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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죽령 산신당과 다자구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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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죽령고개길 - 해질 녘

화면이 밝아지면 짚신을 신은 발 네 개가 아주 힘들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인다.
조금씩 그 짚신들을 훑고 올라가면서 그 주인들이 누구인지 보이기 시작한다.
그들은 과거를 보러 가는 것처럼 보이는 차림의 한 젊은 ‘양반1’과 그의 ‘몸종’으로 보인다.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

양반1: 도대체 이 길이 맞더냐? 무슨 길이 이리도 험하단 말이냐?

몸종: 그러게 말입니다요.

양반1이 한숨을 쉬며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점차로 이들을 멀리서 잡은 모습을 보여주자 이들이 올라가고 있는 언덕과 함께 험준한 산세가 보이기 시작한다. 깎아진 듯한 절벽들이 바로 앞에 놓여있고 발만 잘못 디뎌도 목숨이 위태할 만한 경사의 언덕을 이들이 오르고 있다.

내레이션: 이곳은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면과 경상도 풍기를 연결해 주는 소백산의 죽령고갯길로, 예전부터 험하기로 팔도에서도 소문난 고갯길이다.

몇 발 앞으로 나가다 양반1은 도저히 안되겠는지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양반1: 얘야. 조금만 쉬었다 가자꾸나.

몸종: (놀란 얼굴을 하며) 안됩니다. 여기는 도둑떼들이 우글거린다고 마을사람들도 꺼리는 곳입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여기를 벗어나는 것이 안전한 길입니다요.

이 때 이들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목소리: 하하하. 맞다.

놀라서 뒤를 돌아보는 양반1과 몸종. 수풀 사이에서 복면을 한 도둑 떼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금방 그 숫자는 수십명을 헤아릴 정도이다. 그리고 이들은 순식간에 둘을 둘러싼다. 보기만 해도 위압적인 모습에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는 양반1과 몸종. 이들 앞에 그중 우두머리처럼 보이는 턱에 수염이 덥수룩한 도적 한 명이 앞으로 나선다.

두목: 근데 우리가 항상 밤에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거든. 자, 너희들은 이제부터 가진 거 다 내놓고 조용히 사라져라.

겁에 질려 아무 것도 못하는 양반1. 그의 몸종도 그저 양반1을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다.

대장: (소리지르며) 어서!

호통소리가 끝나기가 무섭게 몸종이 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짐을 풀고 언덕아래로 무서운 속도로 도망가기 시작하는 둘. 대장과 그 무리는 이들을 비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S#2. 아랫마을 거리 - 낮

조용한 한 마을의 거리. 하지만 이상하게 아이들이 길에서 놀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카메라가 서서히 거리를 훑고 지나가면서 한 골목길에서 아낙네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아낙네1: 어젯밤에 죽령고개에서 선비 한명이 재산 몽땅 털렸데. 아 글쎄 그 돈 가지고 개성가서 장사 한 번 해 보려다가 그랬다지 뭔가?

아낙네2: 차라리 멀더라도 저 고개를 넘지 말게 해야겠어유. 뭐 요즘은 사람들이 조심하니까 마을까지 쳐들어와서 노략질을 한다네유.

아낙네3: 맞아요. 며칠 전에는 옆 동네 창고를 몽땅 털어갔다네요.

아낙네1: 어떻든 요즘은 낮에도 도둑떼들이 쳐들어온다니까 아이들 단속하시구요.

아낙네들: (단체로) 네.

이 때 먼곳에서부터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이것을 부녀자2가 보게 된다.

부녀자2: 저... 저게 뭐죠?

순간 도둑떼들의 ‘함성소리.’ 순식간에 마을 골목마다 도둑들로 넘쳐난다.
혼비백산하는 부녀자들.
도둑들은 쏜살같이 집들을 털기 시작하고 집안가재도구가 남아나는 것이 없다.
하지만 아무도 어쩔 줄 모르고 망연자실 숨어있기만 하다.

한쪽에서 말발굽소리와 함께 또 다른 함성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언덕을 올라 마을로 향하고 있는 관군이다.
이 소리를 듣자 두목은 모든 걸 손으로 부하들에게 정지할 것을 지시한다.

두목: 오늘은 이만하면 됐다. 퇴각하라.


도둑떼들은 일사불란하게 털고 있던 집안에서 나와 재빠르게 산을 타고 오르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도둑떼.
한 발 늦게 도착하는 관군.
여기저기서 어린 아이 우는 소리와 부녀자들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관군대장은 허망한 표정으로 죽령고개만을 바라본다.
멀리서 바라보는 마을은 어느새 엉망이 되어져 있다.

