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문화원형 라이브러리
인쇄 문화원형 스크랩

명진국 따님애기(삼승할망본풀이)

동해용궁따님애기, 부모에게 버림받다.

어미 몸에 아기를 불어넣어 주는 생불왕 삼승할망이 없어 세상이 무척 적막하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삼승할망 인간할머니가 먼저 태어났을까 저승할망 동해용궁 할머니가 먼저 태어났을까? 동해용궁 할머니가 먼저 태어났다.

동해용궁의 아버지와 서해용궁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동해용궁따님애기는 한두 살에 아버지 수염을 뽑고 어머니 젖가슴을 잡아뜯더니 커가면서도 제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참다 못한 아버지가 그를 죽이려 하자 어머니가 말했다.

“내 손으로 낳은 자식을 어찌 내 손으로 죽이리까. 그리 말고 무쇠쟁이 아들 불러다 무쇠 상자를 만들어서 동해바다에 띄워 인간세상으로 보냄이 어떠하리까.”

“그러면 그리 합시다.”

동해용궁따님애기 집어넣을 무쇠 상자가 후닥닥 만들어지니 이 일을 어찌할까. 동해용궁따님애기가 상자 속에 갇히면서 어머니를 향해 하소연을 했다.

“어머님아, 나 홀로 인간세상에 가면 무엇을 하며 삽니까?”

“ 인간세상에 아기 마련해주는 생불왕이 없으니 그 일을 맡아 하고 얻어먹거라.”

“아기를 어떻게 마련합니까?”

“아버지 몸에 흰 피 석달 열흘, 어머니 몸에 검은 피 석 달 열흘, 아홉 달 스무날 채워 출산을 시켜라.”

“어디로 어떻게 출산을 시킵니까?”

미처 그 대답을 듣기도 전에 아버지가 벼락같이 소리질러 상자를 닫으라고 호통하니 동해용궁따님애기는 속절없이 갇힌 몸이 되고 말았다.

동해용궁따님애기, 무쇠 상자 속에서 바다를 떠다니다.

일흔 여덟 자물통 꽁꽁 채운 상자 속에 함께 든 것이라곤 어머니가 젖 담아서 주문 걸어준 은당병뿐. 동해바다에 띄워진 무쇠상자는 물 아래로 3년을 흥당망당 떠다니고 물 위로 3년을 미는 물살 써는 물살에 동글동글 떠다니다 어느 육지에 다다랐다

동해용궁따님애기, 아기를 점지하였으나 출산시키지 못하다.

무쇠상자를 발견한 이는 임보로주 임박사였다. 일흔 여덟 자물통을 하나하나 열어놓고 뚜껑을 들어 보니 앞이마에 햇님인 듯 뒷이마에 달님인 듯 양쪽 어깨에 샛별이 오송송 서린 아기씨가 앉아있다. 놀라서 사연을 물으니 부모한테 죄를 지어 쫓겨난 동해용궁따님애기란다. 동해용궁 따님이면 무얼 할 줄 아느냐고 물으니 아무 일이든 시켜 보라 한다.

“우리 부부가 나이 쉰 살이 넘도록 자식이 없으니 우리 아내 몸에 아기를 불어넣어 주오.”

“어서 그리 합시다.”

아니나 다를까 임박사 안부인은 덜컥 아이를 잉태했다. 한달 두 달 여덟 아홉 달이 되니 배가 두둥실 불어난 것은 당연한 일. 그런데 아이 꺼내는 법을 배우지 못한 동해용궁따님애기가 출산을 못 시키고 한 달 두 달을 그냥 더 보내니 산모가 죽을 지경이 되어갔다. 동해용궁따님애기가 겁을 내어 은가위로 산모의 오른쪽 겨드랑이를 솜솜이 끊고서 아기를 꺼내려 하니 아기는 안 나오고 산모가 죽어갔다. 깜짝 놀란 동해용궁따님애기는 물가로 뛰어가 수양버드나무 아래에 앉아 비새같이 울음을 울기 시작했다.

임보로주 임박사, 옥황상제에게 하소연하다.

