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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귀

정신귀

1. 귀신

1.1. 귀신의 개념
귀신은 초인간적이며 초자연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주체라고 믿는 대상으로 간략히 설명될 수 있다. 제주도의 「천지황본풀이」에서 ꡒ금세상에 어느 성인이 먼저 나시고 어느 귀신이 먼저 나셨습니까.ꡓ라고 노래할 때의 귀신은 이러한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좁은 뜻으로 쓰일 때는 죽은 이의 넋, 곧 사령(死靈) 또는 사령귀를 지칭하기도 하는 말이다.
귀신은 우리나라 사람의 신앙행위와 신비체험의 대상들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신앙이나 민속현장에서 그 개념이 매우 다양하다. 흔히 일상어에서 ‘귀신 곡할 노릇’이라거나 ‘귀신도 모를 일’이라고들 하는데, 그것은 귀신의 개념 그 자체가 많은 변화를 지닌 복합적인 것임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귀신의 개념 속에는 무속신앙, 유교, 도교 그리고 불교 등에 연원을 둔 개념들이 얽혀 있는 만큼, 단정적인 정의로는 그 정체를 파악하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신, 귀, 잡귀, 객귀(客鬼), 여귀(羈鬼), 그리고 신명, 신령, 신인 등의 개념이 귀신과 서로 얽혀져 있다. 더불어 자연신적인 것, 의인신적(擬人神的)인 것, 심지어 주물신앙(呪物信仰)의 대상이 됨직한 물령적(物靈的)인 것까지 겹쳐 있어 귀신이라는 개념이 지닌 복합성은 더욱 더 짙다.
우리나라의 민속신앙 및 무속신앙의 현장에서 행해지고 있는 실제의 귀신론에서 사령신이 가지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전제한다면, 귀신을 범신론적인 것과 사령신적인 것의 두 범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러한 전제를 앞세울 때, 범신론적 귀신은 다시 크게 보아 성스러운 신이(神異)의 초월적(초자연적) 존재와 공포스러운 괴이(怪異)의 탈자연적 존재라는 두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이 두가지 기본적 기준과 그에 관련된 세부적 기준들은 사령신의 귀신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1.1.1. 범신론적 귀신

1.1.1.1. 신이(神異)의 초자연적 존재
신이의 초자연적 존재 귀신이라는 개념은 먼저 중국의 역대 사서(史書)들이 우리나라의 상고대사회의 종교현상을 기술하는 가운데에서 사용하였다. 가장 오래된 기록은 『후한서 (後漢書)』 고구려전에 실려 있다.

즐겨 귀신․사직(社稷)․영성(靈星)을 받들고 시월에는 하늘에 제사드리면서 크게 무리짓는다. 이를 일러 동맹이라 한다. 그 나라의 동쪽에 큰 굴혈이 있고 이를 맡은 신을 수신(隧神)이라고 하거니와 이도 역시 시월에 맞이해서 제사를 드린다.

또한 마한에 대한 기사도 전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항상 오월에는 밭일하고 귀신에게 제사드리면서 밤을 새워 술마시고 가무를 행한다. (중간 생략) 또한 소도(蘇塗)를 세운다. 즉 큰 나무를 세워서 이에 방울을 걸고 그럼으로써 귀신을 섬긴다.

그밖에도 다음과 같은 기록들이 전해지고 있다.

그 살고 있는 곳 좌우에 큰 집을 짓고 귀신에게 제사드린다. 또, 영성이며 사직을 받든다.(『양서』 동이전 고구려)

언제나 오월에 귀신에게 제사 드린다. 노래하며 춤추고 술마시면서 밤낮 없이 어울리되 그 춤에는 수십명이 참여하기도 한다.(『삼국지』 위서 삼한)

그 풍속이 귀신을 중히 여겨서 매양 오월에 씨뿌림과 밭갈이가 끝나면 무리져 노래하고 춤춘다. 그럼으로써 신에게 제사드리는 것이다. 시월에 농사일이 끝나면 역시 이와 같이 한다.(『진서』 동이전 마한)