S#3. 마을의 관가 - 낮

썰렁한 분위기의 관가.
바삐 움직여야 할 사람들이 마당에 보이질 않고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대청마루에는 사또와 이방이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다.

사또: 도대체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이냐?

이방: 글쎄 밤마다 마을 구석구석 보초병까지 세워서 감시를 하고 있는데 낮에 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사또: 이번에 이놈의 도둑떼를 못 잡으면 우리마을은 풍지박산나는 것을 알고 있느냐? 모르느냐?

이방: 알고있습죠. 마을에 곡식도 남아나는 것이 없습니다.

사또: 어떻든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 아니냐?

이방: 그게...

사또: 뭐가 그게냐?

이방: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지 않았습니까? 포졸들도 늘려서 마을을 감시도 하고 죽령고개까지 올라가 도둑떼를 잡으려고도 해 보고 해 볼건 다한거 같긴 한데 이놈들이 워낙 다람쥐같이 숨어있어서... 게다가 나리도 아시다시피 저 죽령고개가 좀 험해야지 어떻게 하지...

사또: 그렇다고 포기하란 말이냐?

이방: 전 그런 말이 아니옵고...

S#4. 관가 밖 - 낮

한 정정해 보이는 할머니가 관가로 다가서서 문을 들어서려 한다.
그러자 할머니의 앞을 막는 보초를 서는 포졸들.

포졸1: 여기는 지금 아무나 함부로 발을 들여서는 안되느니라. 무슨 일이냐?

할머니: 소인, 사또나리를 만나러 왔사옵니다.

포졸1: 그럼 내일 오너라. 오늘은 안 된다.

할머니: 지금 뵈야합니다. 좀 들어가게 해주세요.

포졸2: 안된다니까. 내일 오라는 소리 못들었느냐?

할머니: 오늘 만나야 합니다. 제가 도둑떼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을 가지고 왔습니다.

할머니가 막무가내로 문 안으로 들어서려고 하자 할머니 앞을 가로막고 몸을 밀친다. 바닥에 자빠지는 할머니.

S#5. 관가 안 - 낮

사또와 이방. 대문에서의 소란을 눈치채고 시선을 그쪽으로 향한다.

사또: 무슨 일이냐? 무엇 때문에 이리 시끄럽느냐?

포졸들, 사또의 소리를 듣고 포졸1이 사또 앞으로 달려가 무릎꿇는다.

포졸1: 죄송합니다. 한 할머니가 도둑떼를 잡을 수 있는 비책이 있다면서 막무가내로 관가로 들어오려 해서 잠시 소란이 있었을 뿐입니다.

사또의 눈이 동그래지면서 이방과 잠시 서로 마주본다.

사또: 당장 그 할머니를 내 앞으로 데려와라.

포졸들 급하게 넘어져 있는 할머니를 데리고 사또 앞에 무릎을 꿇리게 한다.

사또: 그래. 너에게 도둑떼를 잡을 수 있는 묘책이 있다고 들었다. 무엇인지 이실직고하라.

할머니: 나리. 저는 도둑떼에게 저의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갈 곳 없는 늙은 처자랍니다. 이제는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입지요. 그래서 죽기 전에 제 재산을 빼앗은 그 도둑떼나 잡게 도와주고 싶어 이렇게 왔습니다요.

사또: 그래서 어쩌겠다는 거냐?
할머니: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제가 도둑떼 무리 안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어차피 이 할멈 그 도둑떼가 생각하기엔 그저 힘없는 노인네로밖에 더 생각하겠습니까?

사또: (관심을 가져가는 듯하며) 그리고?

할머니: 그리고 나서 제가 도둑떼랑 같이 생활하는 동안 군졸들을 죽령고개에서 기다리게 하는 겁니다. 그러다 제가 ‘다자구야 다자구야’ 하면서 밤에 노래를 부르면 도둑떼가 모두 잠을 자고 있는 것이니 손쉽게 도둑떼를 무찌를 수 있을테고, 제가 ‘들자구야 들자구야’ 하면서 노래를 부르면 도둑떼가 모두 잠을 자는 게 아니니 숨어있으면 되는 거지요.

사또, 잠시 혼자 골똘히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방을 바라보는 사또.

사또: 이방,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방: 저로써는 지금 마땅한 대책도 없고 할멈 말대로 한 번 해보는 게 어떨까요?

고개를 끄덕이는 사또.

