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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삼국유사 기이편의 머리말

일반정보

『삼국유사』에서 문장으로 서술된 첫 편인 기이(紀異)편에 있는 서(敍)로서, 저자인 일연이 이 편을 엮은 취지를 서술하고 있다. 일연은 서문에서 괴력난신을 말하지 않는다는 공자의 사관을 비판하고, 국가의 흥망에는 초인적인 힘이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사적인 보편성을 지닌 것이라고 하여 『삼국유사』 신이한 일을 많이 기록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전문정보

『삼국유사』는 크게 5권(卷) 9편(篇)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연표인 왕력(王歷)편을 제외하면 문장으로 서술된 첫 편이 기이(紀異)편이다. 그리고 기이(紀異)편 첫머리에는 서(敍)가 있는데, 여기서 서(敍)는 곧 서(序)로서 저자인 일연이 이 편을 엮은 취지를 밝히고 있다.

일연은 우선『논어』에서 공자가 괴력난신을 말하지 않는다고 한 것에 대하여 비판하였다. 괴력난신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초인간적인 힘에 의한 역사의 발전을 믿지 않고, 인간의 도덕적 행실에 의하여 국가의 흥망이 좌우된다고 믿는 것이다. 그런데 일연은 그와는 달리 국가의 흥망에 초인간적인 힘의 작용이 있다는 것을 믿었다. 그리고 거기에 해당하는 중국의 사례들을 열거하였다. 이를 통해 초인간적인 힘의 작용이 오늘날의 표현을 빌려 말한다면 세계사적인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말하려고 하였다. 따라서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시조가 신이한데서 나왔다고 해서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로써 기이(紀異)라는 편명은 곧 신이를 기록한다는 뜻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이한 일들을 기록한 기이편은 비록 전체 9편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지만 양에 있어서는 삼국유사 전체의 약 반 가량이 된다. 이 사실은 삼국유사를 이해하는 데 대단히 중요하다. 그것은 일연이 삼국유사의 절반 가량을 신이를 기록하는데 할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연은 기이편 뿐만 아니라 다른 편들도 실은 이와 같은 원칙에 의하여 저술하고 있으므로 실상 주제가 달라질 뿐이지 서술의 원칙은 일관된다고 할 수가 있다. 즉 일반사회 중에서 신이한 것을 기록한 것이 기이편이고 불교사화 중에서 신이한 것을 기록한 것이 다른 편들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이렇게 저자 자신이 비록 그 이유에 대해서나마 이를 저술한 취지를 명확하게 말하여 주고 있는 것은 삼국유사를 이해하는 데 퍽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이기백, 2004)

참고문헌

이기백, 2004, 『韓國古典硏究-『三國遺事』와 『高麗史』兵志』, 일조각

관련원문 및 해석

敍曰 大抵古之聖人 方其禮樂興邦 仁義設敎 則怪力亂神 在所不語 然而帝王之將興也 應符命 受圖籙 必有以異於人者 然後能乘大變 握大器 成大業也 故河出圖 洛出書 而聖人作 以至虹繞神母而呑羲 龍感女登而生炎 皇娥遊窮桑之野 有神童自稱白帝子 交通而生少昊 簡狄呑卵而生契 姜嫄履跡而生棄 胎孕十四月而生堯 龍交大澤而生沛公 自此而降 豈可殫記 然則三國之始祖 皆發乎神異 何足怪哉 此紀異之所以漸諸篇也 意在斯焉
머리말에 이른다. 대체로 옛날 성인은 예악으로서 나라를 일으키고 인으로써 가르침을 베푸는데 있어 괴력난신(怪力亂神)을 말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제왕이 장차 일어나려고 할 때는 부명(符命)에 응하고, 도록(圖籙)을 받았으니 반드시 남과는 다름이 있었다. 그런 후에야 능히 큰 변화를 타서 제왕의 지위를 차지하여 큰일을 이룰 수가 있었다. 그러므로 황하로부터 도(圖)가 나왔고, 낙수로부터 서(書)가 나와서 성인이 일어났다. 무지개가 신모(神母)를 둘러싸서 희(羲)를 낳았고, 용이 여등(女登)에게 감응하여 염제(炎帝)를 낳았고, 황아(皇娥)가 궁상(窮桑)의 들에서 놀다가 백제(白帝)의 아들이라고 자칭하는 신동과 정을 통하여 소호(少昊)를 낳았고, 간적(簡狄)은 알을 삼키고서 설(契)을 낳았고, 강원(姜嫄)은 거인의 발자국을 밟고서 기(棄)를 낳았고, 잉태한지 14개월 만에 요(堯)를 낳았고, 용이 큰 연못에서 교접하여 패공(沛公)을 낳기에 낳았던 것이다. 그 뒤의 일은 어찌 다 기록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삼국의 시조가 모두 신이한 데서 나왔다고 해서 무엇이 괴이하겠는가? 이 기이가 이 책의 처음에 실린 것은 그 뜻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