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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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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고택(秋史故宅)은 조선후기의 대표적 서예가인 김정희(金正喜)[1786~1856]가 거처하던 곳이다. 이 집은 본래 53칸의 저택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지금은 그 절반 정도인 20여 칸만이 남아 있다.
추사고택(秋史故宅)은 비록 원래의 모습이 다 남아 있지는 않지만 한국전통 가옥, 그 안에 있는 장소들이 가지는 특성을 확연히 간직하고 있는 집이다. 그 특성 중 하나가 사랑채, 안채 이 둘의 관계에 관련된 것이다.

사랑채와 안채의 구분

옛날 한국 집은 남자들이 생활하는 공간과 여자들이 생활하는 공간이 서로 구분이 되어 있었다. 이들 공간의 이름을 각각 사랑채와 안채로 불렀다.
한국의 전통가옥이 남자들의 생활공간과 여자들의 생활공간으로 구분되어 있는 원인은 유교사상에 근거한 규범때문이다. 조선시대에는 남자와 여자가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하나의 규범이었다. ‘남녀 칠세 부동석’ 이라 해서 일곱세만 넘으면 남자와 여자가 한자리에 있을 수 없다고 어겼다. 또한 ‘부부유별’이라 하여 남편과 아내사이에 엄격한 구분이 있어야 한다고 여겼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 남자가 부엌에서 기웃거리면 중요한 것이 떨어져 나간다는 말, 이것들이 다 이들 규범과 관련된 속담이다. 이 속담들이 가지는 속뜻은 남자는 집안 일에 관여할 수 없고 여자는 바깥일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 이들 간에 지위나 역할이 완전하게 구분되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규범 때문에 남자들이 생활하는 영역과 여자가 생활하는 영역이 서로 분리된 그런 집이 지어진 것이다.

내향적인 안채, 외향적인 사랑채

사랑채, 안채, 이들은 각자 고유한 성격을 가진다. 사랑채는 외향적이고, 안채는 내향적이라 할 수 있다. 사랑채와 안채는 각각 방, 마루, 마당 등 다수의 공간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 장소들은 안채, 사랑채가 가지는 고유한 성격과 관련된 독특한 특성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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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갇힌 뜰

추사고택(秋史故宅)에는 갇힌 뜰이 있다. 안채는 ㅁ자 모양으로 되어 있다. 그것도 완전히 닫힌 ㅁ자이다. ㅁ자는 본시 밖을 차단하는 본성이 있다. 밖에서 보면 안을 잘 볼 수도 없게 되어 있는 구조이다. 접근도 마찬가지. 아무나 쉽게 안으로 접근할 수가 없도록 되어 있다. 출입은 정해진 두 곳으로만 가능한데 그것도 꼭 출입문을 통해야만 한다. 따라서 ㅁ자의 바깥과 안쪽, 바깥에 있는 뜰과 안쪽에 있는 뜰이 그만큼 단절될 수밖에 없다.
안채가 상대적으로 안쪽 깊숙히 위치한 것 또한 이 뜰을 더욱 갇히게 만든다. 집 바깥에 있는 세상을 기준으로 볼 때, 안채의 갇혀있는 느낌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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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뜰

추사고택(秋史故宅)에는 사랑채1)에 속해있다고 볼 수 있는 뜰이 있다. 안채에 속한 뜰이 있듯이 사랑채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하지만 그 뜰의 형식은 물론 그 내용이 안채의 뜰과 아주 다르다. 정확히는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채의 뜰은 대문과 가깝다. 그리고 중간에 가리거나 거치는 게 없다. 대문에 들어서면 바로 뜰이 보이며, 또 뜰에 바로 접근이 된다. 그만큼 사랑채에 속한 뜰은 집 바깥에 대해 열린 곳이 된다.
이 사랑채의 뜰은 들어오는 사람을 맞이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건물의 모양 때문이다. 사랑채 건물은 대문 쪽을 향해 팔을 벌리고 있는 형상이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다가오는 사람을 향해 팔을 벌리고 반갑게 맞이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사랑채 : 한옥에서, 주로 바깥주인이 거처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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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 사랑채를 묶는 뜰

추사고택(秋史故宅)의 좌측에는 커다란 뜰이 있다. 이 뜰은 안채와 사랑채 모두가 공유하는 곳이다. 안채건물에는 이 뜰로 나오는 문이 있다. 또한 이 뜰에는 집 바깥으로 나가는 문이 있기도 하다. 대문과는 별도로 집밖을 드나들 수 있게 해주는 문이 있는 것이다. 이 두 개의 문은 그 위치가 일직선상에 있다. 이것은 이문이 안채 사람이 전용으로 출입하는 것임을 암시함과 동시에 좌측의 뜰이 안채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뜰이 안채에 관련되어 있지만은 않다. 사랑채와도 관련이 있다. 사랑채에서도 내다보여지기도 하고 실제로 접근할 수가 있다. 그래서 이곳 뜰은 어느 한곳에 속해있다고 할 수 없게 된다. 둘 모두 공유하는 뜰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뜰이 안채, 사랑채에 속한 부분으로 뚜렷이 구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안채, 사랑채가 공유하는 뜰, 이것은 안채 사랑채가 분리되어 있고 성격이 다른 점을 감안할 때 특기할 만한 일이다. 즉, 안채와 사랑채가 서로 아무 상관없이 존재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뜻을 포함한다. 비록 힘은 미약하지만 안채, 사랑채, 이들을 서로 화해하는 역할을 이 뜰이 맡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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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을 향하고 있는 방