사또: 좋다. 네 말대로 한번 해보자. 하지만 만약 실패하면 너는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것이니라.

할머니: 어차피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늙은이입니다.

사또: 한 달 동안의 기한을 주겠다. 그 기한 안에 아무런 기별이 없으면 군졸들을 다시 돌리겠으니 그 안에 꼭 잡아야 하느니라.

할머니: 잘 알겠습니다, 나리. 일주일 후부터 군졸들을 죽령고개로 올려주십시오.

사또 앞에서 큰 절을 하고 물러서서 밖으로 나가는 할머니.
사또는 가만히 할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다.

S#6. 죽령고개 - 해질 녘

할머니가 언덕의 한 바위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리고 바로 쳐지는 어깨.

할머니: 다자구야, 들자구야. 다자구야, 들자구야.

할머니는 쉬지 않고 ‘다자구야 들자구야’를 외친다.
할머니의 외치는 소리는 소백산을 울리고 있다.

: 디졸브

S#7. 죽령고개 - 밤

할머니는 아직도 ‘다자구야 들자구야’를 외치고 있다.

: 디졸브

S#8. 죽령고개 - 낮

할머니가 언덕을 올라 전에 앉았던 바위에 앉는다.
그리고 또다시 ‘다자구야 들자구야’를 외치고 있는 할머니.

: 페이드 아웃

자막 - ‘일주일째’

: 페이드 인

S#9. 죽령고개 - 밤

할머니: 다자구야, 들자구야. 다자구야, 들자구야.

이때 한 쪽에서 나타나는 도둑떼들. 부두목이 앞으로 나선다.

부두목: 도대체 할멈은 뉘신데 매일같이 이 언덕에 올라 다자구야 들자구야를 외치는 것입니까?

할머니: 다자구 들자구는 내 아들들이여. 일주일 전에 둘이서 같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갔는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어. 걱정이 되서 집에 있을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매일 나오는 데 아직까지 아무런 기별도 없고.

말끝을 흐리며 눈물을 훔치는 할머니. 두목이 할머니의 어깨를 어루만진다.

부두목: 할멈, 아직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면 아들들은 호랑이 밥이 되지 않았다면 도망간 거가 틀림없어요. 이제 그만 포기하고 그냥 집에 돌아가서 쉬는 게 할멈을 위해서도 좋은 거 아닙니까?

할머니: 그렇다면 나도 죽어야 해. 내가 가진 거라고는 다자구 들자구 녀석들밖에 없는데 그 녀석들이 없는데 무슨 낙으로 남은 생을 살아?



부두목이 잠시 생각을 한다.
부두목: 그럼 이건 어때요, 할멈? 우리랑 같이 여기서 사는 거예요. 할멈은 우리 밥 해주고 빨래 해주고 우리는 다자구 들자구 대신 아들들이 돼 주는 거죠.

할머니: (눈이 커지며) 정말이여? 좋구 말구. 어차피 오래 못 사는 늙은이 죽기 전에 아들들 키우는 낙으로 살았는데 많으면 많을 수록 좋지.

부두목: (부하들을 보며) 자 할머니를 모시고 돌아가도록 하자.

부하들: 넷!

도둑떼들은 할머니와 함께 죽령고갯길을 넘기 시작한다.

S#10. 도둑 은신처 - 아침

움막에서 잠을 자고 있는 도둑들도 있고 밖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도둑들도 몇몇이 보인다.
할머니는 솥을 열어 밥이 다 된 것을 확인한다.

할머니: 얘들아 밥 먹어라. 어서 일어나.

자던 도둑들 하나 둘 일어나면서 아침 준비를 하는 할머니를 돕기 시작한다.
어느새 식탁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과 반찬들이 올려져 있다.
도둑들이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자 두목이 막사에서 나와 가운데 앉는다.

두목: (무뚝뚝한 말투로) 자 다들 먹지.

부하들: 네. 할머니 고맙습니다.

신나서 아침 식사를 하는 도둑들.

부하1: 이야 역시 할머니 국은 정말 맛있단 말이야.

부하2: 밥맛도 진짜 기가 막혀.

두목은 가만히 밥을 먹으면서 미소를 짓고 있다.

할머니: 그려 그려. 많이 먹어. 많이 먹어야 힘내서 일을 하지.

도둑떼의 은신처는 아침식사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간다.

S#11. 관가 - 낮

사또와 이방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있다.

사또: 관군들은 잘 배치되어 있는거지?