자식을 얻기는 고사하고 아내까지 잃게된 임보로주 임박사의 원통함은 이를 데가 없었다. 그는 동해산 서해산 남해산 북해산 아양안동 금백산에 올라가 제단을 차려놓고 하늘을 우러러 옥황상제께 하소연을 시작했다.

옥황상제, 명진국따님애기를 생불왕으로 세우다.

하루는 옥황상제가 인간세상을 손가락 짚듯 살피다가 그 모습을 보고서 무슨 사연인지 알아보라고 하였다. 사연을 알아보니 인간세상에 자식 낳게 해줄 생불왕 삼승할망이 없는지라 임박사가 원통해서 내는 소리라 한다.

“그래서 세상에 사람 자취가 뜸하여 낮도 고요하고 밤도 고요했구나.”

옥황상제는 여러 신을 모아놓고 세상에 생불왕으로 들어앉을 만한 이가 없는지 물었다.

“있을 듯합니다. 인간세상에 명진국따님애기가 있는데, 부모에 효도하고 일가친척 화목하고 깊은 물에 다리 놓아 건너다니게 하니 그 공덕이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듣자니 앉아서 천 리를 보고 서서 만 리를 본다고 하니 이 아기씨를 생불왕으로 세우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어서 그렇게 하라.”

명령을 받은 사자가 명진국따님애기를 데리러 가니 그 부모가 옥같이 사랑하던 딸을 차마 못 내주고 눈물지었다. 하지만 옥황상제의 명을 뉘라서 거역할까. 명진국따님애기는 부모를 달래놓고 스스로 사자를 따라나섰다. 신들이 타고서 하늘땅을 오르내리는 노각성자부줄을 붙잡고 하늘에 올라 옥황상제 앞에 당도하니 상제가 그 됨됨이를 떠보려고 일부러 호통을 쳤다.

“머리를 땋은 처녀가 어찌 대청 한가운데로 들어오느냐?”

“소녀도 아뢸 말씀이 있습니다. 하늘과 땅이 엄연히 다른 세상인데 시집도 못 간 처녀를 부모와 갈라놓는 연유가 무엇입니까?”

“과연 똑똑하고 당돌하구나. 인간세상 생불왕이 될 만하다. 세상에 생불왕 삼승할망이 없어 낮도 고요하고 밤도 고요하니 네가 그 일을 맡는 것이 어떠할까?”

“상제님아, 철도 모르고 때도 모르는 어린 소녀가 어찌 자식을 마련합니까.”

“아비 몸에 흰 피 석 달 열흘 어미 몸에 검은 피 석 달 열흘, 살 살아서 석 달 뼈 살아서 석 달, 아홉달 스무날 채워 아기어미 뻣뻣한 뼈를 늦추어 열두궁 자궁문으로 출산시키면 되느니라.”

명진국따님애기와 동해용궁따님애기, 생불왕 자리를 놓고 다투다.

명진국따님애기가 하릴없이 인간세상 생불왕으로 명 받아 행차를 차리는데, 모습이 볼만하다. 만산 족두리에 남방사주 저고리, 북방사주 붕에바지, 대흥대단 홑치마 물명주 단속곳으로 치장하고 은가위 하나에 참실 세 묶음, 꽃씨 은씨를 들었다. 아기를 낳아주고 닦아주고 업어줄 시녀들 거느리고 사월 초파일에 노각성자부줄 타고서 인간세상으로 내려와서 임보로주 임박사네 집으로 나는 듯이 들어간다. 비단 치마 벗어놓고 짚자리에 올라앉아 아기어미 열두궁 뼈를 늦추어 자궁 문을 열고 은가위로 아기 코를 툭 건드리니 양수가 터져 나온다. 산모한테 큰 힘 작은 힘 불어넣으니 임박사 안부인이 없던 힘이 불끈 솟아나 고운 아기를 탄생한다. 참실로 배꼽줄 묶어 은가위로 싹둑 잘라 아기를 번쩍 쳐드니 응애 응애 울음을 운다.

