앙의 영향이 강했던 불교 수용의 초기 단계에는 범천을 제석천과 함께 특히 왕실에서 믿었던 전통적인 천신으로 간주하는 경향을 보였다.
4. 범천과 관련된 신화
4. 1 프라자파티의 창조 1
프라자파티는 많은 자손을 얻기 위해 고행을 하였는데, 그의 몸이 타파스가 되자 그 몸에서 해, 달, 불, 바람, 새벽이 창조되었다. 프라자파티는 그들에게 자신처럼 고행을 하라고 명령하여 그들은 고행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 때 딸로 창조된 새벽이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녀에게 온 마음을 빼앗긴 그들의 수행은 물거품이 되고, 욕정을 이기지 못한 그들은 그만 씨앗을 흘리고 말았다. 그제야 후회를 한 그들은 아버지 프라자파티에게 이 사실을 말하며 씨앗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해달라고 간청했다. 프라자파티는 황금주발에 그 씨앗을 담았다. 그러자 그 속에서 일천 개의 눈과 발, 일천 개의 적중하는 화살을 가진 신이 나타났다. 그는 프라자파티에게 자신의 이름을 달라고 하며 이름이 없으면 음식을 먹을 수 없다고 말하였다. 그러자 프라자파티는 그의 이름을 브하바(존재)라고 하였다. 이로써 존재라는 이름이 나오게 되었고 이를 통하여 세상 모든 만물이 창조되고 존재하게 되었다.
4. 2 프라자파티의 창조 2
프라자파티가 수사슴의 형상을 하고 암사슴 형상을 취하고 있는 자신의 딸에게 욕정을 품고 다가가자 신들은 그를 벌줄 수 있는 존재를 찾았다.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형상들을 모았는데 이 존재가 루드라 신이 되었다. 신들은 무서운 형상들을 모아 만들어져 브후타(귀신들의 주인)라고도 불리는 루드라에게 프라자파티를 활로 쏘아 버리라고 명령했다. 루드라는 모든 짐승들의 지배자가 되는 소원을 들어주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신들이 그의 소원을 들어주어 그의 이름에는 짐승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었다. 루드라의 활에 맞은 프라자파티는 자신의 씨앗을 흘리며 하늘 위로 날아올랐고 이 때문에 프라자파티는 사슴이라 불리기도 한다. 사슴을 쏜 자 또한 그렇게 불린다. 암사슴은 로히니라 불리며 화살은 세부분을 가진 화살이라 불린다. 프라자파티의 씨앗은 땅에 떨어져 흘러 호수가 되었고 신들은 그 씨앗을 잃어버리지 않으려 아그니(불)로 감쌌다. 그러나 마루트(바람)는 그것을 흩어지게 하려고 바람을 불었다. 신들이 다시 아그니 바이슈바나라로 감쌌으나 마루트의 바람을 막을 수는 없었다. 불붙은 씨앗이 흘러내리며 첫 번째는 아디트야(해), 두 번째는 브리구(밝음), 세 번째는 아디트야들이 되었다. 석탄은 앙기라스들이 되었고 석탄이 꺼진 후 다시 불타올랐을 때 거기서 브리하스파티가 태어났다. 완전히 탄 석탄은 검은 가축이, 붉게 변한 대지는 갈색 가축이 되었고 재는 여러 형태의 가축이 되었다.
4. 3 푸루샤의 창조
푸루샤는 일천 개의 손과 눈과 다리를 가진 신이다. 푸루샤는 이미 있었던 것과 앞으로 있을 것의 전체이며 불사의 주인이고 음식으로 성장하는 모든 것의 주인이다. 모든 생명체는 그의 1/4로 만들어졌고 3/4은 천상에 있는 불사의 세계이다. 그는 모든 존재에 두루 퍼져 있다. 그로부터 비라즈가 태어났고 비라즈로부터 또 한 푸루샤가 태어났다. 신들은 처음 태어난 푸루샤를 제물로 희생제를 지냈다. 그 희생제물로부터 정제된 버터가 얻어졌고 그 버터로 공중, 숲, 짐승을 만들었고 그로부터 시, 찬가, 제사형식들이 나왔고, 말, 한 쌍의 앞니를 가진 동물들이 태어났다. 신들은 그를 많은 조각으로 나누었는데, 입은 브라흐만, 팔은 크샤트리야, 다리는 바이샤, 발은 수드라가 되었다. 그의 마음은 달이고 그의 눈은 해이며, 입으로부터는 아그니와 인드라가, 그의 숨결로부터는 바람이 탄생했다. 두 다리로부터는 대지가, 귀로부터는 하늘이 나왔다. 신들은 이렇게 세상을 장식했다.