이방: 여부가 있겠습니까. 벌써 일주일이 넘도록 자기자리 잘 지키고 있습니다. 근데 아직까지 할머니가 들자구야만 외치고 있어요.

사또: 이 할멈, 그냥 무서우니까 계속 그러는거 아냐?

이방: 어쨌든 믿어야 되는거 아닙니까? 한달 기한을 주었으니 그 안에 무언가 기별이 오겠지요.

사또가 소백산쪽을 바라보며 한숨을 길게 내 쉰다.

S#12. 죽령고개 - 밤

숲속에 조용히 관군들이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한다.
얼굴에는 검은 칠을 하고 어둠 속에 눈빛들만이 빛난다.
가끔 들리는 여우 울음소리.

할머니(O.S.): 들자구야 들자구야.

관군1: 아 또 들자구야 네. 맨날 들자구야 만 하니 원...

관군2: 정말 숨어있다가 우리 여기서 잊혀지는 거 아냐?

관군1: 글쎄말야. 야, 너 여기서 언제까지 기다려야 되는 지 혹시 알아?

관군2: 내가 알기로는 얼마 안남았데. 그때까지 들자구면 그냥 내려오래.

서로를 쳐다보며 고개를 내젓는다.

S#13. 도둑 은신처 - 밤

할머니가 산 쪽을 바라보며 들자구를 외치는 것을 본 부두목, 할머니에게 다가간다.

부두목: 오늘도 들자구만 찾으시네요.


할머니: 그려. 들자구가 다자구보다 훨씬 똑똑하고 잘 생겼거든. 그래서 더 생각나.
부두목: 할머니. 그나저나 오늘은 일찍 주무세요. 내일 바쁘실 겁니다.

할머니: 왜? 내일 무슨 일이라도 있어?

부두목: (머리를 긁적이며) 내일이 두목님 귀빠진 날 아닙니까? 준비해야 할 음식이 많을 거예요.

갑자기 할머니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할머니: 아니 이 녀석은 참. 왜 그걸 아직까지 말도 안하고 있었어?

부두목: 두목님이 생일 챙기는 걸 싫어하시거든요. 그래서 이전까지는 그냥 조용히 지내려고 했는데 할머님이 오시니까 기분이 좋으신가봐요. 내일 크게 즐기자고.

할머니: 그래? 내가 준비를 잘 해 줘야겠네.

부두목: 네. 일찍 주무세요.

할머니: 그려. 일찍 자 둬야지. 내일은 밤늦게까지 바쁠텐데.

할머니가 움막으로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들어간다.

S#14. 관가 - 낮

사또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이방을 바라보고 있다.

사또: 아직도 연락이 없단 말이냐? 내일이 약속한 기한이 아니더냐?

이방: 그게 아직.

사또: 내일까지 아무런 기별이 없으면 철수하라고 지시하거라.

이방: 네.

S#15. 은신처 - 저녁

두목은 여자들을 양옆에 앉혀놓고 술을 마시고 있다. 벌써 많이 취한 듯 얼굴이 벌겋다.
두목앞의 식탁에는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여러 가지 음식들이 주욱 놓여있다.

두목: (부하들을 보며) 마셔라. 이렇게 좋은 음식들이 있어 세상이 좋은 거다. 다들 오늘은 즐겨라.

두목이 잔을 높이 든다. 부하들도 따라서 잔을 든다.

두목: 자, 건배!

부하들: 건배!

다들 신나서 술을 마신다. 심할 정도로 많이 마시는 부하들.
할머니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 즐기지 않는 사람이 없고, 이를 할머니가 뒤에서 인자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S#16. 은신처 - 늦은 밤

두목을 비롯 도둑떼 모두들 술에 취해 곯아 떨어져 있고, 할머니가 이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고 있다. 이윽고 마지막 부하를 살펴본 할머니는 항상 앉아있던 자리로 돌아온다.

할머니: (목청높여) 다자구야. 다자구야.

S#17. 죽령고개 - 늦은 밤

졸고 있던 군졸1이 잠에서 깨어난다.

할머니(O.S.): 다자구야. 다자구야.

놀란 군졸1. 주위의 군졸들을 깨우기 시작한다.

군졸1: 다들 일어나라구. 다자구야.

곧이어 군졸들 앞에 대장이 나와 선다.

관군대장: 드디어 때가 왔다. 모두들 진격하라.

군졸들: 네.

하나 둘 산을 오르기 시작하는 군졸들. 얼마 지나지 않아 상당한 숫자의 군졸들이 오르고 있는 것이 보인다.