난데없는 아기울음 소리에 수양버들 아래서 울고 있던 동해용궁따님애기가 놀라 들어와 보니 아기가 울고 있다. 어쩐 일인가 살펴보니 옆에 앉은 처녀 아이가 해산을 시킨 것이 분명했다.

“나는 동해용궁따님애기로 인간세상 생불왕으로 귀양왔는데 너는 누구냐?”

“나는 명진국따님애기로 옥황상제의 분부를 받고서 인간세상 생불왕으로 내려왔소.”

생불왕으로 내려왔단 말을 듣자 동해용궁따님애기는 억울한 마음에 앞뒤 분별이 사라졌다. 자기가 잉태시킨 아기를 뉘 맘대로 출산시키느냐며 다짜고짜 달려들어 명진국따님애기 머리채를 좌우로 핑핑 휘감아 흔들어대니 속절없이 매를 맞은 명진국따님애기가 원통해서 넋이 달아났다. 그 길로 하늘에 올라 하소연하니 옥황상제가 두 처녀를 불러들였다.

명진국따님애기와 동해용궁따님애기, 내기를 하다.

옥황상제가 명진국따님애기와 동해용궁따님애기를 앞에 놓고서 얼굴을 보고 재주를 보니 누가 낫다고 할 수가 없었다. 생각 끝에 둘에게 나무동이와 은동이를 주며 나무동이의 물을 은동이로 옮겨담게 하니, 명진국따님애기 물은 한 방울 안 줄고 그대로인데 동해용궁따님애기 물은 땅으로 스미어 간 곳이 없었다. 다시 꽃씨를 하나씩 주어 기르게 하니, 명진국따님애기 기른 꽃은 뿌리는 외뿌리에 가지가지 송이송이 푸른 잎 붉은 꽃이 탐스러운데 동해용궁따님애기 기른 꽃은 가지는 외가지에 뿌리만 사만오천 갈래로 무성하게 뻗었다.

명진국따님애기와 동해용궁따님애기, 인간할머니와 저승할머니가 되다.

“이걸 보나 저걸 보나 알리로다. 명진국따님애기가 생불왕 인간할머니로 들어서 부잣집이나 가난한 집이나 집집마다 자식이 번성하게 하라. 동해용궁따님애기는 저승할머니가 되어 죽은 아이를 보살피되, 세상 아이들로 하여금 배고파도 울게 하고 밤에도 울게 하며 부정한 아이는 경기도 불어넣고 청풍도 불어넣어 데려가도록 하라.”

인간세상 생불왕 자리를 빼앗겨 노염이 오른 동해용궁따님애기가 명진국따님애기 키운 꽃을 오도독 꺾어들면서 말했다.

“인간 아기가 태어나는 족족 석달 열흘 안에 경기 청풍 불어넣어 데려가리라.”

그러자 명진국따님애기가 동해용궁따님애기를 달래어 말하였다.

“그리 말고 우리 좋은 마음을 먹는 게 어떠한가? 내 인간에게 잉태를 시켜주고 받는 인정 재물 꼬박꼬박 덜어내어 그대 몫을 모자람 없이 마련해 주리라.”

그제서야 동해용궁따님애기 마음이 저으기 풀려 저승할머니로 좌정할 뜻이 생겨났다. 저승할머니 주는 잔을 이승할머니가 받고 이승할머니 주는 잔을 저승할머니가 받아 작별 잔을 함께 든 다음 제 갈 길로 향하였다.

삼승할망, 생불꽃과 번성꽃을 들고 좌정하다.

저승 할머니가 속절없이 저승으로 물러가고 이승 할머니는 지상에 내려서 어디로 갔던가. 동해산 서해산 남해산 북해산 아양안동 금백산에 울타리 성 안팎 성을 둘러 8층집 지어놓고 문안에 60명 문밖에 60명 시녀를 거느린 채 한손에 생불꽃 한손에 번성꽃을 들고 좌정을 하였다.

인간에게 자식을 불어넣어 순산시켜 주고 병 없이 자라도록 보살펴 주는 인간 할머니 삼승할망은 이렇게 세상에 내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