이들 여러 인용문에서는 다만 고구려나 삼한에서 귀신을 섬겼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뿐 그 귀신의 정체에 관한 내용은 없다. 물론, 고구려나 삼한의 사람들이 그들의 신앙의 대상을 원래 귀신이라고 불렀다고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고구려, 삼한 사람들이 신앙의 대상으로 섬겼던 존재가 중국인들에게 귀신이라는 관념으로 인식되는 신앙의 대상이었다고 파악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그것을 복원하거나 확인하기는 불가능하고, 다만 귀신이라는 한자어에 담긴 신앙의 대상의 속성을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위의 여러 기록에서 귀신의 속성을 비교적 쉽게 유추할 수 있는 근거를 지닌 부분을 따로 추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항상 오월에는 밭일하고 귀신에게 제사 드리면서 밤을 새워 술마시고 가무를 행한다.’ 둘째, ‘소도를 세운다. 큰 나무를 세워서 이에 방울을 걸고 그럼으로써 귀신을 섬긴다’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첫째의 것은 삼한 또는 마한의 것으로, 이 경우 귀신은 농사굿과 분명하게 맺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오월에 씨뿌리고 난 뒤와 시월에 농사 끝나고 난 뒤 귀신에게 제사 드리는데 춤과 노래를 더불었다고 한 것으로 보아 후세의 별신굿이 능히 연상될 수 있다. 두 번째 기록에서 소도를 후대에까지 전해진 솟대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더하여 다시 방울이 걸린 장대마저도 솟대 또는 서낭대라고 생각한다면, 여기서도 귀신이라는 개념이 서낭신에 매우 근접하여 있음을 헤아릴 수 있다. 꿩의 털과 방울이 달린 장대는 가장 흔하게 보는 서낭대의 한 종류이다.
이같은 성격을 지닌 신앙의 대상을 우리는 본래부터 고유한 명명법(命名法)으로 무엇이라고 불렀겠는가 하는 문제를 당장에 풀 수 없다고 하더라도, 마한(또는 삼한)과 고구려시대에 중국인에 의하여 귀신이라고 명명된 신앙의 대상을 크게 보아 인격화된 자연신이거나 신격화된 자연이라고 추정하여도 좋을 것이다. 그것은 한 지역공동체가 굿을 통해 섬기는 풍요의 신이고 우주론적인 함축성을 간직하고 있었던 존재이다. 이러한 경우, 귀신의 개념은 유일신교적인 절대신(God)의 경지에까지는 미치지 못한다고 하여도, 초자연적 존재로 인격화되거나 의인화된 다신교적인 제신(gods)의 개념에 매우 근접하게 된다.

1.1.1.2 괴이의 탈자연적 존재
『삼국유사』는 신라 제25대 진지왕 때의 비형랑(鼻荊郎) 이야기를 전하면서, 앞의 중국의 기록들이 고구려며 삼한(마한)의 것이라 하여 제시한 귀신의 개념과는 사뭇 다른 ‘귀’의 개념을 보여주고 있다.

비형은 죽은 진지왕이 생시와 같은 모습을 하고서 살아 있는 도화와 인연을 맺은 끝에 태어난 인물이다. 말하자면 사령(死靈)과 산 여인 사이에서 태어난 것이다. 진평왕이 그를 거두어서 궁중에서 길렀는데, 열다섯살쯤 되자 매일 밤 멀리 도망을 가곤 하였다. 왕이 힘센 용사 50인으로 하여금 그를 지키게 하였으나 매번 허사였다. 번번이 월성을 날아서 넘어서는 서쪽으로 가 황천 둑 위에서 귀(鬼)의 무리들을 데리고 놀았다. 용사들이 수풀 속에 몸을 숨기고 엿보았더니, 그 귀의 무리들은 여러 절의 새벽 종소리를 듣고는 제각각 흩어져갔으며, 그제서야 비형랑도 돌아오는 것이었다. 이 사실을 보고 받은 왕이 비형랑에게 다리를 놓게 하였더니 그는 단 하룻밤 사이에 큰 돌다리를 놓았다. 그 다리 이름을 귀교(鬼橋)라고 한 것은 바로 이 까닭이다. 또, 귀의 무리 가운데서 길달이라는 자가 뽑혀서 왕정을 보필하였는데, 뒤에 여우로 변하여 도망가자 비형랑이 다른 귀를 시켜 이를 잡아 죽이니, 귀의 무리들이 비형랑의 이름만 듣고도 놀라서 달아나곤 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당시 사람들이 ‘거룩하신 제왕께서 / 낳으신 아들 / 비형랑이 여기 머물렀도다 / 날고 뛰는 뭇 귀의 무리들은 / 이곳에 머물지를 말지어다.’라는 노래를 지어 붙임으로써 귀를 쫓았다.