S#18. 도둑들 은신처 - 늦은 밤

도둑들 중 부하1 술에 취해 소변을 보기 위해 일어난다.
수풀 사이에 있는 뒷간에 가는 도중 멀리서 들리는 함성소리.
부하1 눈을 부비며 무슨 소리인지 주위를 둘러본다.
곧이어 그의 앞에 나타나는 관군.
놀라서 혼비백산하며 은신처 쪽으로 도망간다.

부하1: (소리질러) 관군이다.

하지만 은신처는 다들 곯아 떨어진 듯 조용하다.
곧이어 들이닥치는 관군들.
술에 취한 도둑떼를 하나 둘 여유있게 포박하기 시작한다.

관군대장: 한명도 남기지 말고 모두 잡아들여라.

여기저기 지어진 막사 안으로 들어가서 도둑들을 끌고 나오는 관군.
이윽고 두목까지 포승줄에 묶어 마을로 끌고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관군대장은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관군대장: 일단 이놈들을 다 마을로 끌고가라. 그런데 할머니는 아무도 못 보았느냐?

군졸들은 서로 바라볼 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한다.
몇몇 군졸들이 은신처를 샅샅이 뒤져본다. 하지만 어느 곳에도 할머니는 없다.

군졸1: 아무래도 먼저 가신 것 같습니다.

낙담하는 관군대장.

S#19. 죽령계곡 - 늦은 밤

횃불을 앞에 세우고 능선을 따라 포승줄에 묶여 내려오는 도둑떼가 실루엣으로 보여진다.
길게 늘어선 도둑떼는 모두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반면, 관군의 어깨는 의기양양하다.

S#20. 마을 거리 - 낮

간만에 보이는 활기찬 거리.
한쪽에서는 남자아이들이 팽이치기 놀이를 하고 있고, 한쪽에서는 여자아이들이 모여 모래를 가지고 놀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아낙네들이 모여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낙네1: 오래간만에 우리 마을이 편안해 보이는구려.

아낙네2: 글쎄말여유. 사람들 얼굴이 달라보이네유.

아낙네3: 그런데 그 다자구야 할미는 어떻게 된거여? 어디에도 보이질 않는다던데.

아낙네1: 다자구야 할미는 그 날 돌아가시고 죽령산신이 되었다고 벌써 소문났던데?

아낙네2: 정말이어유? 아 다자구야 할미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살게 된건데.

조금씩 카메라가 이들에게서 멀어지며 마을 전경이 보여지기 시작한다.
평온한 느낌을 주는 거리.

내레이션: 이 일 이후로 단양에는 다자구 할머니가 죽어 죽령산신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으며, 사람들의 입을 통해 이에 대한 노래도 구전되고 있다.

카메라가 좀 더 넓어지면서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아이들: (전체 노래) 다자구야 들자구야
언제가면 잡나이까
들자구야 들자구야
지금오면 안됩니다
다자구야 다자구야
소리칠때 기다리다
그때와서 잡으라소

마을에는 노을이 지고 있다.

: 페이드 아웃

시놉시스 보기

도둑떼들이 들끓는 죽령고개. 이 고개에서 지난 밤에도 당했다는 소문에 아랫마을은 집밖에도 얼씬하지 않으려 한다.
이에 관가에서는 이 도둑떼들을 잡기 위해 백방의 노력을 하지만 험한 산세에 매일 허탕만 치기 일쑤다.

고민하고 있는 관가의 사또와 이방. 무슨 수를 짜내보려 하지만 그들은 한숨만 지을 뿐이다. 이 때 이들 앞에 혜성처럼 나타난 ‘다자구 할머니.’
할머니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도둑들한테 빼앗겼다면서 자신이 직접 도둑떼들 속으로 잠입해 도둑들을 잡을 수 있는 정보를 알려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할머니의 제안은 도둑들이 모두 잠이 든 틈을 타 도둑들을 잡기 위해 이들이 모두 잠들었을때 ‘다자구야’ 노래를 부를 것이며 이외에는 ‘들자구야’ 노래를 부를 것이라는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또.
할머니는 곧바로 산으로 향하고 며칠 되지 않아 도둑들의 시선을 붙잡는 데 성공, 별 어려움 없이 도둑떼 소굴로 들어간다.

얼 마되지 않아 도둑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할머니, 조금씩 조금씩 틈을 노리고 결국 기다림의 끝에서 맞이하게 되는
두목의 생일. 모두 마시고 즐기느라 정신이 없고, 밤이 되자 다들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할머니는 이들이 모두 잠이 든 것을 확인하자, ‘다자구야’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