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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천왕

소천왕

소천왕에 대해서는 단순히 대천왕과 함께 하늘에 있는 중으로써 제석신을 도우며 인간 중생들을 구제하는 신으로 설명만이 나타난다. 이 밖에 다른 자료는 전혀 없다. 『법화삼부경(法華三部經)』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전해진다.

그 때 미륵보살이 자리로부터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올리고 합장(合掌)하고
부처님을 향해 게송(偈頌)으로 말씀하되,

부처님께서 설하신 희유(希有)한 법(法)은 예로부터 일찍이 듣지 못한 바라,
세존(世尊)은 큰 힘이 있으시고 수명(寿命)은 가히 헤아리지 못할지며,
수없는 모든 불자(仏子)는 세존께서 분별(分別)하여
법리(法利) 얻은 자를 설하심을 듣고, 기쁨이 몸에 가득 찼나이다.
혹은 불퇴지(不退地)에 머무르고 혹은 다라니(陀羅尼)를 얻으며
혹은 무애요설(無碍樂説)과 만억(万億)의 총지(総持)를 얻음이라,

또한 대천계(大千界) 미진수의 보살은 각각 다 능히 불퇴(不退)의 법륜(法輪)을 전하며
또 중천계(中千界) 미진수(微塵数)의 보살은 각각 다 능히 청정한 법륜을 전함이라.
또 소천계(小千界) 미진수의 보살은 각각 팔생(八生)에서 불도(仏道)를 이룩하여 얻으며
혹은 사삼이(四三二)의 이같은 사천하(四天下) 미진수의 모든 보살은
생(生)의 수(数)에 따라 성불(成仏)하리라.

세계란 수미산을 중심으로 사주(四周)의 철위산(鐵圍山)을 한계로 하고, 위로는 일(日)․월(月), 사천왕천, 도리천, 야마천, 도사다천(兜史多天), 낙변화천(樂變化天), 타화자재천을 포함하는 욕계(欲界)와, 색계(色界)의 초선(初禪)인 범중천(梵衆天), 범보천(梵輔天), 대범천(大梵天)을 가리킨다. 이런 세계가 천이 모인 것이 소천세계다. 따라서 소천왕은 이 소천세계의 왕으로 설명될 수 있다.
위의 설명과는 다르게 소천왕과 관련하여 제주도 창조신화인 천지왕 본풀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여기서의 소별왕과 대별왕이 소천왕과 대천왕을 가리키는지는 나타나있지 않지만, 이 밖에 소천왕에 대한 자료가 전혀 없기 때문에 관련지어 설명한다.)

태초(太初)에 천지(天地)는 혼돈으로 있었다. 하늘과 땅이 금이 없어 서로 맞붙고, 암흑(暗黒)과 혼합(混合)으로 휩싸여 한 덩어리가 되어 있는 상태(状態)였다. 이 혼돈천지(混沌天地)에 개벽의 기운(気運)이 돌기 시작(始作)했다. 갑자년(甲子年) 갑자일(甲子日) 갑자시(甲子時)에 하늘의 머리가 자방(子方)으로 열리고, 을측년(乙丑年) 을측월 을측일 을측시에 땅의 머리가 측방(丑方)으로 열려 하늘과 땅 사이는 금이 생겨났다. 이 금이 점점 벌어지면서 땅덩어리에는 山이 솟아오르고 물이 흘러내리곤 해서, 하늘과 땅의 경계는 점점 분명(分明)해져 갔다.
이때, 하늘로는 청이슬이 내리고 땅으로는 흑이슬이 솟아서 서로 합수(合水)되어 음양(陰陽)으로 상통(相通)으로 만물(万物)이 생겨나기 시작(始作)했다. 먼저 별이 생겨나고 아직 태양(太陽)이 없을 때, 천황닭이 목을 들고 지황닭이 날개를 티고, 인황닭이 꼬리를 치니 갑을동방(甲乙東方)에서 면동이 트기 시작(始作)했다.
이때 하늘의 옥황상제(玉皇上帝) 천지왕(天地王)이 해도 둘 달도 둘을 내보내어 천지(天地)는 활짝 개벽이 되었다.
어느날 천지왕(天地王)은 마음씨 고약한 수면장자를 벌주기 위하여 지상(地上)으로 내려와 총명부인과 배필(配匹)을 맺었다. 며칠간의 동침 후 천지왕(天地王)은 하늘로 올라가고 총명부인은 대별왕과 소별왕 형제를 낳았다. 형제는 자라나서 아버지가 증거물로 남기고 간 박씨를 심었다.
박씨는 움이 돋아 하늘로 줄이 뻗어갔다. 형제는 그 박줄을 타고 하늘에 올라가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는 형인 대별왕에게 이승을, 아우인 소별왕에게 저승을 차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욕심(慾心)이 센 소별왕은 이승을 차지하고파서 형에게 서로 경쟁(競争)을 하여 이기는 자가 이승을 차지하자고 제안(提案)했다. 그래서 먼저 수수께끼로 다투어서 지자, 다음은 꽃가꾸기 내기를 하여 속임수로 이겨서 이승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를 알면서도 양보(譲歩)한 형은, 이승은 매우 질서(秩序)가 혼란(混乱)한 세계(世界)가 될 것이라고 하며 저승으로 가 버렸다.
소별왕은 이승에 오고 보니, 과연 해도 둘이 뜨고 달도 둘이 뜨고 초목(草木)이나 짐승까지도 말을 하고 인간(人間)에 도둑, 불화, 간음이 성행(成行)하고, 사람 불러 귀신이 대답(対答)하고 귀신 불러 사람이 대답(対答)하는 실정(実情)있었다. 할 수 없이 소별왕은 형에게 이 혼란(混乱)을 바로잡아 주도록 부탁했다. 형은 활과 살을 가지고 해 하나 달 하나씩을 쏘아 바다에 던져 하나씩만 남기고 송피가루 닷 말 닷 되를 뿌려서 짐승들과 초목의 말을 못하게 하고, 귀신과 인간은 저울로 배근이 넘는 것은 인간(人間)으로, 못한 것은 귀신으로 보내어 인간과 귀신을 구별지어 주었다. 그러나 자잘한 질서(秩序)는 바로잡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人間)의 불화, 도둑, 간음 등 죄악(罪悪)은 오늘날도 남아 있는 것이다