이 이야기에서 보이는 귀의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밤에만 나타나서 행동하는, 즉 야행성을 지니고 있으며, 둘째 사람 모습을 하고 사람과 똑같이 행동할 수 있으며, 셋째, 여우와 같은 모습으로 둔갑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그리고 넷째, 특출한 초인적 능력을 향유하고 있는 등 크게 네가지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귀’의 속성은 후세의 도깨비와 매우 근접한 것이다. 여기에서 중국의 역대 문헌에 전하는 고구려나 마한(삼한)의 귀신과 『삼국유사』의 ‘도화녀 비형랑’의 귀 사이에 비교적 분명한 선을 그을 수 있게 된다. 『삼국유사』의 ‘귀’는 첫째 초인적이거나 초자연적이되, 신성하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그러한 뜻에서 그들의 이적(異蹟)은 신이롭기보다 괴이하게 여겨진다. 따라서, 그들은 초자연적이기보다 탈자연적이라고 부르는 것이 보다 더 적절할 것이다. 둘째, 귀는 사람들의 신앙의 대상이 아니다. 즉 그들에게 굿이나 믿음이 바쳐지고 있지 않으며, 그들은 주술에 의하여 사람들에게서 쫓겨나는 존재로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그들이 사람들에 의해 불려지기 나름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사람에게 이롭기보다 해롭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중국의 역대 사서들이 제시한 고구려와 마한(삼한)의 귀신과 『삼국유사』, ‘도화녀 비형랑’에 나타나는 귀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분명해지는데, 전자의 ‘귀신’은 신이의 초자연성, 신앙과 외경의 대상, 이로움, 우주론적 존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고, 후자의 ‘귀’는 괴이의 탈자연성, 쫓김을 당하는 대상, 해로움, 어둠 속의 존재 등으로 구별되는 것이다. 우리 나라 민속현장의 관습을 좇아 후자의 ‘귀’도 귀신이라 부른다면, 위에서 설명한 차이는 결국 귀신이라는 개념 내부에 존재하는 두 개의 범주 사이의 차이라고 부를 수 있다. 전자를 신이의 귀신이라 부르고 후자를 괴이의 귀신이라 불러서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달리 전자를 신론적(神論的)인 귀신, 후자를 마귀론적인 귀신이라고 구별해볼 수도 있다. 이 경우 역대의 우리나라 문헌에는 괴이의 범주에 드는 것을 요(妖), 사(邪) 혹은 음(淫) 등의 관형어를 붙여왔다. 이같은 신이와 괴이의 대립은 후대의 귀신론에도 대체로 적용될 수 있지만, 이 두 가지 범주에 다시 사령, 곧 고스트의 범주에 들 귀신까지 고려한다면, 이 셋으로 우리 나라 귀신론의 큰 테두리가 대체로 정해질 것이다.

