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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 이름없는 영웅, 목만치

[등장인물]

-목협만치(목만치): 해상능력이 뛰어난 백제 대성팔족 귀족인 목씨집안의 자제.
30세 전후에 왜국으로 넘어가 왜국조정을 장악하게 됨.

-문주왕: 백제 22대 왕으로 개로왕의 아들

-조미걸취: 백제 장군

-곤지: 백제 좌현왕

그 외 다수

[줄거리]

이제껏 보지 못했던 진귀한 새들과 화도에서 나타났던 청룡(靑龍)을 닮은 네발달린 이름 모를 동물들, 여러 가지 금은보화가 넘실대는 방 한구석에 흰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성인(成人) 과 관모를 푹 눌러쓴 한 사내가 서 있었다. 성인은 한눈에 봐도 예순이 훨씬 넘긴 나이에 이마에서부터 눈가로 내려오는 근육 사이사이에는 깊게 패인 주름들이 즐비했다. 관모를 쓴 사내는 덜리는 목소리로 자근자근 말을 이어 나갔다.

“소아마치님, 왕께서는 가루투만(인도 불경에 나오는 신비의 새)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 가루투만은 이백만 사신들이 그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여 마실 물도 쉬어갈 초원도 없는 첩첩산중인 홍화진을 넘어 해상으로는 해적들과 싸우며 신비의 섬으로 들어가야만 얻을 수 있는 하늘에서 내려주신 진귀한 동물이오. 나는 분명히 내 뜻을 왕께 친히 전달하였소만?”
“하 .. 하지만 ... 소아미치님. 백제로의 군사 오천 파견은 지금 저희로는 불가능합니다. 가뭄이 들어 군사식량을 준비할 것이 없고 전염병까지 돌아 사람 뿐 아니라 말들까지 모두 죽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정의 사정을 소인보다 소아마치님께서 더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것이 내 탓이란 말이오! 군사식량이 없으면 귀족들을 문책하시어 식량창고의 문을 열게 함이시고 전염병이 도는 것은 이미 대백제로부터 의박사와 진귀한 약까지 함께 받지 않으시었소. 그러한데 그대들을 왕은 어찌 아무 대가 없이 가루투만을 얻길 바라는 것이오!”

목만치가 배청에 있는 힘껏 소리치며 사내를 나무랐다. 사내는 촉촉이 젖은 눈망울로 목만치를 바라보며
“소아마치님. 백제에서 받은 약은 이미 모두 다 왕실 어르신들의 전염병으로 다 써버렸고 의박사들조차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심지어 왕께서는 가루투만을 기다리지 못해 자리에서 쓰러져서 ‘가루투만, 가루투만..’ 하시며 몸져 누워계십니다. 제발 부탁드리옵니다. 소아마치님”
“천왕께서 편찮으신 것은 마음이 아프지만 지금 우리 백제는 야만족인 고구려의 침략을 받고 있소. 이미 죄 없는 백제의 아낙네와 어린 아이들은 그들의 앞날을 잃고 자신의 생명을 구걸해보지도 못한 체 죽임을 당하고 있단 말이오. 내 어찌 그들을 보고만 있을 수 있단 말이오.”

목만치의 말을 들은 사내는 급히 성으로 달려가 왕께 아뢰길 왜왕이 결국 백제에 군사 일만을 파견하였다. 목만치는 가루투만 뿐 아니라 부남국(지금의 캄보디아)에서 부터 가지고 온 약주 다섯 통을 왜왕께 양도 하니 황태후와 태자를 비롯하여 여러 신하들이 기뻐하였다.

“여곤! 여곤은 어디 있느냐!”

목만치가 급히 아우 여곤을 찾았다.

“형님, 부르셨습니까?”
“왜의 사신이 나에게로 왕께서 백제로 하여금 군사 일만을 파견하였다는 소식이다. 나머지 백제의 이주민들은 얼마만큼 모였다 하더냐.”
“많아 봐야 오천정도입니다. 형님. 이미 출정 준비는 끝마치었지만 파도가 심하고 비바람이 몰아쳐 방의 외판이 모두 부서져 백제로 향하는 방을 띄울 수 없는 상황이옵니다.”
“그것은 걱정하지 말라.”
목만치가 바지 주머니 깊숙한 어느 곳에서 금빛이 일렁이는 차가운 물체를 손위에 올려놓았다.
여곤은 물체를 찬찬히 살펴보았지만 평생을 살아오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신비로운 물건이었다.

“형님. 들고 계시는 금빛 덩어리가 도대체 무엇에 사용되는 물건이옵니까?”
목만치가 아련한 눈빛을 자아내며 말을 이어갔다.
“아우야. 너는 잘 모르겠지만 살아생전 아버님께서 나에게 넘겨주신 해상왕국(海上王國) 목(木)씨 가문의 가보이다. 이것의 이름은 지남기라 하여 지자기(地磁氣)의 영향을 받아 변동하고 또한 주위에 쇠붙이가 있으면 항로의 변경을 알려주기도 한단다.”
“오! 이것만 있으면 풍랑 속에서도 천문항법을 사용하지 않고서 길을 잃지 않을 것이 옵니다. 허나...”

여곤은 우물쭈물하여 말을 쉽게 이어나가지 못하였지만 한숨을 푸욱 쉬더니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목만치에게 아뢰었다.

“뿐만 아니라 백제로 향하는 모든 수로는 이미 고구려군이 통제를 하고 있사옵니다. 남은 뱃길은 산둥 반도로 향하는 길 밖에 없사온데 그곳은 동장군의 혹한 추위로 항구가 동결하고 방의 파손도 심히 우려되어 갈 수 없사옵니다.”
“길이 하나뿐이라면 그곳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
“하지만, 형님! 백제로 도달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듣기 싫다! 너는 어찌 안 된다고만 하는 것이냐. 나는 너처럼 약하고 뒤로 숨기만 하는 아우는 필요치 않다! 그렇게 두렵다면 나 혼자 떠날 것이다. 어찌 하겠느냐!”

여곤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제가 감히 형님의 말씀을 어길 수 있겠나이까?”

그로써 곤지는 군사 일만 오천 과 함께 죽음을 뛰어넘는 빙해와의 전투와 승리하고 백제 한성으로 귀국하니 문주왕과 그의 군사들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천지를 얻은 듯 포효하여 그 소리로 인해 나라가 떠내려 갈 듯하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문주왕과 목만치 세력은 장수왕이 이끄는 고구려 군사력에 못 이겨 한성의 함락으로 수도를 옮길 수밖에 없게 된다. 문주왕이 다친 군사들과 신하들을 돌보는 사이 목만치는 좌현왕 곤지와 조미걸취와 함께 남하하여 도읍이 될 만한 곳을 찾는다. 담향성 아래에 밖으로는 산이 있어 적의 침입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고 안으로는 땅이 기름지고 강이 흘러 곡식과 가축을 함께 기를 수 있으니 도읍지로는 이만한 곳이 없어 천도를 결정 한다.
그곳이 바로 웅진이다.

참고 : '삼국사기' 백제본기 개로왕 21년 조, '일본서기' 웅략천왕 20년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