다른 본에는 지상권투쟁을 하는 부분에 있어서 수수께끼를 내는 사람이 대별왕인 것도 있고 소별왕인 것도 있다. 또 대별왕이 이기는 것으로 묘사한 본도 있고 소별왕이 이기는 것으로 된 본도 있다. 저희들끼리 싸움을 하여 차지하는 것으로 나오기도 하고 천지왕이 분배해 주는 것으로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본을 통해 공통된 것은 생명에 대한 이해력과 꽃을 잘 피울 수 있는 능력이 지상권을 차지할 자격유무를 가린다는 점이다. 하지만 결말은 반전되어 능력이 부족한 자가 간계를 써서 이승을 차지해 버리는 쪽으로 귀결된다. 즉, 12개의 대표적인 일반 본풀이중 하나인 천지왕 본풀이에서 나타나는 소천왕은 쌍둥이 형인 대천왕을 속여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인물을 보여준다.
총명부인의 두 아들은 각각 착한 자와 악한 자를 대변한다. 선과 악은 한 몸에서 태어난 것이며 이 두 원칙은 세계의 가치관을 지배하는 두 축이다. 천지왕이 지상에 체류한 기간으로 보아 대별왕과 소별왕은 쌍둥이이므로 형과 아우의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 부조화를 이루고 있는 두 개씩의 해와 달을 정비하고 세상에 질서를 가져오는 이 형제들이 투쟁 과정에서 순서가 역전됨으로써 인간사가 불안해진다. 이겨야 할 자가 지고 져야 할 자기 이겼기 때문이다. 결국 이 신화의 목적은 질서, 즉 선한 것 가운데에서도 아직 무질서한 악의 여지가 남아 있는 사회현상을 설명한 것으로 보이며, 나아가 “선한 힘보다 오히려 악한 힘이 세계를 지배하는 것 같다.”는 소박한 의문까지 담고 있다.
천지왕과 총명부인의 동침, 이들에게서 태어난 두 아들, 또 그 중 작은 아들의 집권. 이같은 이야기는 물론 어떤 역사적인 사실이 신화한 것으로 상정해 볼 수도 있다. 애초에 지도자였던 천지왕은 세력이 커진 수면장자를 제압하는데 역부족을 느끼게 되고, 이를 눈치챈 총명부인이 천지왕과 결탁하여 수면장자를 제거하고 아들인 대․소별왕에게 권좌를 물려준다. 이에 야심 많은 소별왕은 정통성을 가진, 형 대별왕을 제거할 수밖에 없다. “대별왕이 지하를 차지했다.”는 말은 “대별왕은 죽었다.”는 말과도 같다.
역사적 사건이라면, 소별왕이라는 인물은 간계를 써서 대별왕을 죽이고 성대한 예식을 치르며 땅에 파묻고 나서 “대별왕은 지하로 내려가서 사후의 세계를 지배하게 됐으니 너희들은 이제부터 내 말을 따르라.”고 선언했을 것이다.
즉, 신화에서, 역사적 사건이라고 가정했을 경우에도 소천왕은 간계를 써서 능력과 정통성을 지닌 형의 자리를 빼앗는 부정적 인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형제간의 다툼 이야기는 성경에서의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와도 비슷하다. 자신의 예물은 받지 않으신 하나님의 동생 아벨의 제물을 받는 것을 시기한 형 카인이 결국엔 동생을 죽이고 하나님에게 벌을 받게 된다는 내용에서도 능력이 있는 자와 없는 자가 등장한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악인이 벌을 받게 되어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성격을 띤다. 여타의 신화나 민담에서도 결국인 선인이 악인을 이긴다는 결말을 맺는다. 그러나 천지왕 본풀이의 소별왕은 승리자가 되기 때문에 다른 신화와는 다른, 특이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참고문헌 및 도판

▒ 참고 문헌
고대경, 신들의 고향, 중명, 1997.
동국대학교 불전간행위원회, 불교미술개론, 동국대학교 불전간행위원회, 1980.
홍윤식, 불교와 민속, 동국대학교 불전간행위원회, 1980.
국제문화재단, 한국의 불교문화, 시사영어사,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