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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속의 산책

시대 : 1995
키워드 : 키워드: 영화, 구름 속의 산책, A Walk in the Clouds

콘텐츠정보

멕시코 영화감독인 알폰소 아라우(Alfonso Arau)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Como gua para chocolate>으로 유명세를 타게 되고 이를 눈여겨보던 헐리우드가 그를 픽업해 영화제작을 지원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영화가 <구름 속의 산책>이다. 헐리우드 스타시스템(안소니 퀸, 키아누 리브스)과 물량을 동원한 이 작품은 전 작품인 <달콤쌉사름한 초콜릿>보다 흥행도 평가도 좋지 않았지만 와인애호가들에게는 최고의 영화인 것 같다. 영화의 시작부터 포도송이를 배경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영화 전편에 포도주에 대한 모든 것이 나와 와인애호가들에게는 또 다른 눈요기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영화 줄거리는 제2차 세계대전의 전쟁영웅인 폴 서던(Keanu Reeves))이 전차 안에서 아름다운 빅토리아(Aitana Sanchez-Gijón))를 만나게 된다. 빅토리아는 집안 전통 행사인 포도 수확철을 맞아 집에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지도 교수와 사랑에 빠져 임신을 했으나 교수에게 버림받았고, 유서 깊은 멕시코 귀족 집안인 가족들에게도 알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특히 완고한 아버지는 ‘집안의 명예를 실추시키면 죽여 버린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 권위주의자였다. 그런 빅토리아를 돕기 위해 착한 폴이 남편인 것처럼 가장해, 포도원을 운영하는 가족들과 만나, 따듯한 가족애와 사랑을 깨달아 가는 과정을 그린 러브 스토리이다. 이들의 결합은 유서깊은 전통을 지닌 멕시코 귀족집안의 빅토리아와 고아원 출신의 떠돌이 초콜릿 판매상 폴의 만남과 사랑은 유럽의 ‘품격 높은 포도나무’가 신대륙에 뿌리를 내리고 풍성한 열매를 맺는 과정의 아날로지 다름이 아니다.

  영화는 산등성이에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포도원의 풍경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포도원 이름은 ‘라스 누베스’(Las Nubes, 구름)이다. 고로 포도원내의 모든 산책은 구름속의 산책인 셈이다. 영화에 등장한 포도 재배나 와인 만드는 광경은, 70년대를 경계로 완전히 사라진 모습이다. 현재 나파의 포도재배와 와인 양조는, 거의가 컴퓨터나 기계로 관리되고 있지만, 이 영화는 이제는 볼 수 없는 과거의 그리운 포도원의 풍경을, 영화라는 연출로 아름답게 화면 가득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서리 피해를 막기 위해 사람들이 천사의 날개 모양 장치를 달고, 포도밭에 스토브의 열기를 보내는 장면, 큰 통 속에서 여인들이 포도를 으깨는 모습은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뇌리에 인상 깊게 남아 있을 것이다. 간간히 등장하는 포도운반 수레라든가, 포도주 저장통과 저장고 그리고 와인축제 속의 봉령의식과 시음식 광경은 와인애호가들에게 더욱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포도원의 화재. 단지 한 개의 램프에서 퍼져나간 불씨가, 사람들의 필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상대대로 내려온 포도원을 다 태워 버리는 장면이다. 모든 것을 잃고 낙심해 있는 가족 곁에 주인공 폴이 가져온 것은, 가족의 뿌리이기도 한 포도 나무였다. 이 포도나무는 선조인 페트로 아라곤이 스페인에서 멕시코로 건너 올 때(1580년) 가지고 왔던 포도나무의 원 뿌리인 것이다. 이 살아남은 포도나무로 그들은 다시 희망을 품게 되고, 영화는 갑자기 시간을 뛰어넘어 훌륭하게 복원된 포도원을 배경으로 끝을 맺는다.

 단지 한 그루의 묘목에서 그렇게 포도밭이 회복되기까지는 적어도 20년 이상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을 것이다. 복원된 포도밭을 보여주며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포도원은 아버지에서 아들로, 아들에게서 손자로 대를 이어, 그 가족이 지금도 나파의 포도원에서 와인을 계속해서 만들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