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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암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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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암서원(筆巖書院)은 김인후(1510-1560)의 도학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되었다. 김인후는 기대승(奇大升)[1527~1572]과 함께 호남지방의 도학을 대표하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1)

중심이 될 수 있는 자질

서원에는 보통 ‘중심이 되는 곳’이 있다. 필암서원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필암서원의 경우 동재, 서재, 강당인 청절당, 사당인 우동사에 의해 둘러싸인 마당이 바로 그 중심이라 할 수 있다. 크게 보면 마당과 함께 이를 둘러싼 건물들을 포함한 전체 공간이 그 ‘중심’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필암서원의 이곳은 다른 서원의 ‘중심이 되는 곳’과는 조금 다른 데가 있다. 다름 아니라 ‘중심’의 성격이 매우 강조되었다는 점이다. 어느 한 곳이 ‘중심’ 이 되려면 그럴만한 자질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다른 것들과 떨어져 혼자서 독립되어 있다든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장소라고 한다면 그곳은 중심이 될 수 없다. 반대로 중심이라 한다면 적어도 다른 것들과 밀접하게 관련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더불어 다른 것들을 이끌만한 커다란 역량이 있어야 한다.

필암서원의 ‘중심이 되는 곳’은 이런 모든 여건을 갖추고 있다. 더불어 그 ‘중심’의 의미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 주는 다른 여건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필암서원은 ‘중심’, 그것이 가지는 독특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1)이상해, 서원, 열화당,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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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의 자격을 갖춘 곳

필암서원에는 가운데 커다란 마당이 있다. 그리고 이 마당을 둘러싼 건물들은 모두 서원의 주요 건물들이다. 동재, 서재, 강당, 사당, 이 모두가 비중이 아주 큰, 서원의 주축이 되는 건물들인 것이다. 이런 비중 있는 건물들이 마당 주위에 놓이는 만큼 가운데 마당은 물론, 동재, 서재, 강당, 사당 등의 건물들을 포함한 마당 주변, 이들 모두가 ‘중심’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게 된다.

주변과 고루 관계를 맺고 있는 ‘중심’으로서의 마당

마당은 동재, 서재, 강당, 사당 등 주요건물들 외에 서원 안의 다른 건물들과도 통해 있다. 마당 주변에는 사당의 부속기능을 하는 전사청, 서고인 장서각, 서원을 관리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고직사가 놓여 있다. 마당이 이들 건물들과 맞대고 있으며 또한 동선상으로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당은 서원의 거의 모든 곳과 관계를 가지는 곳이 된다. 마당에 직접 면해 있는 건물들은 물론이고 조금 떨어져 있는 건물들 모두 하고도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와 고루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중심’이 가져야할 기본 자질이라고 할 수 있다. 필암 서원의 마당이 바로 이 자격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런 조건 때문에 필암서원의 마당은 명실상부한 ‘중심’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대하기 어려운 ‘중심’

마당과 그 주변 건물들의 관계가 모두 똑같은 것은 아니다. 마당에 크게 면하고 있는 건물들이 있는가 하면 뒤로 슬쩍 빠져 있는 것이 있다. 동재, 서재, 강당, 사당은 크게 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반면 전사청, 고직사, 전문(前門)은 한발 물러나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직접 관계된 것과 덜 관계된 것, 즉 주체와 객체간의 차별이 그곳에 있음을 암시한다. 예를 들어 뒤로 빠져있는 건물들에게는 마당이 그리 만만하지 않은 상대가 된다. 즉 모두에게 열려 있는 것 같으나 반면 아무에게나 쉽게 허용되지 않는, 조금은 까다로운 ‘중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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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이 될 수 있는 마당