안채에 있는 방들은 모두 안쪽을 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ㅁ자 내부에 있는 방들의 주요 개구부1)들이 모두 안쪽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외부 쪽으로도 개구부는 있다. 하지만 바깥쪽에 있는 건 몇 개의 창문이 고작이다. 이 또한 일부에만 설치되어 있을 뿐, 방을 드나들 수 있는 주요 출입구들은 모두 ㅁ자 안쪽을 향해 나 있다. 그래서 안채의 방은 바깥쪽이 아닌 안쪽을 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조건은 외부로 확장하는 것보다는 안으로 수렴하려 하는 성향에 가깝다. 그래서 안채를 더욱 내향적으로 만드는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1)개구부(開口部) : 채광, 환기, 통풍, 출입을 위하여 벽을 치지 않은 창이나 문을 통틀어 이르는 말

개방적인 사랑채의 방

전체적으로 볼 때 사랑채는 앞쪽에 놓여 있다. 상대적으로 바깥쪽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 말은 사랑채가 그만큼 집 바깥에 가깝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만큼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건물 안에 있는 방 또한 밖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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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채에 있는 방을 개방적으로 만드는 다른 요인은, 건물이 열려 있다는 조건 때문이기도 하다. 사랑채에 있는 방은 전체적으로 개구부1)가 많다. 특히 대문과 마주하고 있는 부분은 벽면이 거의 개구부로 되어 있다. 그만큼 사랑채는 열려 있는 집이 된다. 이런 조건 때문에 사랑채는 더욱 외향적인 성격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1)개구부(開口部) : 채광, 환기, 통풍, 출입을 위하여 벽을 치지 않은 창이나 문을 통틀어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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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과 다양하게 관계맺는 사랑채

사랑채 건물은 ㄱ자 형태로 되어 있다. 이 ㄱ자 형태는 본시 주변과 다양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건물이 -자로 된 경우는 주변과의 관계가 앞쪽, 뒤쪽에 치중되기 쉽다. 상대적으로 측면은 소원해진다. 주고받는 관계란, 면이 넓고 개구부가 많은 쪽에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의 경우 옆면이 좁다. 그리고 개구부가 없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런 조건에서 활발한 관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추사고택(秋史故宅)의 사랑채는 ㄱ자로 되어 있어 앞과 뒤는 물론 옆 방향 모두 넓은 면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모든 방향으로 개구부가 있다. 그만큼 주변과 다양한 관계를 가지는 집이 되는 것이다.

사랑채 툇마루

사랑채 한쪽 모서리에는 조그마한 툇마루1)가 붙어 있는데 이 툇마루 덕에 사랑채의 영역은 옆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었다. 이런 사실은 툇마루가 없을 때를 가정해보면 보다 뚜렷이 파악이 된다. 만약에 이 툇마루가 없다면 사랑채는 정면 쪽만을 향하고 있는 집이 되었을 것이다. 전면 쪽으로만 관계를 가지는 집이었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툇마루 덕에 사랑채는 건물 측면과도 관계를 가지는 집이 되었다. 툇마루에 의해 사랑채의 영향권이 옆으로 확장된 것이라 할 수 있다.



1)툇마루 : 본디 칸살 밖에 좁게 달아 낸 마루

툇마루1)와 대청마루2)

사랑채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해 볼만한 곳은 마루이다. 이 마루가 사랑채의 성격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바로 내부의 공간을 바깥쪽으로 확장시켜주는 일이다. 마루는 방안과 바깥, 그 사이에 놓인다. 그래서 방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마루로 연장되어 나올 수 있다. 즉 바깥쪽으로 확장이 되는 것 이라 말할 수 있다. 이런 속성은 사랑채가 가지는 외향적인 성격, 이것과 무관하지 않다.
사랑채 전면을 따라 놓인 툇마루는 현관과 같은 구실을 한다. 바깥으로 나가는 교두부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확장의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 사랑채 전면을 따라 놓인 툇마루에는 시간과 공간을 요소로 하는, 일종의 게임의 성격이 있다. 방의 방향, 댓돌위치, 툇마루의 형태 등에 의해 만들어지는 게임이다. 즉, 방이 대문과 가까이 있어 노출이 심한 대신 방으로 곧바로 들어갈 수 없도록, 여러 단계의 복잡한 절차를 거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1)툇마루 : 본디 칸살 밖에 좁게 달아 낸 마루
2)대청마루 : 집채의 방과 방 사이에 있는 큰 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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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도-사랑채
평면도-안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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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면도-사랑채
입면도-안채 정면도
입면도-안채 좌측면도
단면도-안채 종단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