4. 4 아트만의 창조
태초에는 오직 아트만(자아)만이 인간형태로 존재했다. 아트만은 자신 이외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고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이로써 '나'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아트만은 오직 자기 혼자라는 사실이 두려웠다. 그러나 자기 이외에 아무도 없기 때문에 두려워할 존재도 없다고 생각하자 두려움은 곧 사라졌다. 아트만은 혼자이기 때문에 기쁨이란 것이 없었다. 그래서 이제는 자신의 짝이 생기기를 원했다. 그는 자신을 두 조각으로 나누었다. 그래서 아트만으로부터 남편과 아내가 태어났다. 그는 자신의 빈 공간을 여성으로 채우고 그녀와 결합했다. 이로써 인류가 태어났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만든 나를 취해서 결합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그러한 잘못을 피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숨기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암소로 변하였다. 그러자 아트만은 수소로 변하였다. 이로부터 모든 가축이 태어났다. 그녀가 암말이 되면 그는 수말이 되고, 암양이 되면 숫양이 되고 이렇게 하여 아주 작은 개미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생물을 탄생하게 되었다. 아트만은 이 모든 것을 자신이 창조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입으로부터는 불구멍을, 두 손에서는 불을 창조했다. 습기 있는 모든 존재는 그의 정액으로부터 창조되었으며 그의 정액은 소마이다. 우주는 모두 음식과 음식을 먹는 자로 되어 있는데, 음식이 바로 소마이고, 아그니는 음식을 먹는 자이다. 모든 것은 바로 아트만의 창조이다.
4. 5 브라흐마의 창조
브라흐마는 프라체타스의 아들 다크샤에게 자손을 창조하도록 가르쳤다. 다크샤는 허물을 벗으면서 태어나는 존재, 알에서 태어나는 존재, 싹에서 나오는 존재, 습기에서 나오는 존재의 네 가지 형태로 자손을 창조하도록 하고 천년 동안의 고행을 수행했다. 그는 고행의 힘으로 그들을 생성하고 형태나 힘이 자신과 똑같은 신을 창조했다. 이어 그는 마음으로 성자들, 신들, 하늘나라 음악가들, 인간, 동물 등 모든 존재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 모든 존재들은 시바의 저주에 의해 더 이상 증가할 수 없었다. 다크샤는 자신의 짝을 찾아 자손을 창조하기를 원하여 프라자파티 비라나의 딸이며 우주 전체를 떠받칠 힘을 가진 아시크니를 아내로 맞았다. 영웅적인 힘을 가진 다크샤의 아들들인 하르야슈와들도 아버지처럼 자손을 번창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때 성자 나라다가 나타나 대지의 표면이 얼마나 되는지, 대지의 기준이 무엇인지 또 무엇이 창조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자손들을 창조하는 것은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아들들은 그 말을 듣고 그것을 알기 위해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퍼져 나갔으나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 아들들이 사라져버리자 다크샤는 비라나의 딸에게서 다시 수천명의 아들을 얻었다. 그들은 샤바라슈와라고 불렸는데 그들 또한 자손이 번성하기를 원하였으나 나라다로부터 같은 충고를 듣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그들 역시 돌아오지 않고 있고, 이에 화가 난 다크샤는 나라다에게 죽어서 태아가 되리라는 저주를 퍼부었다. 다크샤에게는 딸이 60명 있었는데 카샤파, 다르마, 소마, 쉬바 등 그리고 위대한 성자들도 그녀들을 아내로 맞이하였다.