1.1.2. 사령신적 귀신
사령신적 귀신이란 곧 죽은 이의 넋, 곧 사령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 개념 역시 그 정의를 내리고 범위를 한정하는 것이 용이하지는 않다. 사령신이라는 뜻의 귀신도 개념상 상당히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일반적으로 사령의 귀신이라고 할 수 있는 조상귀신과 객귀(客鬼) 사이에도 대단한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령의 귀신이 지닌 숨은 뜻을 잘 묶어내기 위하여 몇 가지 기준을 설정해볼 필요가 있다. 즉, ① 충족한 삶과 충족한 죽음, ② 소속감 내지 유대감의 분명함, ③ 신원증명이다. 첫째 기준은 한 사람이 갖출 것을 고루 갖추고서 살만큼 살다가 집에서 편안히 천수를 다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른바 요절, 객사, 횡사 등은 이 기준에서 빠진다. 둘째 기준은 죽은 이의 넋이 살아 있는 자들과 생전 못지 않은 유대를 지키고, 살아 있는 자들의 특정한 집단에 소속되어 있음을 뜻한다. 이른바 무주고혼(無主孤魂)은 여기에서 제외된다. 셋째 기준은 죽은 이가 누구라는 것, 말하자면 이름, 신분 등이 살아 있는 자들에 의하여 확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무명의 죽음은 이 범주에서 빠지게 된다. 이 세 조건을 고루 갖춘 죽음에 대해서는 관례적으로 호상(好喪)이라는 말을 써왔거니와 대부분의 조상령, 곧 조상귀신은 세 조건을 고루 갖춘 귀신의 전형이다. 이들은 거룩한 귀신으로서 떠받듦을 받고 후손들은 그에게서 이른바 음덕을 기대하게 된다. 유교의 조상숭배는 대체로 이러한 뜻의 조상귀신에게 바쳐진 것이다.
하지만 세가지 조건 중에서 어느 것 하나만 결격이 되어도 귀신은 이른바 원령(怨靈) 내지 원귀(寃鬼)가 된다.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끼면서 그것을 경이원지(敬而遠之)하려 든다. 그것들이 사람들에게 언제 해독을 끼치게 될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귀신들은 마귀론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원귀는 죽은 이의 넋으로, 저승에 가지 못하고 이승을 헤매고 있는 떠돌이 넋이다. 그것은 죽은 이의 넋이면서도 저승이라는 죽음의 세계에 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죽음도 삶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의 넋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종교신앙행위에서 이런 사령의 귀신은 섬김을 받거나 물리침을 당하게 된다. 사람들이 그들을 대하는 행위에 따라 섬김의 귀신과 물리침의 귀신으로 나눌 수 있다. 섬김은 집단적으로는 서낭굿, 별신굿 등을 통하여 실천되고, 개인적으로는 무당의 힘을 빌린 굿과 그렇지 않은 고사나 축원 등을 통하여 실천된다. 섬기는 것은 기쁘게 해주는 일과 비는 일을 주축으로 하여 이루어진다. 비는 일에는 소원의 성취를 바라는 것 이외에 사죄나 사과의 행위가 포함되어 있다. 인간들의 잘못을 사죄 또는 사과하면서 귀신의 노여움을 푸는 것이라서 비는 일에는 푸는 일이 수반되어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빌고 사죄하여서 풀고 소원성취를 발원하게 되는 것이다. ‘치성드린다’가 ‘빈다’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물리침을 또한 ‘퇴한다’거나 ‘퇴송한다’라고도 한다. 원기(怨氣)나 독기를 누그러뜨려서 화기(和氣)가 되게 하는 것이 목적이기도 한 이 물리침도 물론 굿의 수단에 호소한다. 여제(羈祭;악귀에게 지내는 제사)나 별신굿, 서낭굿이 이 목적을 위하여 쓰인다.
그러나 섬김과는 달리 물리침은 아무래도 주술에 호소하면서 달래거나 겁주어서 쫓아내려고 하는 것이다. 때로는 ‘잡는다’는 말을 쓰기도 한다. 특히, 오늘날에도 영서지방의 일부에서 볼 수 있는 이른바 ‘독경무(讀經巫)’ 들은 병이나 재난의 원인이 된 귀신을 잡는 것을 그 주기능으로 삼고 있다. 물론 잡아서 물리치는 것이다. 귀신을 잡는 일련의 유사 연극적인 행위를 경읽기와 함께 실행한 끝에 잡힌 귀신을 호리병이나 나무통 속에 가두고 그것을 땅속 깊이 묻는 것으로 ‘귀신잡는 일’은 끝난다. 달램과 겁줌은 물리침을 위한 강유(剛柔) 두가지의 방법이다. 병귀신을 ‘마마’라거나 ‘손님’으로 부르는 것은 달램의 방법이지만, 그밖에 이른바 ‘풀어먹이기’ 방법도 있다. 그런가 하면 불, 황, 칼 따위 무술적인 수단에 의지하거나, 또는 피, 붉은콩, 주황토, 복숭아나뭇가지, 맑은물, 소금, 경, 부적 등 주물(呪物)의 힘에 의지하여 내쫓는가 하면, 훨씬 상위의 권능이 강한 귀신들의 힘을 빌려 위협함으로써 내쫓기도 한다.

