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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도사

선관도사
민속신앙이나 무속 신앙에서 자연신과는 다르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사령신이다. 자연신이 신, 신명, 신령 등의 이름으로 호칭되는 경향을 갖고 있는데 비하여, 사령신은 주로 귀신으로 불려진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구별이다. 사령신에는 국가나 촌락 공동체, 씨족의 시조령, 조상령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조상숭배, 특히 조상 영혼 숭배가 귀신 신앙의 중요 부분임을 헤아리게 된다. 귀신이 곧 조상령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 있다. 조상신이 흰빛의 선의의 귀신이라면, 검은빛의 악의의 귀신은 무속, 민속신앙 현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귀, 잡귀, 객귀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이들 사령은 유가족이나 후손에 의해 가족신으로 모셔지지 못한 것들이다. 통틀어서 원귀, 원령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이들은, 저주와 재앙, 질병의 원인으로서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의 무속 신앙이 시베리아의 검은 샤머니즘과 유사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들은 따로 '떠도는 넋'으로 간주되어 객귀로 불려진다.
보통 사람은 우연히, 피동적이며 일시적으로 그런 귀신과 직접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나 무당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서 능동적이고 정기적으로 귀신과 직접 교류를 한다. 따라서 무당의 권능은 특별히 숭상을 받게 된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은 무당을 통해 간접적으로 신과 만나게 된다. 무당이라는 영매를 통하여 귀신과 대좌하고, 그래서 의사를 서로 통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의 종교 심성 또는 종교적 의식 구조의 특색이다. 이 경우, 사령인 귀신은 '어둠 속의 영혼'이라는 함축성을 지니게 된다. 그 귀신은 어느 인간의 모든 과거와 그가 속했던 세계에 대한 모든 기억을 간직하게 된다. 특히, 정신적 상처가 심했던 것일수록 그 기억은 강해진다. 일반적인 경우, 귀신은 스스로 과거의 일을 치유하기 못하고 있다가 무당의 힘을 빌려 생존해 있는 사람에게 호소함으로써 치유받고자 한다. 이같이 보통 사람의 사령인 귀신은 재앙의 원천일 뿐, 특별히 영험하거나 힘이 있는 존재로 생각되지 않는다. 다만, 영아의 사령과 처녀 총각의 사령, 그리고 특출한 인물의 사령은 앞날을 예언하고 재앙을 막아주는 등 영험 있는 귀신으로 생각되고 있다. 무당에 의해 ‘몸주', 곧 신체의 주인 또는 지배자라고 불리는 귀신은 대개 이에 속한다.
귀신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지만, 크게 명도, 동자 동녀, 몽달귀신, 처녀귀신, 선관도사, 선녀부인, 보살, 도사, 터귀신, 달걀귀신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우리 민담이나 전설에서 쉽게 등장하는 소재들이다. 그런 만큼 친근한 존재이기도 하며 옛날 전통사회부터 이러한 귀신들과 말을 하거나 또는 무당의 몸에 귀신이 들어와서 기이한 예언이나 병을 치료한다고 여겨졌다. 옛날만큼은 아니더라도 현대사회에서도 길을 가다가 간혹 점집을 볼 수 있는데, 아무리 과학이 발달했다고 해도 무당에게 의존하는 사람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듯 하다.
신방(神房)이라 불리는 제주도 무당들은 신령이 일만 팔천명이나 된다고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닐 지라도 숫자 면에서나 종류 면에서 지극히 다양한 것은 틀림없다. 신령을 종류별로 크게 나눌 때 보통 천신류, 지신류, 인신(人神)류, 잡귀류의 보통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주종을 이루는 부분은 천신과 지신류로서 일월성신에 관한 신령, 또 산신, 수신(水神) 등 자연계에 있는 사물이나 현상을 의인화하여 만든 신령을 통칭해서 말하는데 전체 신령의 60%이상을 점유한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전통적으로 농경사회였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반면 인신에는 구체적인 예가 몇 가지 보이는데, 보편적인 인신으로, 먼저 영웅적인 생애를 살았으나 비참한 최후를 마친 장군들의 경우가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최영 장군으로 고려왕조를 지키기 위해 왜구의 침입을 막아 냈지만 결국 이성계에게 처참히 처형되고 마는 비극적인 생애에 민중들이 크게 공감했던 것 같다. 그러나 비슷한 류의 장군이라도 이순신 장군 같은 경우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부족한 탓인지 신령으로 모셔지지 않았다. 연산군, 광해군 등도 신령에 포함되는데 아마도 왕을 나라 자체로 보던 시절의 왕의 비극에 대한 연민 때문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다른 종교로부터 빌려온 신령도 적지 않다. 이 면에서는 도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도교에서든 무교에서든 굉장히 힘이 센 것으로 간주되는 신령은 관우 혹은 관성제군(關聖帝君)으로 불리는 관운장이다. 불교계 신령으로는 부처 그 자체를 모시기도 하고 제석(帝釋)과 같은 가공의 인물을 모시는 경우도 있다. 한편 이렇게 역사적인 인물은 아니지만 역사적 현상 혹은 사건이 의인화 되는 경우도 있다. 호구신은 천연두를 의인화 하거나 고려 때 몽고로 끌려간 처녀들의 수호신을 말할 때 부르는 신령인데, 이것은 민중들의 쓰라린 체험을 무당들이 함께 나누면서 그 슬픔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 낸 신령으로 생각된다. 이 외에 탐욕스런 대감신, 무조(巫祖)라 불리는 바리데기 등 많은 신령들도 이 인신의 범주에 포함된다.
