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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는 둥근달, 신라는 초승달

시대 : 백제
시기/년도 : 660년(의자왕 20)
지역 : 충남 부여군 부여읍
관련인물 : 의자왕(義慈王)
상세내용

백제가 망하기 직전 660년 봄, 백제의 수도 사비성(지금의 부여)에서 때아닌 귀신소동이 일어났다. 밤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웃음소리 같기도 한 이상한 소리로 “백제는 망한다, 백제는 망한다.” 하면서 궁궐 안팎을 누비고 다닌다는 소문이 퍼져 사람들이 공포에 떨게 되었다.

이러한 괴물이 나타났다는 소문은 맨 처음 사비성 안에 있던 궁녀들로부터 흘러나왔다. 어떤 궁녀는 그것이 사슴 비슷하게 생겼다고 했고, 또 어떤 궁녀는 뿔 달린 여러 마리의 개들이 떼를 지어 몰려 다니며 사람소리를 낸다고도 했다. 또 그와는 다른 이야기를 하는 궁녀도 있었는데, 그것은 사슴도 아니고, 개도 아니고, 귀신이라는 것이었다. 진실이야 어떻든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는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그 괴물이 꼭 궁궐 근처에서만 돌아다니며 이상한 소리를 내다가 사람이 나타나면 감쪽같이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이상한 소문이 겉잡을 수 없이 퍼져 민심이 흉흉해지자 의자왕은 마침내 괴물 검거령을 내리고, 밤마다 대궐 안팎의 경비를 철저히 하도록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 궁궐을 수비하던 군졸들이 괴물을 발견하고는 한밤중에 추격전을 벌였다. 괴물은 대궐 안에까지 들어와 “백제는 반드시 망한다.” 하고 소리치며 난동을 부리다 쏜살같이 담벼락 아래로 몸을 숨겼다. 군졸들이 뒤쫓아갔을 때는 파 놓은 지 얼마 안 되는 듯한 구덩이 하나만 눈에 띄었다. 보고를 받은 의자왕이 그곳에 이르러 그 구덩이를 파보게 하자 땅 속에서는 놀랍게도 거북이가 웅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거북이의 등에는 “백제는 둥근달 같고, 신라는 초승달 같다.”는 글씨까지 선명하게 씌어져 있었다.

의자왕은 곧 무당을 불러 그 글귀의 뜻을 해석하도록 했다. 그러자 그 무당은 머리를 조아리며 “달이 둥글다는 것은 가득 찼다는 것이니, 이제 곧 기울 때가 되었다는 뜻이고, 초승달은 아직 차지 않았으니 머지 않아 보름달이 된다는 뜻입니다.”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결국 백제는 망하고 신라는 흥한다?’이런 생각을 한 의자왕의 안색이 차갑게 굳어졌다. 왕은 다른 무당을 불러 똑같이 그 글귀의 뜻을 새겨보라고 했다. “달이 꽉 찼다는 것은 그만큼 기운이 왕성하다는 것이니, 이는 우리 백제가 초승달 같은 신라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더로 강대국이 된다는 뜻입니다.” 이에 의자왕은 불길한 예언으로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첫번째 무당을 죽여버리고 두 번째 무당에게는 푸짐한 상을 내렸다.

마땅히 바른 말을 잘 들어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한 의자왕은 결국 백제를 망하게 한 마지막 왕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