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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창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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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창(鄭汝昌)[1450-1504]은 조선 성종때 활약했던 인물로 영남학파의 큰 맥이 되었던 대학자이기도 하다. 김굉필, 조광조, 이언적등과 함께 동방의 4현으로 추앙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정여창고택은 그가 타개한 지 100년 후 후손에 의해 건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개의 영역

옛날 한국 집은 여러 개의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정여창고택 역시 마찬가지이다. 남자들이 생활하는 영역, 여자들이 생활하는 영역, 일꾼들이 생활하는 영역, 조상들이 거처하는 영역. 이런 식으로 나누어진 것이다. 이들이 서로 나누어졌다고 보는 것은 각자가 생활하는 공간들이 제법 뚜렷이 구분이 되기 때문이다. 우선 건물이 별개로 되어 있고 뜰 또한 별개로 되어 있다. 이 뜰은 보통 담과 건물들에 의해 둘러싸여진다.

영역의 통합

하지만 이들 영역들은 완전하게 나뉘어지지 않는다. 동시에 서로 합쳐지기도 한다.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통해 있다. 건물과 담이 영역을 한정하고 있으나 그 정도가 완벽하지 못한 것이다. 완전하게 막고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트여 있다. 그래서 주변의 영역과 서로 통하게 된다. 영역과 영역 사이를 구분하고 있는 게 건물이라는 점 또한 이들을 통하게 하는 원인이다. 이런 건물은 두 개의 영역 모두에 관계를 가지게 된다. 한마디로 양쪽 영역 모두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즉, 한 영역이 다른 영역과 연결, 연장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구분이 되어 있음과 동시에 서로 통한다는 이런 원리 때문에 옛날 한국집에는 아주 독특한 특성을 가진 장소들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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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와 사랑채가 공유하는 뜰

집 안쪽에 안채와 사랑채에 의해 둘러싸여 있는 뜰이 있다. 크게 보면 안채와 사랑채는 ㅁ자 모양을 이루면서 그 안에 있는 뜰을 막고 있는 것이 된다. 그래서 뜰은 주변에 있는 다른 영역과 구분된다. ㅁ자의 안쪽 뜰과 바깥쪽에 있는 뜰이 구분이 되는 것이다.
이 뜰과 면해 있는 안채와 사랑채, 이들 건물 모두에 뜰로 접근할 수 있는 개구부가 있다. 그래서 뜰이 안채, 사랑채 중 어느 하나에만 속할 수가 없다. 둘 모두가 공유하는 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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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모든 영역들과 통하는 중심 뜰

안채와 사랑채, 이들 주변에는 다른 여러 개의 뜰이 놓여 있다. ㅁ자 안에 있는 뜰은 이들 주변의 뜰과 통하게 되어 있다. 안채, 사랑채가 이루는 모양이 완전히 닫힌 ㅁ자가 아니라 건물과 건물 사이에 틈이 있기 때문이다. 이 틈을 통해 서로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사람이 직접 접근할 수도 있다. 그래서 ㅁ자 안의 뜰은 이 집의 중심 뜰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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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분명하게 구분된 사랑채 뜰

집 초입부에 한 개의 단위로 구분되는 뜰이 있다. 이 뜰에는 사랑채 건물 외에 다른 건물들이 면해 있지 않다. 그래서 사랑채에 속한 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뜰을 구획해 주는 것은 사랑채 건물과 주변의 담이다. 이들이 뜰의 주위를 둘러싸는 것이다. 그러면서 주변의 다른 영역과 구분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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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담의 모양이다. 담의 한 부분이 반듯하지 않고 꺾여 있는데 그 위치가 공교롭게도 사랑채 건물이 끝나는 부분이다. 즉, 이 담이 사랑채의 앞에 있는 뜰과 그 옆에 있는 뜰을 별개의 곳으로 만들어 주면서 두 영역을 구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꺾임만으로 두 영역이 완전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동시에, 두 영역은 서로 통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사랑채 뜰을 다른 뜰과 구분해 줌과 동시에 연결해주는 기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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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 두 곳을 관장하는 누마루

사랑채 영역은 큰 사랑과 작은 사랑, 두 영역으로 구분이 된다. 이 두 영역 사이에는 단단한 담이 쳐져 있다. 그래서 두 영역은 제법 분명하게 구분된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영역의 경계에는 담 뿐 아니라 건물 일부가 놓여 있기도 하다. 사랑채 건물의 일부 중에 앞으로 튀어 나온 누마루가 바로 그것이다. 이 누마루는 두 영역 사이에 걸터앉아 있는 형태이다. 더불어 누마루의 세 개 벽면은 모두 문짝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큰 사랑에 속한 마당은 물론 작은 사랑에 속한 마당 모두를 바라볼 수 있게 되어 있다. 결국 누마루는 양쪽 영역 모두에 통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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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이 보장된 안채 뜰