그러면 이 신령들은 다른 종교와 비교해 볼 때 어떤 성격을 가졌을까? 가장 큰 특징으로는 아마도 선신(善神)과 악신(惡神)의 구분이 분명치 않은 것을 들 수 있겠다. 신령과의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신령의 본성이 어떻다는 것보다는 그 신령을 어떻게 대접하느냐이다. 가령 병을 주는 별로 좋지 않은 신이라 할 수 있는 별상이나 호구는 대접하지 않으면, 즉 달래지 않으면 탈이 나기 때문에 모시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시는 신도들의 이익을 위해 다소 실리적인 계산에서 신을 모시는 것이다. 또한 이 신령들간에는 서로 횡적 연관성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모두 자기의 직분만 담당하지 다른 신의 영역에는 별로 간섭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악귀가 헤친다고 해도 선신이 적극적으로 나와서 이것을 퇴치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신령이나 귀신 중에서 도사에 대해 쉽게 설명하자면, 우선 산신도사나 계룡산도사 같이 뭔가 앞에 이름을 붙인 다음에 뒤에 도사라고 하는 글자가 붙어있는 무녀의 집에서는 할아버지의 영혼이 있는 경우이다. 즉, 다시 말해서 할아버지로 자신의 수명을 누리고 돌아가시면 도사가 되는데, 과연 수명을 누리고서도 저승을 가지 못하고 구천을 헤매는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하지만, 좀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조금은 추측할 수 있다. 주로 도사라고 일컬어지는 사람은 죽어서 무슨 산에서 도를 닦았다고 하는 말을 즐겨 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다시 고려해 본다면 죽어서 영혼이 도를 닦았다기 보다는 혹 생전에 산에서 도를 닦은 것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가령 어떤 사람이 일생을 산에서 도를 닦으면서 살다가 명확하게 자신의 일대사 인연을 깨닫지 못하고 그렇게 죽었다면 아마도 역시 한이 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론 불교의 관념으로 생각이 되어 있었다면 다시 다음 생의 몸을 받아서 공부를 계속하면 된다고 하겠지만 뭔가 도를 통해서 돈도 좀 벌어보고 또 부귀영화를 얻어 보려고 하는 마음으로 도를 닦았다고 한다면 죽음 때문에 힘들게 수련했던 도를 그렇게 간단하게 포기를 할 성질의 것이 아닌 것이다. 쉽게 예를 들어서 일생 먹고 싶은 것을 다 먹어보지 못하고 솔잎이나 뜯어먹으면서 도만 깨치면 모든 것이 얻어진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 사람이 원하는 것도 해보지 못하고 마음속에 미뤄뒀다가 이제 그나마도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는 것을 느꼈을 때에 생기는 그 허탈감은 엄청난 것이 될 것이다. 따라서 그 한을 풀어야만 다른 것으로 환생도 가능하겠기에 이렇게 자녀의 몸을 의지해서 도사의 깃발을 날리면서 점쟁이의 길을 택하게 될 가능성도 상당히 유력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가정하에 선관도사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대체로 결혼을 하고 자녀를 두고 살다가 떠나게 되면 그렇게 집착을 하지는 않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뭔가 한이 남은 영혼은 이렇게 선관도사라고 하는 이름으로 다시 무녀의 몸에 실려서 남의 길흉사를 예언 해주고 호구지책을 삼는 모양이다. 따라서 이러한 무녀의 집에는 선관이라고 하는 글이 붙어있는데, 결혼을 하고 죽으면 이렇게 대우를 받는 모양이다. 즉 결혼을 하고 아마도 환갑 전에 죽은 남자를 선관도사라고 일컫는 거라 생각된다.
참고문헌 및 도판
▒ 참고 문헌
황루시, 우리무당이야기, 풀빛, 2000.
김태곤, 한국무속연구, 집문당, 1981.
최길성, 무속의 세계, 정음사, 1984.
민속학회, 무속신앙, 교문사, 1989.
김태곤, 무속과 영의 세계, 한울, 1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