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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산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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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산서원(屛山書院)은 고려 중기부터 있던 풍산유씨의 교육기관인 풍악서당을 모체로 하여 건립되었다. 서당은 본래 풍산읍에 있었는데, 선조 5년(1572) 서애 유성룡(柳成龍)[1542-1607]이 서당을 현재위치에 옮기고 병산서원으로 개칭했다고 한다.1)

세 개로 크게 무리 지어진다

병산서원이 가지는 큰 특징은 전체적으로 세 개의 건물군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사당을 중심으로 하는 무리이고 , 다른 하나는 강당, 동재, 서재를 중심으로 하는 무리이며, 또 다른 하나는 고직사 등 부대시설이 중심이 되는 무리이다.

*각 건물의 특성은 임고서원(臨皐書院) 참조

이처럼 건물들이 무리를 이루는 이유 중 하나는 각 건물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기능 때문이다. 기능이 유사한 것들, 혹은 상보관계에 있는 것들을 서로 가까이에 붙여 놓는다는 원리가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재, 서재는 유생들이 기거하는 곳이며 입교당이란 이름을 가진 강당은 선생들이 기거하는 곳이다. 이들은 학습이라는 유사한 기능을 가짐은 물론 기능이 서로 상보 관계에 있다. 그래서 이들이 가까이 모여 한 무리를 이루는 것이다.

끼리끼리 무리짓기

이런 식의 무리짓기는 병산서원뿐 아니라 다른 서원은 물론 가옥, 사찰 등 전통건축에 두루 적용되는 법칙이다. 그러나 이러한 무리짓기가 집마다 똑같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무리짓기에는 수많은 다른 방법이 있다. 묶이는 방법, 놓이는 방법, 모양을 가지는 법 등이 모두 다르며, 그 방법에 따라 집마다 고유한 성격을 가진 자리들이 만들어진다. 병산서원 역시 고유한 방법으로 무리짓기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아주 독특한 성격을 가진 자리가 생겨난다.




1)이상해, 서원, 열화당, 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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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중심으로 모여 있는 강학 공간

동재, 서재, 강당 ,만세루는 마당을 둘러싸고 있는 꼴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마당은 건물 밖에 있는 공간과 격리된다. 가운데 마당은 동재, 서재, 강당, 만세루가 공유하는 곳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강학공간이 하나의 무리로 묶여진다.

강당에 얽매어 있는 동재, 서재

같은 무리에 속하는 동재와 서재, 강당인 입교당은 가까이, 그리고 직교(直交)되는 위치에 놓여 있다. 이들이 모두 학습에 관계되어 있다는 기능적 특성 때문이다. 유사한 종류들끼리 모여 있음으로 인해 일정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며 또한 편리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식의 배열은 동재, 서재의 입장에서는 간섭이 될 수도 있다. 선생이 기거하는 강당에서 동재, 서재가 모두 보여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은 강당이 동재, 서재보다 높은 곳에 있음으로 인해 더욱 뚜렷해진다.

사당이 중심이 된 무리

사당, 전사청, 장판각은 모두 서원의 뒤쪽에 놓여 있다. 이들은 비교적 나란히, 그리고 같은 방향을 향해 앉혀 있다. 이런 요소들에 의해 사당, 전사청, 장판각은 서로 한 단위의 무리로 묶인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중 사당은 무리의 중심이 된다. 사당의 위치가 가운데 있는 점, 그 비중이 비교적 크며 그곳이 담으로 둘러 싸여 있는 점, 주변에 있는 장판각과 전사청이 사당보다 아래로 조금 내려앉은 점, 이들이 모두 사당을 중심으로 만드는 요소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당을 중심에 두고 나머지 건물들이 하나로 묶이는 형식의 무리’ 라고 할 수 있다.

사당을 보필하는 전사청

병산서원에 있는 사당과 전사청은 아주 가까이 위치해 있다. 둘 간의 기능적 특성 때문이다. 전사청은 제사에 필요한 각종 물품 등을 보관하는 기능을 가진 건물이다. 따라서 이들이 근접해 있는 만큼 일정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으며 편리성 또한 높아진다.
하지만 이 둘은 서로 높이가 다른 지반에 놓여 있다. 사당이 높은 곳에 놓여 있으며 영역이 담으로 구획되어 있다. 그만큼 둘 간에는 위계가 존재하게 된다.
* 전사청이 가진 기능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임고서원 참조.

