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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산 금돼지와 최치원

페이드 인

S# 1. 호주마을 관가 - 낮

멀리 높은 산 하나가 보인다. 검단산이다.
조금씩 줌 아웃되면서 풍악이 울려 퍼지고 있는 호주라는 마을의 관가가 한눈에 보인다.
관가의 마당에 펼쳐져 있는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잘 차려진 음식들.

그 한가운데에는 사또 복장의 남자가 있다. 신관사또 김씨이다.
옆에는 기생들과 함께 전형적인 콧수염의 이방도 보인다.

이방: (기생들을 보며) 이것들아 뭐하느냐? 신관사또 나리 잔이 비어있지 않느냐?
어서 채워드리고 신관사또 나리께 춤사위나 보여드리지 않겠느냐?

바로 옆에 있던 아리따운 젊은 기생이 잔을 따르는 동안 몇몇 기생들은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한다. 좋아서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진 신관사또 김씨.

S# 2. 관가 뒤뜰 - 낮

음식을 다 만든 시녀들이 뒤뜰에서 서로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들의 모습은 그다지 밝지 않다.

시녀1: 새 원님 안주인이 얼마나 오래 버틸까?

시녀2: 아, 그놈의 천년묵은 금돼지. 또 무슨 조화를 부릴까?

시녀1: 혹시 벌써 우리 안에 사람으로 변해 있을지도 몰라.

시녀2: 어떻든 잘못 알고 우리도 잡아갈 수 있으니까 오늘부터 문단속 잘해야 해. 알지?

고개를 끄덕이는 시녀1. 그들의 눈가엔 수심이 그득하다.

S# 3. 호주마을 길거리 - 밤

고요한 밤. 아무도 길가에 얼씬거리지 않고 죽은 마을인 양 조용하다.
이따금 들리는 여우 울음 소리가 길게 메아리친다.

S# 4. 호주마을 한 집안 - 밤

한 방에서 조용히 잠을 자고 있는 한 가족.
어린 아들이 잠에서 깨 뒤척이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 한다.
놀란 어머니 아들의 어깨를 붙잡고 못나가게 한다.

어머니: 얘야. 지금 나가면 큰일 난다. 금돼지가 잡아가요.

금돼지 말에 놀라는 아들. 어머니 품으로 돌아가 안겨서 떨어질 줄 모른다.


: 페이드 아웃

검은 화면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동안 돼지 꿀꿀거리는 소리가 커졌다가 사라진다.


: 페이드 인

S# 5. 관가 마당 - 아침

신관사또 김씨가 관가 구석구석을 뒤지고 있다.
어찌된 영문인가 신관사또를 바라보는 관리들과 포졸들.

사또: 여봐라. 간밤에 안주인이 납치를 당했다. 소문에 들리던 그 금돼지를 잡도록 온 마을에 방을 붙이고 현상금을 내 걸어라. 내 이 금돼지를 꼭 잡고 말리라.

사또의 말에 이방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한다.

S# 6. 호주마을 거리 - 낮

포졸이 사람들이 몰려있는 한 벽에서 방을 붙이고 나서는 모습이 보인다.
포졸이 나오자 방으로 몰려드는 사람들.

방에는 ‘현상금 1000냥. 금돼지의 향방을 알거나 잡아오는 사람에게 현상금 1000냥을 주겠노라.’라는 글귀와 함께 보통돼지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마을사람1: 거봐. 금방 납치된다고 했지? 내놔라.

마을사람2: (엽전한닢을 마을사람1에게 주며) 그나저나 저 금돼지를 잡을 수나 있는거여?
사람보다 열 수는 앞서갈 텐데 말야.

마을사람1: 그러지 않아도 아무래도 다른 마을로 이사를 가야 할 거 같아. 도대체 이놈의 금돼지 때문에 뭘 할 수가 있어야 말이지.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
이 때 한쪽에서 달려오는 한사람.

마을사람3: (소리치며) 금돼지가 나타났다.

소리를 듣자 부리나케 자신의 집으로 도망가는 사람들. 순식간에 거리는 텅 비어있다.
까마귀소리가 들린다.

한 집의 대문이 조금 열리더니 한 사람의 눈이 밖을 조심스레 쳐다본다.
밖에는 아무도 없다.

S# 7. 지방관청 - 낮

지역관리와 벼슬아치들이 모여 있는 가운데 지방수령인 이씨가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담배를 피운다. 나머지 사람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런 말이 없다.
혀를 차는 지방수령 이씨.