4. 6 죽음의 발생
창조의 신 브라흐마가 생명체들을 창조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자 생명체들은 어느 하나도 죽지 않아서 우주 전체에 빈틈 하나 없이 들어차게 되었다. 브라흐마 신은 이제 이들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궁리하기 시작했다. 적절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그는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신체 각 구멍에서 불이 뿜어 나왔다. 신의 분노에서 나온 그 불은 온 우주와 생명체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그 때 루드라 신이 나타나 브라흐마 신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루드라는 생명을 창조한 신이 자신의 분노 때문에 그들을 파괴하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라며 더 이상 그들을 없애지 말아달라고 소원했다. 브라흐마는 자신도 생명체들이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나 대지를 가볍게 하기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며 자신의 분노를 사과했다. 그러나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루드라는 생명체는 한 번 파괴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므로 그들을 사랑으로 보살피려면 그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모든 생명체들이 완전히 파괴되지 않고 대신 삶과 죽음을 반복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곡히 애원했다. 브라흐마 신은 자신의 말과 마음을 조절하여 그로부터 주기적인 움직임(탄생)과 정지(죽음)를 만들었다. 이렇게 브라흐마가 분노의 불길을 억눌렀을 때 그의 신체 각 기관으로부터 붉은 빛깔의 여인이 나왔는데 그녀는 브라흐마의 오른편으로 갔다. 브라흐마는 그녀에게 그녀는 죽음의 여신으로 불릴 것이며 어떤 생명체든지 예외를 두지 말고 죽음을 선사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원래 인류의 행복을 위해 일하기를 원했던 그녀는 비참한 절망에 사로잡혀 차라리 고행을 할지언정 죽음을 부여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고 간청했다. 그러나 브라흐마는 그녀의 청을 단호히 거절하고 바로 가서 그 일을 실행할 것을 명령했다. 그녀는 약속하지 않고 그 즉시 데누카로 달려가 극단적인 고행을 수행했다. 수행 중에도 브라흐마는 명령을 수행할 것을 재촉했다. 그러나 그녀는 백만 년 동안 맹수들과 생활하기도 하고 2만년은 아무 것도 먹지 않았으며 8천년 동안은 물속에서 침묵을 지키는 등 오직 브라흐마 신을 만족시키기 위해 온갖 고행을 수행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의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그녀가 그의 명령을 어기게 될까 두려워하며 다시 한번 간청하자 브라흐마는 냉정하게 꾸짖으며 모든 신들이 그녀의 행복을 위해 힘쓸 것이며, 생명체들이 그녀를 절대로 비난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브라흐마는 저주 섞인 명령을 내렸다. 그녀의 정의로운 행동 속에는 절대로 법에 어긋나는 일이 없지만 그녀가 흘리는 눈물과 애원하는 일은 시간이 되면 도리어 인간을 괴롭히는 병이 될 것이며, 마지막 시간이 되면 그녀, 곧 죽음은 욕망과 분노를 함께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이제 공평하게 그 일을 수행할 것을 명령했다. 그녀는 마침내 굴복하고 말았다. 그래서 그녀는 마지막 시간이 되면 생명체들의 생명력을 파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가 흐르는 눈물은 때가 되면 생명체를 파괴하는 병이 되었다고 한다.
4. 5 『화엄경』 불승수미정품(佛昇須彌頂品)
한편 제석천은 세상의 그 어떤 것도 파괴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고 또 착한 것을 좋아하고 악한 것을 미워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싸움을 좋아하는 악신인 아수라(阿修羅, asura)의 군대를 가끔 쳐부수어 세상을 평화롭게 만든다. 그런데 세상에 착한 무리가 늘어나면 제석천의 힘이 커지고 악한 무리가 늘어나면 아수라의 힘이 커지므로 일찍이 석가세존이 대각(大覺)을 이루고 그 깨달은 불법(佛法)을 사람들에게 전파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을 때, 착한 무리들이 늘어나야 하니 불법을 설해야 한다고 범천왕과 함께 간청하여 석가세존의 허락을 얻어냄으로써 불교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방광대장엄경(方廣大莊嚴經)』 권10 대범천왕권청품(大梵天王勸請品)에서 그 정황이 다음과 같이 나타나 있다.