필암서원의 외곽에는 담이 둘러쳐져 있는데 이 담을 기준으로 볼 때 마당의 위치는 중앙이다. 그리고 필암서원의 바로 뒤쪽에는 산이 있고, 비록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기는 하나 앞쪽, 옆쪽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크게 보면 이 산(山)들이 서원 주위를 둘러치고 있는 것이 된다. 이들 산을 기준으로 볼 때도 서원에 있는 마당의 위치는 중앙이 될 수 있다. 그만큼 마당이 가지는 ‘중심’의 의미는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 서원의 중심일 뿐 아니라 크게는 마을의 중심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 크게 보면 세상의 중심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조금 다른 각도로 보면, 중앙의 마당은 여러 개의 켜로 감싸진 꼴이 된다. 그래서 소중하게 간직된 귀한 중심이 되는 마당이라고 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존재를 분명히 드러내는 마당

담을 둘러싼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담이 놓여 있어 마당과 그 바깥에 있는 영역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다. 이 담은 마당의 존재를 더욱 분명하게 하는 윤곽일 수 있다. 그 덕에 마당은 보다 강력한 ‘중심’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윤곽은 일종의 생략법이라고 할 수도 있다. 주제인 ‘중심’외에 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하도록 잘라내는 생략법이다. 그로 인해 이 마당은 ‘중심’의 의미만을 가지게 되고 그 ‘중심’의 의미는 또한 더욱 강력해 진다.
* 불행하게도 지금은 이 담의 일부가 제거되었다. 그래서 가운데 마당과 주변에 있는 마당이 한 공간처럼 연결이 되어 있다. 따라서 ‘중심’의 힘이 많이 약해져 있다.

오지랖 넓은 마당

필암서원의 앞쪽에는 강당이 놓여 있다. 그런데 이 강당의 주요 개구부인 출입구와 창문은 안쪽 마당을 향해 나 있다. 그래서 강당은 안쪽 마당을 향하는 집이 된다. 이런 형식은 비단 강당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마당을 둘러싸고 있는 동재, 서재, 사당, 이들 건물들 또한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주요 개구부인 출입구와 창문이 모두 안쪽 마당을 향해 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건물들은 모두 안쪽 마당을 향해 있는 것이 되고, 가운데 마당은 이들 모두에게 직접 관계되어진 마당이 된다. 결국 안쪽 마당은 모든 건물의 앞마당 역할을 수행하는, 오지랖 넓은 장소가 되는 것이다.

세상과 격리된 ‘중심’

필암서원의 가운데 있는 마당은 바깥세상으로부터 연결되는 일에 무관심하다. 오히려 거부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성격은 필암서원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진입형식을 통해 파악될 수 있다. 먼저 중앙에 있는 마당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누각 밑에 있는 대문을 지나야 한다. 그리고 이 대문을 지나면 사방이 막힌 큰 마당이 또 나온다. 즉, 대문을 지난다 해도 바로 중심이 되는 마당에 도달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이 마당 전면에는 강당이 들어서 있고 한쪽에 서원의 중심마당으로 들어갈 수 있는 출입구가 있다. 그런데 이 출입구가 한쪽 모퉁이에 치우쳐 있어서 한쪽 구석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처럼 되어 있다. 이런 것 모두가 중심이 되는 마당과 바깥 세상간의 직접적인 연결을 방해하는 요소들이다. 이런 요소들 때문에 중심 마당과 바깥 세상은 격리된다. 그만큼 마당은 정제된 곳이며 절대적인 장소가 된다고 말할 수 있다.

방사형의 기본 꼴을 가진 배치

필암서원은 방사형의 꼴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운데 마당을 중심으로 4방, 8방, 16방으로 퍼져 나가는 방사형을 연상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가운데 마당을 중심으로 4방, 8방, 16방향으로 관계를 맺어 가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래 애니메이션은 그 내용을 과정으로 풀이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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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도-전체배치도
평면도-누각 공간
평면도-강학 공간
평면도-고직사 공간
평면도-사당 공간
입면도-사당 정면도
입면도-확연루 정면도
입면도-청절당 정면도
단면도-확연루 단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