이씨: 호주 사또를 또 그만 두면 이제는 누가 가? 아무도 없어?

묵묵히 바닥만 보는 사람들. 지방수령 이씨가 가운데 쯤 앉아 있는 황씨를 바라본다.

이씨: 어이 황가. 자네 호주로 갈 마음 있는가?

황가: 아닙니다. 나리. 제가 지병이 있어서 오랫동안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씨: 이런이런. 그럼 자네는 어떤가?

이씨가 전씨를 바라본다. 전씨, 잠시 당황한다.

전씨: 저는 집안 어른께서 요즘 하시는 일 때문에 비울 수가 없습니다. 제가 장손으로써 마땅히 도와야지요.

이씨: (화를 버럭내며) 다들 왜 이러는가? 그렇게 그 금돼진지 은돼진지가 무서워서 그러는 건가?
그래서 아무도 그 마을을 맡지 않으면 마을을 없애라는 말인가?
거기 사는 사람들은 어찌 할 건가?

묵묵부답인 사람들. 지방수령 이씨가 혀를 끌끌 차며 다시 담뱃대로 탕탕 소리를 낸다.

이씨: 이래가지고 자네들이 이 지방의 벼슬아치라 하겠는가?

최씨: (목소리만) 제가 가겠습니다.

한 쪽 구석에서 난 이 목소리로 모두의 시선이 향한다.
그 구석에 기골이 장대하고 한 눈에 보아도 범상치 않은 사내가 일어선다. 그가 ‘최씨’이다.

최씨: 제가 한 번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방수령 이씨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반기는 표정이다.

이씨: 오오. 그래? 자네가 그 용맹하기로 소문난 장수 최씨가 맞지?

최씨: 네, 맞습니다.

이씨: 그래. 자네라면 능히 그 수천년 묵었다는 금돼지를 이길수 있을게야.
자네 덕에 한시름 놓게 되었네.
오늘부로 호주 원으로 발령을 낼 테니 속히 그 마을로 내려가 보게나.

최씨: 네. 바로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최씨가 일어나 바깥으로 나가자 지방수령 이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염을 쓰다듬는다.

S# 8. 호주마을 거리 - 낮

마을 초입부터 기다리고 있는 이방.
포졸부터 시작된 긴 행렬이 멀리서 보이기 시작하자 정중히 머리를 숙이고 있다.
이어 신관사또 최씨가 말을 타고 오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뒤에는 최씨의 아내가 타고 있는 듯한 가마가 따라온다.

이방: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최씨: 자네가 이방인가?

이방: 네. 제가 새 사또나리를 도와드릴 이방입죠.
여기서부터 관가까지는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최씨의 말 옆에서 최씨를 보좌하는 이방. 둘은 잠시동안 말이 없다.
최씨가 멀리 보이는 검단산을 바라본다.

최씨: 저 산이 금돼지가 산다는 검단산인가?

잠시 멈칫하는 이방. 하지만 이내 자연스럽게 사또 최씨를 올려다 본다.

이방: 네에. 저기가 검단산입죠.
산세가 험해서 마을 사람들도 잘못 들어갔다가는 길을 잃기 십상입니다요.

최씨: 그런가? 금돼지는 저 산에 있는 것이 분명한가?

이방: 그게... 소문만 무성하지 아무도 근처도 가보질 못해서...
거기다 마을 사람들 다 금돼지라고 말만 나오면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합니다요.

최씨: 여기 부임되는 사또마다 모두 부인을 잃었는데 아무도 모른다면 말이 되는가?

이방: 그 금돼지란 녀석이 워낙 조화를 잘 부려서 우리는 금돼지가 옆에 있어도 모른답니다. 천년묵은 여우보다도 더 한다니깐요.
아마 이 마을사람 누구에게 물어도 마찬가지일겝니다.

무표정해지는 최씨. 터벅터벅 걷고 있는 말에 자신의 몸을 싣고 있을 뿐이다.

S# 9. 관가 - 낮

을씨년스러운 관가. 한동안 사용되지 않아서 그런지 귀신이 나올 것만 같이 조용하다.

가마가 서자 조용히 가마에서 내리는 ‘최씨부인.’ 그녀의 자태는 고혹스럽기 까지 하다.
이를 본 신관사또 최씨. 부인에게 다가간다.

최씨: 오늘 수고가 많았소. 힘드실테니 일은 사람들에게 맡기시고 안채에 들어가 쉬시오.