“내가 증득한 심히 깊고 미묘한 법은 가장 지극히 고요하여 보기도 어렵고 깨닫기도 어려우며 분별하고 생각하여 풀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오직 여러 부처님만이 알 수 있을 뿐이다. 만약 이 법으로 사람들을 위해 연설한다면 저들은 모두 깨달아 알 수 없을 터이니 헛되이 그 공력만 버리고 이익 될 바 없을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나는 응당 잠자코 있어야 한다.”
그 때 대범천왕이 부처님의 위대한 신통력으로 여래께서 가만히 계시는 까닭을 알고 석제환인의 처소에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교시가야 너는 지금 마땅히 알아야 한다. 세간 중생들이 사는 곳에 생사의 검은 수풀이 드리워져서 선법(善法)이 줄어들고 악법이 늘어나고 있다. 어째서냐 하면 여래께서 버리시고 법륜(法輪)을 굴리시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마땅히 부처님 계신 곳으로 함께 가서 여래께 권청(勸請)해야 한다. 어째서냐 하면 (과거의) 여러 부처님께서도 만약 권청하지 않으면 모두 가만히 계셨기 때문이다.”
대범천왕 및 석제환인, 사천왕천, 33천, 야마천, 도솔타천, 낙변화천, 타화자재천, 범중천(梵衆天), 범보천(梵輔天), 광음천(光音天), 광과천(光果天), 편정천(遍淨天), 정거천(淨居天) 내지 아가니타천(阿迦尼天)이 빛을 발하며 한밤중에 다연림(多演林)에 이르러 부처님께 향하여 정례(頂禮)를 드리고 나서(중략) 석제환인이 합장하고 부처님께 향하여 게송으로 법륜을 굴리시기를 청하였다.
간청에도 불구하고 여래께서 그대로 가만히 계시니 대범천왕이 자리에서 일어나 편단우견하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며 합장하여 부처님께 향하여 법륜 굴리시기를 게송으로 청하였다.
이렇게 제석천과 범천왕이 계속 권청하였으나 석가세존은 계속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어찌할지를 고심한다. 그 결과 중생을 상, 중, 하 3종의 근기(根機)로 나눌 수 있는데 상근기를 타고난 이들은 설법을 하지 않아도 깨달을 수 있고 하근기의 중생은 설법을 해도 깨닫지 못하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근기의 중생들은 설법을 하게 되면 바로 깨달아 알 수 있으니, 자신이 출현한 것은 이들에게 설법해주기 위해서라는 판단을 내린다.
그래서 게송으로 대범천왕에게 설법하기로 한 사실을 통보한다. 이 허락을 받아낸 범왕이 펄쩍펄쩍 뛰며 기뻐하다가 세존께 정례를 드리고 날아가 버리자 이때에 지신(地神)이 허공신(虛空神)에게 이렇게 소리쳤다.
“여래께서 지금 범왕의 권청을 받아들여 법륜을 굴리고자 하신다. 한량없는 여러 중생을 불쌍히 여기셨기 때문이고, 한량없는 여러 중생을 이익 되게 하시려는 때문이며, 한량없는 여러 중생을 안락하게 하시려는 때문이고, 선인(善人)을 늘리고 악한 무리를 줄이려는 때문이며, 여러 중생을 열반에 들게 하려 하신 때문이다.”
지신이 이 말을 마치자 한 순간에 허공신이 듣고 차례로 전해서 아가니타천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참고문헌 및 도판
▒ 참고 문헌
김영주,『조선시대불화연구』, 지식산업사, 1986.
김정희,『신장상』, 대원사, 1989.
이승희,「조선후기 신중탱화 도상 연구」, 홍익대 석사학위 논문, 1998
허형욱,「통일신라 범천 ․ 제석천상 연구」, 홍익대 석사논문, 2002.
홍윤식 외 8인,『불교민속학의 세계』, 집문당,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