안채에 있는 뜰은 외부에서 접근하기가 무척 어렵게 되어 있다. 대문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그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사이에 여러 개의 영역이 끼어 있어서 그렇기도 하다. 안채 뜰로 가는 길은 두 개이다. 그런데 이 두 개의 길 모두 바깥에서 안채 뜰까지를 한번에 연결하지는 않는다. 한 길은 사랑채 마당을 지나서 문 하나를 거친 후, 뜰 하나와 문 하나를 더 거쳐야 된다. 다른 길은 작은 사랑의 뜰을 지나고 광채에 딸린 뜰을 지나서야 안채 뜰에 접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만큼 안채 뜰은 바깥 세계와 분리되고 개인 생활이 보장된 곳이 된다. 그 사이에 놓인 영역들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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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영역 모두에 관계된 사랑채

사랑채의 건물은, 안채에 딸린 뜰과 사랑채에 딸린 뜰, 이 두 뜰 사이에 끼어 있는 형태이다. 이 건물 안에는 방이 놓여 있는데 양쪽 뜰 모두를 향해 개구부1)가 나 있다. 그래서 양쪽 뜰을 내다볼 수도 있고 또 직접 나갈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이 방은 한쪽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라 두 영역 모두에 관련된 것이라 할 수 있다.

1)개구부(開口部) : 채광, 환기, 통풍, 출입을 위하여 벽을 치지 않은 창이나 문을 통틀어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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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사랑채 건물의 일부는 대청2)이다. 대청은 방과 달리 벽면이 막혀있지 않고 트이어 있는 구조이다. 정여창 가옥의 사랑채에 있는 대청 역시 이런 식의 트인 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래서 양쪽에 있는 두개의 영역이 시각적으로 단절되어 있지 않고 서로 통하게 된다. 건물의 겉모양은 두 영역을 나누고 있지만 실제로는 서로 연결이 되어있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2)대청 : 집채의 방과 방 사이에 있는 큰 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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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는 창고

집 뒤쪽에는 광채가 있고 그 앞에는 뜰이 있다. 이 뜰은 광과 관련된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물건을 광에 넣기 전에 분류한다든지 포장한다든지 하는 일이 벌어지는 곳이다. 이 뜰은 담과 건물들에 의해 주위가 둘러싸여 있어서 다른 영역들과 구분이 된다. 동시에 이 영역은 주변 영역과 아주 다양하게 연결되어 있다. 사랑채 건물과 면해 있는데다가 그쪽에 문, 창문 등 개구부가 나 있다. 그래서 사람이 바라볼 수도 있고 직접 접근할 수도 있다. 이뿐 아니라 안채에 있는 뜰과 통하게 되어 있고, 작은 사랑의 뜰과도 통해 있다. 서로 막힘이 없이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사당으로 들어가는 문도 이 뜰에 나 있고, 안채 뒷뜰로 들어가는 문도 나 있다. 그래서 이들과도 서로 통한다. 그만큼 이 곳은 주변 영역들로부터 감시가 용이한 곳이 된다. 즉, 보안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건물이 집 전체 중의 후미진 곳에 위치한 것 또한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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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마당을 분리하는 돌

안마당 바닥에는 돌들이 일렬로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런데 그 위치가 마당 가운데이며 또한 안마당으로 통하는 중문과 연결되어 있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이 돌이 길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가 있다.
더불어 이 돌은 경계의 의미로 볼 수도 있다. 이 돌을 경계로 마당이 두 개의 영역으로 갈라지는 것이다. 한 쪽은 안채에 속하고 다른 쪽은 사랑채에 속한다. 하지만 이 둘은 완전하게 구분될 수 없다. 바닥에 박힌 돌, 이것이 가진 한계 때문이다. 이런 물리적 구조로는 영역을 완전하게 구분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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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마당

안마당 앞쪽에는 조그마한 사이마당이 놓여 있고 그 앞에는 하인들의 작업 공간으로 사용됐음직한 마당이 하나 더 놓여 있다. 다시 말해 안마당이 이들 영역과 면해 있고 또한 통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무작정 통해 있지만은 않다. 그 사이에는 중문1)이 놓여 있다. 이 중문은 서로 보이지 않게 가로막는 일을 하며 출입을 통제하는 일을 한다. 그만큼 이들 영역은 구분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이들 영역 사이에 놓인 조그마한 벽이다. 이 벽에 의해 건너편에 있는 마당이 가려지게 된다. 안마당과 바깥쪽에 있는 마당을 직접 통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1)중문(中門) : 대문 안에 또 세운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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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는 창고2

정여창고택 가운데쯤에 조그마한 사이마당이 있다. 이 마당은 담과 건물로 막혀 있어서 제법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이마당은 주변과 완전하게 구분되어 있지는 않다. 사이마당은 안마당과 면해 있을 뿐 아니라 대문 쪽에 있는 사랑채 앞마당, 사랑채 건물의 일부, 그리고 물론 광채와도 면해 있다. 그리고 이들과 통하는 개구부가 놓여 있다. 즉 안채, 사랑채, 광채 등 주변 영역들과 아주 활발하게 통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주변영역과의 ‘구분’과 ‘통합’, 이 두 힘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여러 곳과 통해 있는 만큼 지켜보는 눈도 많은 곳이 이 사이마당이다. 그래서 아무리 간이 큰 도둑이라 해도 그쪽 마당만큼은 들어가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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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도-전체배치도
평면도-사랑채
평면도-작은 사랑채
평면도-안채
평면도-별당채
평면도-사당
입면도-사랑채
입면도-안채
입면도-별당채
단면도-안채 종단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