최씨부인은 아무 말없이 안채로 몸종과 함께 들어간다. 이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최씨. 눈에 수심이 가득하다.

디졸브

관가 대청에 앉아 멀뚱히 멀리있는 검단산을 바라보고 있는 최씨.
무슨 생각을 하는 듯 가만히 있다 한숨을 후 내쉰다.

갑자기 일어나는 최씨.
대청을 이리저리 거닐다 대청 끝까지 가 주위를 둘러본다.

최씨: 게 누구 없느냐?

소리를 듣자 부리나케 달려오는 이방과 그에 딸린 여러 관속들.

이방: 부르셨습니까?

최씨: 지금 당장 명주실 오천 발을 구해오너라.
꼭 해지기 전까지 구해 와야 하느니라.

이방: 갑자기 명주실 오천 발은 어디에 쓰시게 그러는 것입니까?

최씨: 이유는 묻지 마라. 꼭 구해와야 한다.

이방: 네. 꼭 구해 오겠습니다.

바빠지는 이방과 관속들. 이리저리 흩어진다.

S# 10. 관가 안채 - 밤

호롱불이 켜 있는 안채.
검은 그림자가 문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열리는 문.

그 그림자는 신관사또 최씨이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명주실이 한 아름 들려져 있다.

그의 앞에는 최씨부인이 힘이 들었던 듯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조용히 최씨부인에게 다가가는 신관사또 최씨.
그녀의 치마 폭 끝을 붙잡더니 능숙한 바느질 솜씨로 명주실 끝을 치마에 맨다.

S# 11. 관가 안채 외부 - 밤

안채에 있는 최씨의 그림자가 호롱불이 꺼지는 것과 동시에 없어진다.

S# 12. 관가 안채 내부 - 밤

눈을 멀뚱히 뜨고 천장만 바라보고 있는 최씨.
한 손에는 명주실 타래가 굳건히 들려져 있다.
눈을 감는 최씨.

: 페이드 아웃

부스럭 거리는 소리.

: 컷 인

S# 13. 관가 안채 내부 - 밤

최씨가 눈을 뜸과 동시에 화면도 다시 밝아진다.
옆에 누워 있던 최씨 부인이 눈도 뜨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숨을 죽이고 가만히 누워있는 최씨.
그의 손에 들려진 명주실 타래가 풀려나가기 시작한다.
가만히 실타래를 바라보는 최씨.

최씨가 자리에 일어나 바른 자세로 앉는다.
점차 실타래는 빠른 속도로 풀려나간다.
최씨는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한다.

얼마 후, 명주실 오천 발이 다 풀려나가고 타래가 도는 것을 멈춘다.
자리에서 일어서는 최씨. 곧바로 방문 밖으로 나간다.

S# 14. 검단산 언덕 - 새벽

푸르스름한 빛이 감도는 새벽의 검단산.
험한 산세를 최씨는 혼자 실타래를 감아가며 명주실을 따라가고 있다.
실은 산 꼭대기로 향하고 있다.
계속해서 산을 오르는 최씨.

S# 15. 검단산 골짜기 - 새벽

최씨는 아직도 풀려진 실타래를 감으며 가고 있다.
잠시 뒤를 바라보는 최씨.
벌써 넘어온 골짜기만 몇 개가 되는 듯 하다.
다시 힘을 내 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S# 16. 검단산 깊은 골짜기

최씨가 감은 실은 어느새 어떤 굴 앞에까지 가 있다.
그리고 그 실은 굴 안쪽으로 향하고 있다.

잠시 멈추어 굴 안을 바라보는 최씨.
어두컴컴한 굴 안은 바라보기조차 겁이 날 정도이다.

하지만 지체없이 굴 안으로 들어가는 최씨.

S# 17. 동굴 내부 - 새벽

어두움에 익숙해지자 조금씩 동굴 내부가 밝아진다.
계속해서 실을 감고 있는 최씨.

동굴은 몸을 구부려 통과할 정도로 좁은 통로들로 연결되어 있다.
기골이 장대한 최씨가 겨우 통과할 정도의 통로들을 연달아 몇 개 지나자 한쪽 끝에 불빛이 보인다.
조심스레 다가가는 최씨.

한 코너에서 몰래 불빛이 있는 곳을 보는 최씨.
수십명의 여인들이 넋이 나간 채 앉아 있고, 그 중에 최씨부인도 있는 것을 확인한다.
하지만 금돼지는 어느 곳에도 있지 않다.