분리되어진 고직사

서원을 관리하는 기능을 가진 고직사는 완전히 닫힌 ㅁ자 단일 건물로 되어 있다. 이 ㅁ자의 고직사 건물 일부는 담으로 둘러쳐져 있어서 이것은 고직사와 주변의 다른 무리들을 서로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고직사의 다른 쪽 일부는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이며 거기에 출입구가 놓여 있다. 즉 고직사가 서원 외부와 통하는 독립된 출입구를 가진 것이 된다. 이들 요소 때문에 고직사는 다른 무리들과 분리된다. 바꾸어 말하면 고직사가 한 단위의 무리로 독립되어진다 라고 할 수 있다.

독립적인 사당

사당의 중심과 강학 공간의 중심은 서로 일치하지 않고 사당의 중심이 우측으로 벗어나 있다. 참고로 보통의 경우 이들은 서로 일직선상에 놓인다. 한국에 있는 서원 대부분이 이 원칙을 따르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이처럼 중심이 서로 벗어나 있는 만큼, 제향 공간인 사당은 더욱 독립적일 수 있게 된다. 달리 말하면 서원의 다른 시설로부터 제법 독립적인 성격을 가진 사당이 되는 것이다. 더불어 사당의 중심이 벗어나면서 입교당 옆에 있는 뜰은 사당과 깊은 관련을 맺게 된다. 사당의 앞뜰과 같은 성격을 가진 장소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보이긴 하나 쉽게 갈 수 없는 장판각

서고(書庫)인 장판각과 강당 사이에는 담이 없다. 그래서 장판각과 강당과는 비교적 서로 통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둘은 완전하게 통해 있지는 않다. 장판각과 강당, 이 둘 사이에는 높은 단이 있어서 쉽게 소통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모든 상황으로부터 장판각, 그것이 놓인 장소가 가지는 특성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즉, 장판각은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꼴이라 할 수 있다. 마치 사당을 중심으로 한 제향 공간에 속하면서 동시에 강학 공간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같다.

앞을 막고 있는 만세루

강학 공간의 전면에는 만세루라는 이름을 가진 누각이 있다. 다른 서원에 있는 누각에 비해 만세루는 길이가 길다. 즉, 길게 뻗어 있어 강학 공간의 앞을 막고 서있는 것이 된다. 이런 누각은 강학 공간이 한 무리를 형성하는 데 제법 크게 기여한다. 강학 공간의 공유 공간인 마당을 더욱 확실히 둘러싸고 있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만세루의 앞쪽에는 서원의 출입문인 전문(前門)1)이 있고 그 앞에는 서원 영역을 넘어서는 바깥세상이다. 따라서 길게 뻗어있는 만세루는 바깥세상을 상대로 강학 공간의 앞을 막는 성격을 가진 자리가 되기도 한다.

1)전문(前門) : 앞쪽으로 난 문, 앞문

누각 앞에 놓인 전이 공간

동재, 서재, 강당인 입교당과 만세루로 구성된 강학 공간은 서원 전체로 볼 때 비교적 앞쪽에 나와 있다. 그러나 서원 바깥쪽 세상과 맞대고 있지는 않다. 사이에 담이 있고 대문이 있으며 거기에는 몇 개의 단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 장치 때문에 강학 공간은 세상과는 조금 떨어질 수 있게 된다. 즉 강학 공간은 세상과 통하긴 하나 몇 단계로 걸러진, 제법 격리된 무리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누각 앞에 있는 완충적인 역할을 하는 장소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구조를 가진 강학 공간은, 건물이 세상과 직접 맞닿아 있는 부대영역인 고직사나 깊숙히 안쪽에 있어서 세상과는 격리되어 있는 제향 공간과는 대조적인 성격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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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도-전체배치도
평면도-강학 공간
평면도-고직사 공간
평면도-사당 공간
입면도-입교당 정면도
입면도-만대루 정면도
입면도-사당 정면도
단면도-만대루 종단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