1.2. 귀신관
제주도 무속신화의 하나인 「천지황본풀이」는 귀신을 몸무게가 100근 나가는 사람과는 달리, 1근 모자라는 99근의 무게를 가진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것은 귀신이 사람과 비슷하면서도 사람과는 다른 이질성을 가지고 있음을 증언하는 것이다. 실제로 제주도 북제주군 구좌읍 행원리 본향당의 귀신그림은 귀신을 유사인체형으로 그리면서도 머리와 목 부분에는 현저한 이형성을 강조하여 묘사하고 있다. 도깨비나 일부의 귀신이 다리가 하나라는 것도 역시 귀신이 지닌 유사인체적인 이형성(이질성)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형태상의 이형성은 귀신이 지닌 신이성, 괴이성의 직접적이고도 구체적인 표현이지만, 그것은 결국 귀신이 지닌 초자연성 또는 초인간성의 표현이기도 하다.
자연과 초자연, 인간과 초인간, 일상과 변괴, 가시(可視)와 불가시, 합리와 초합리, 양과 음 등의 이원론적인 분류법으로 주변세계나 생활, 그 밖의 인간만사를 정리하고 설명하려고 했을 때, 이 같은 이원론적 대립의 짝들 가운데 초자연, 초인간, 변괴, 불가시, 초합리, 음 등의 범주에 들 수 있는 주체로 귀신이 존재하게 된다. 귀신은 근본적으로 이같은 이원론으로 세계와 인간사를 분류, 정리하고 설명하려고 할 때 기능을 발휘한 한국인의 의식의 심층에 간직된 신화적 원형이다. 귀신은 그 신이의 힘이나 괴이의 힘으로 자연의 순리와 변고, 인간사의 길흉을 거느리고 제어하고 조절한다고 믿어졌다. 한국인의 종교행위는 그 신이의 힘이나 괴이의 힘들과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어 영향을 끼치는 데에 집중되었지만, 그 신이나 괴이는 크게는 우주론적인 것, 작게는 인간적인 것, 사물적인 것에까지 관련되어 있었다.
조선시대의 유교학자들은 음양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한 우주론적인 것과 조상신만을 인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음(淫)이나 요(妖), 혹은 사(邪)나 괴(怪) 따위의 범주로 몰아 배척하면서 귀신론을 정사이원론(正邪二元論)으로 나누었으나, 무속신앙과 일반 민속신앙은 그 특유한 만신신앙, 곧 범신론적인 신앙체계 속에서 정사의 대립을 포섭한 귀신론을 지켜왔다.

2. 정신귀
정신귀는 정신병귀라고도 불린다. 즉 정신귀는 정신병의 신인 것이다. 앞서 언급한 귀신의 분류를 적용하자면, 정신귀는 자연신적인 것보다는 의인신의 범주에 포함될 것이며, 또한 사령론적 귀신의 범주에 속할 것이다. 그것은 정신귀는 정신병이라는 병을 의인화시켜 만든 귀신이지만, 조선시대에는 원혼(怨魂) 즉 원귀(寃鬼) 등이 정신병을 물론이고 홍역 등 당시에 심각한 피해를 일으켰던 병에 붙어 귀로 변하여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믿음이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다. 홍역이나, 맹질처럼 정신병 역시 근대 이전 사회에서는 몹시 두렵고 무서운 질병이었다. 더군다나 정신병은 신체상의 문제가 없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별다른 치료술이 없었기 때문에 옛 사람들은 더욱 정신귀라는 귀신이 어떤 사람에게 들어가 정신병을 일으킨다고 믿었던 것이다.
참고문헌 및 도판
▒ 참고 문헌
신태웅․강용오 편, 『한국의 귀신, 성서의 귀신』(풀빛목회, 1986)
조흥윤, 『한국의 巫』(정음사, 1983)
조흥윤, 『한국의 샤머니즘』(서울대학교출판부, 1999).
赤松智城/秋葉 隆 공저, 심우성 옮김, 『조선무속의 연구』上, 下(동문선, 1991)
赤松智城/秋葉 隆 공저, 심우성 옮김, 『조선무속의 연구』上, 下(동문 , 1991)
『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민속대사전』(민중서관,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