S# 18. 동굴 내 은신처 - 새벽

금돼지가 없는 것을 확인하자 최씨는 최씨부인을 향해 걸어간다.

최씨: 부인.

깜짝 놀라는 최씨부인.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최씨에게 다가간다.

최씨부인: 당신이 이곳에 웬일이십니까? 만약 금돼지에게 발각되면 큰일납니다.
어서 돌아가세요.

최씨: 아닙니다. 내가 부인을 구하러 여기까지 왔소. 어서 나와 함께 여기에서 도망칩시다.

웅성거리는 여인들. 갑자기 우르르 몰려오더니 신관사또 최씨 앞에 무릎을 꿇는다.

김씨부인: 나리. 나리가 이번에 새로 부임한 원님이 맞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 모두 구해 주십시오.

이씨부인: 저희는 더 이상 금돼지 시중을 들으며 살 수가 없습니다.
저희를 여기서 구해주신다면 평생 은혜를 갚고 살겠습니다.
제발 구해주십시오.

하나 둘 신관사또 최씨의 바지를 부여잡고 애원하는 여인들.
최씨는 어쩔 줄 몰라 약간 뒤로 물러서고 최씨부인도 이들에 뒤로 밀려난다.

최씨: 저 그렇다면 제게 한가지 비책이 있습니다.

김씨부인: 그게 무엇입니까? 저희가 여기서 나갈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최씨: 여러분. 금돼지는 저 혼자 대적하기는 불가능한 요물입니다.
수천년을 살아오며 온갖 조화를 다 부릴수 있는 놈입니다.
하지만... 그런 놈도 분명 약점이 있을 겁니다.
분명 무언가 무서워하는 것이 있을 겁니다.
그것을 여러분들이 알아내 주신다면 제가 분명코 여러분들과 함께 이곳을 나가겠습니다. 치밀한 계획없이는 제가 당신들을 구할 수 없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여인들.
이때 반대편에서 들리는 돼지 킁킁거리는 소리.

최씨는 급하게 몸을 피하여 한쪽 구석 어두운 곳에 숨는다.
그리고 곧바로 들어오는 금돼지. 금빛깔이 무색할 정도로 더러운 느낌이다.
금돼지가 나타나자 여인들 모두들 일어나 웃는 얼굴로 맞이한다.

금돼지: 오늘 왜 이래?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

금돼지 얼굴에 희색이 만연하다.

이씨부인: 좋은 일은요? 우리 주인님을 우리가 너무 보고 싶어 이리 안달이 난거죠.

금돼지: 하하하. 그래? 오늘 좀 멀리 다녀와서 그런지 좀 피곤하구나.

최씨부인: 그러세요? 제 무릎을 베게삼아 누우세요. 저희가 시원하게 안마해 드릴께요.

금돼지: 좋지.

금돼지가 최씨부인의 무릎을 베고 눕자 수명의 여인들이 각자 팔 다리를 맡아 주무르기 시작한다.
기분이 좋은 듯 얼굴이 활짝 펴지며 여인 한명 한명 쳐다보는 금돼지.

금돼지: 정말 좋군. 역시 내 아내들이야.

웃음 가득한 얼굴은 금새 눈이 감기며 졸기 시작한다. 이때 오른팔을 주무르고 있던 김씨부인이 금돼지 귀에 대고 귓속말을 한다.

김씨부인: 주인님. 혹시 주인님도 무서운 것이 있습니까?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금돼지. 김씨부인을 노려본다.

금돼지: (호통치며) 아니 갑자기 내가 무서운 것을 알아 무슨 음모를 꾸미려는 수작이냐?

생글생글 웃는 김씨부인. 귀엽기까지 하다.

김씨부인: 이제 우리는 주인님을 평생토록 모실 사람입니다.
혹시 모시다가 우리가 모르고 주인님이 싫어하시거나 무서운 것을 들이는 불상사를 없애기 위함이지요. 그런 것을 멀리하여야 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물어본 것이고 그 외에 다른 뜻은 없으니 노여워하지 말아주세요.

금새 얼굴이 풀어지는 금돼지.

금돼지: 핫핫핫. 그런 거였소? 오히려 내가 고마워 해야 하는 것이었구나.
내가 이 세상에 무서운 것이 어디 있겠소만은 다만 한가지 있소.
그것은 바로 사슴가죽이오. 난 이 세상에서 사슴가죽이 가장 무섭소.

김씨부인: 아니 어째 그까짓 사슴가죽을 보고 우리 주인님이 두려움에 떤단 말입니까?

