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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치(旗幟)

사용시기 : 삼국
상세내용

글자·그림·부호 등을 도안하거나 물들인 것을 막대 따위에 달아서 특정한 뜻을 나타내는 표상의 총칭.

국가나 군대, 그 밖의 여러 단체나 시설, 혹은 선박 등의 표장으로 사용되는 특별한 천으로서 일반적으로 정해진 형태·도안·색채를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한다. 보통 장방형으로 그 한쪽을 깃대 따위의 막대에 매달아 높이 들어올리거나 때로는 벽면 같은 곳에 붙여서 걸치기도 한다. 기는 원래 종교의식에서 위의를 갖추거나 전쟁에서 아군과 적군의 식별, 부대 편성 등 주로 의례와 군사적인 목적에 쓰였으나 현재는 그 외에 신호·장식·축제·행렬 등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또 기호나 도안은 기의 양면이 같아야 하고, 일반적으로 글자보다는 단순한 도안이 많이 쓰인다.

우리가 사용하는 기는 치(幟)·정(旌)·당(幢)·번(幡) 등 다양하다. 또 정기(旌旗)·기치(旗幟)·당번(幢幡) 따위와 같이 묶어서 부르기도 한다. 본래 중국에서의 ‘기’는 좌우가 좁고 상하가 길며, 깃대에 매는 부분만을 제외하면 삼면에 제비꼬리 모양의 술을 단 모양인데, 기폭에 곰과 호랑이를 위아래로 그린 붉은색으로서 장수와 위엄을 상징한 것이었다. ‘치’는 길이가 장 오 척에 너비가 반폭이라 하여 기의 경우와는 달리 반대로 폭이 좁고 길이가 길어 바람에 길게 나부끼게 만든 것이었다. ‘정’과 ‘당’은 기보다도 위아래가 훨씬 긴 것을 말한다. 깃대의 끝을 휘어서 매달게 된다. 이 가운데 ‘정’은 천자가 군사의 사기를 돋우는 데 쓰이고, 당은 부처나 보살의 위덕을 상징하는 것으로 불사를 행할 때 게양하였다. 오래된 큰 절에 남아 있는 당간지주는 당을 다는 깃대를 고정시킨 장치이다. ‘번’은 당과 가깝다.

기를 매다는 막대를 깃대(旗竿)라 하며, 깃대의 끝에 달아서 위의를 나타내는 부분을 깃봉이라 한다. 또 기폭 끝에 다른 천으로 갈개발을 덧단 것을 깃발이라 하기도 한다. 군대에서는 기창이라 하여 창끝에 기를 달기도 하였다.

기의 주요 기능은 상징성에 있다. 기는 정복을 상징한다. 탐험가나 등산가들이 목표한 지점에 도달하면 거기에 자기 나라 국기를 꽂아 정복을 표시한다.

기의 제작 원리는 5행의 상생상극의 원리가 적용되어 있다. 국가를 세우는 초기에는 5행 가운데 한 가지 덕을 취하여 사용하였다. 만일 목덕(木德)으로 나라를 다스릴 경우에는 깃발과 의복과 희생을 모두 청색을 숭상한다. 그리고 화덕(火德)이면 적색, 토덕(土德)이면 황색, 금덕(金德)이면 백색, 수덕(水德)이면 흑색이다. 이러한 원리가 기의 제작에도 반영되었다. 황기는 중앙에 속하니 중영과 중군에서 이 색의 기를 사용한다. 병사들은 단지 황기를 보면 즉시 중영인가 어느 중군인가를 알 수 있다. 5영에 있으면 5영의 중앙이 되고, 한 영에 있으면 한영의 중앙이 된다. 작게 다섯 명의 소부대에 있으면 다섯 명의 중앙이 된다. 홍기는 앞에 속하니 전영에 사용되고, 남기는 왼쪽에 속하니 좌영에 사용되고, 백기는 오른쪽에 속하니 우영에 사용되며, 흑기는 뒤에 속하니 후영에 사용된다.

기에는 그 시대의 사상과 사회적 배경이 반영되어 있다. 중앙에는 본래 방위의 색상을 따르며, 그곳에 용·범·새·뱀·거북 등을 그린다. 용은 솟구쳐 오름을 뜻하고, 범은 위엄과 사나움을, 새는 신속히 낢을 뜻하며, 거북은 단단한 등껍질이 있음으로 적을 잘 막아냄을 상징하고, 뱀은 사람을 보면 즉시 피함을 상징한다. 병사들로 하여금 이것들의 기풍을 본받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밖에도 하늘·해·달·산 등의 자연물, 용·봉·호랑이 동물 외에 천상·신인 등 다양하다. 전쟁·전투시에 장수를 부르거나 병력을 목표한 지점으로 이동시키는 등 모든 병력의 움직임은 기의 신호로써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