금돼지: 그런 소리 하지 마라.
난 사슴가죽만 보면 사지가 부르르 떨리고 정신이 혼란할 정도로 두려움을 떨게 한단 말이다.

숨어있는 곳에서 이를 보고 있는 최씨. 자신의 몸을 뒤지기 시작한다.
이때 직인주머니를 보게 되는 최씨. 사슴가죽임을 확인한다.

최씨: 옳거니.

자리에서 일어나서 직인주머니를 앞에 들고 금돼지에게 다가가는 최씨.

최씨: (호통치며) 요망할 금돼지야. 네놈이 무서워하는 사슴가죽이 여기있다.

금돼지로부터 흘어지는 여인들.
금돼지는 보지 않으려 얼굴을 잠시 가리다가 곧바로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허리춤에서 칼을 빼 드는 신관사또 최씨.

최씨: 네놈이 수천년간 해 온 만행에 대한 죄를 오늘에야 드디어 벌하게 되는구나.


최씨의 칼이 허공을 뒤흔든다.
동시에 여인들을 보며 방향을 가리키는 최씨.

최씨: 자 이제 모두 나갈 수 있습니다. 이쪽으로.

환호하는 여인들. 비좁은 굴을 차례차례 나가기 시작한다.
최씨도 부인과 함께 손을 잡고 마지막으로 나간다.

S# 19. 동굴 밖 - 아침

여인들이 밖으로 나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밝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동굴 밖에서는 따사로운 햇살이 이들을 반기고 있다.
기뻐하는 여인들.

곧이어 신관사또가 나가자 모두 엎드려 절을 한다.
이를 바라보는 최씨.

내레이션: 이 일이 있은 후 수개월이 지나자 호주고을 원 최씨의 아내에게 태기가 있었으니 이는 금돼지의 새끼였다.
최씨부인은 이를 알고 몇 번이나 죽으려 했으나 원의 간곡한 위안과 만류로 결국 옥동자를 출산하였는데 그가 바로 신라의 유명한 문장가요 학자였던 고운 최치원이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보은군 산외면 대원리 여동골 마을 뒷산인 높이 767미터의 검단산에 얽힌 전설이다. 이 산은 백제 때 검단이란 중이 살았으므로 검단산으로 부르게 되었고 고운암이란 작은 암자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곳이 바로 최치원이 공부를 하였던 곳이었다 한다.

또한 이 산 줄기중 신선봉이 있는데 이는 청원군, 보은군, 그리고 괴산군의 삼 개 군의 경계에 있는 산봉우리로 최치원은 후에 죽어 신선이 되어 이곳에 자주 내려와 놀다 갔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 페이드 아웃

시놉시스 보기

검단산 밑자락 한 마을의 신관사또 부임 첫 날. 관가에서는 큰 잔치가 벌려지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눈은 근심이 가득 차 있다. 그 이유는 새로 부임하는 사또마다 전설처럼 전해지는 천년묵은 금돼지가 사또 부인을

납치해 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날, 이 신관사또도 그 불행을 피해가지 못한다. 사라진 부인을 찾기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사또, 하지만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점점 흉흉해지는 민심. 하지만 이를 잡을 수 있는 사또마저 부재인 마을은 점점 버림을 받아가는 처지이다.

이후 이 마을에 어느 누구도 원님으로 부임하려 하지 않자, 그 지역관리들과 벼슬아치들이 모두 모여 이 마을로 새로 부임할
사람을 찾지만 여의치 않다.

이 때 나타나는 기골이 장대해 보이는 ‘최씨.’

최씨는 곧바로 그 마을로 부임하여 가고 첫날부터 자신의 아내를 지키기 위한
묘책을 짜내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결국 그렇게 결정한 명주실 오천발을 자고있는 아내의 치맛자락에 매고 이번에도 예외없이 납치당한 자신의 아내를 찾기
위해 명주실을 혼자 따라간다.
검단산의 고개를 몇 개씩 넘어 온 곳은 어두운 동굴이다. 어둠을 헤치고 동굴 속에 잡혀있는 자신의 아내와 부인들을
발견하는 최씨, 모두 다 탈출시키기 위해 조화란 조화는 다 부릴 수 있는 천년묵은 금돼지를 상대하기로 결정, 부인들에게
약점을 알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구석으로 피해있는 사이 금돼지가 나타나고 부인들의 재치넘치고 위험하기까지 한 작전이 시작된다.

목숨을 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