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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 천지를 가른 핏빛 전투

[등장인물]
- 동성왕(모대): 백제 제24대 왕
- 진로: 병관좌평
- 사법명
- 목간나
- 해례곤
- 찬수류
- 저근
- 양무
- 그 외 다수

[줄거리]

동성왕 재위 10년(488) 말갈이 한산성을 습격하여 백제의 중원에는 여인네들과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으며 서쪽으로는 죄 없는 이들의 붉은 피가 하늘에 올라가지 못하고 이승에 떠돌다 강이 되어 흐르니 정치와 군사가 모두 혼란했던 시기가 벌써 다섯 해를 넘기고 있었다.
모대는 성곽을 다시 축조하고 군사들은 언제 있을지 모르는 전투에 준비하여 육신을 훈련하고 정신을 수양 하며 대륙영토의 회복과 국가 안팎으로 위축된 백제의 위상을 다시 떨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튿날 새벽에 우레와 같은 소리가 모대의 잠을 깨우니 필시 그것은 병관좌평 진로의 목소리였다.

“폐하, 북위의 기마군이 하수를 지나 대륙백제를 침공하기위해 달려오고 있다 하옵니다. 병력은 수십만을 훨씬 넘을 것이라는 기별입니다.”
모대의 눈빛은 먹이를 잡으려는 범의 눈빛이요, 그의 용안은 칼을 들고 있는 동방지천국이 어려 있었다.
“감히 그곳이 어디라고 침범해 오는 것인가! 백제의 옛 영토를 소유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감히 대륙백제까지 넘보다니 내 그 놈들을 결단코 용서치 않으리라! 저근은 어디 있느냐!”

모대왕이 대노하여 소리쳤다. 저근이 아뢰길
“우리 백제군의 사기의 충전함이 그 어느 때보다 더 강하며 승리라는 열매를 맛보고자 하니 소인, 어떤 명이든 기필코 받들겠나이다.”

모대왕은 즉시 저근을 통해 대륙백제에 있던 장군 양무에게 서신을 보내어 얼마 남지 않은 북위와의 전투를 위해 백제 군사들을 모아 보병과 기병의 자리를 재배치하고 군량을 나누어 주어 힘을 비축토록 하게 했다. 또한 평소 신임하던 백제의 장수 사법명, 찬수류, 해례곤, 목간나를 급히 불러들였다.

모대왕이 탄식하며 말하길
“북위군이 하수를 지나 대륙백제를 향해 달려오고 있고 짐은 지금 웅진에 있으니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사법명이 여쭙기를
“폐하. 우리 백제군은 하늘이 내려준 신의 군대라고 불리 울 정도로 막강한 군사력을 갖고 있으며 뛰어난 전술과 체력을 가진 고구려의 군부대조차 백제군의 이름을 들으면 바지에 소변을 지릴 정도로 소스라치게 놀란다 하였습니다. 대륙백제군은 일천군사이고 장군 양무가 함께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때마침 동남풍이 잦고 서북풍이 불기 시작하오니 바람만 좋으면 2~3일 만에 대륙백제에 도착하여 해양방어(海防體制)를 이용한 기습공격을 감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흐음. 해양방어(海防體制)를 이용하기 위해선 북위군이 청와군의 해안가 근처까지 와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북위군은 해안가의 하류를 거슬러 축항을 치기보다는 대방을 지나서 대륙을 칠 것이 틀림없다.”
“모래바람이 사방으로 흩날리고 야수의 무리가 생활하는 곳은 우리 뿐 아니라 아무리 유목생활을 하던 북위군 또한 위험한 곳 이옵니다. 북위군의 대장 장고안이 목숨을 내걸 정도의 도박은 하지는 않을 것이 옵니다. 필시 청와군의 해안은 높고 낮은 바위들로 가득하고 일백년도 넘은 소나무들이 즐비하여 자태를 뽐내고 있으니 자신들을 숨기기에 좋다 여길 것이고 우리는 그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곳을 기습하여 공격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번에 왕실 대장장이 百家(백씨 가문)의 자제 귀안이 새로운 폭약을 발명했다 하니 그 성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사옵니다. 폐하.”

목간나가 사법명에 이어 대답하기를
“또한 대륙백제는 거리가 짧은 내해(內海)의 성격이 강하니 지문항법(指紋航法: 육지를 관찰하는 방법)을 활용한 근해항해가 좋을 듯합니다. 이미 군사와 군비, 군량까지 모두 준비했사오니 절대 심려 하실 일은 없을것입니다.”
“좋다! 사법명, 목간나, 찬수류, 해례곤은 지금 즉시 군사들과 함께 출정토록 하라!”

왕의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네 장수는 대성팔족의 근위병과 지방행정군을 즉시 결부시켜 적과 가장 먼저 대치하는 1진에 그동안 길들여 왔던 군마들을 중심으로 한 양무의 기병대를 앞세우는 등 북위군 과의 전투에 만만의 준비를 기하였다. 하늘의 태양이 너무 높아 군사들의 눈을 가리는 때에 천지를 가르는 전투가 시작되니 그것의 형상은 마치 용과 호랑이의 싸움과 같았다. 하나같이 곤두서서 이상한 기치와도 같이 구름을 자르고 하늘을 치니 사방에 하늘님의 눈물이 쏟아지는 듯 했다.
천지에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마치 지장왕(地藏王:지장보살, 늘 지옥 중에 현신함)이 있는 풍도옥(지옥)을 형상케 하니 이곳이 과연 인간이 사는 현세 인가 싶다.

칠일밤낮이 되어 목간나가 지칠 대로 지친 군사들 앞에 서서 말하기를
“백제의 아들들이여! 그대들의 용맹함과 백제를 위한 마음을 잘 보았다! 하늘의 뜻과 땅의 기세가 우리 손아귀에 있으니 천지에 어둠이 가리우고 영롱한 달빛이 우리의 살결을 휘감을 때에 우리는 비로소 승리의 단 맛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백제군은 북위군이 이기고 있다는 성취감에 휩싸여 눈이 멀도록 후퇴를 감행 하였다.
사법명, 목간나가 앞서고 그 뒤를 백제군이 보위하여 해안가 근처까지 달아나니 북위로서는 마치 꽁무니를 빼듯 허겁지겁 도망치는 것처럼 보여 우습기 짝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앞으로는 칠흑 같은 바다요 뒤로는 눈먼 오랑캐들이 즐비하니 백제군은 발걸음을 멈췄다.

북위군의 장군이 말하기를
“과연 백제군은 신의 군대라 할 정도로 북위를 힘들게 하니 앞으로는 첩첩산중이요 뒤로는 어두운 파도가 휘몰아치고 있다. 그대들의 행보는 진퇴양난이니 더 이상 물러 설 곳이 없을 터. 백제의 장수 사법명, 목간나는 이 장(章)가의 고안에게 무릎을 꿇고 구차하게 목숨을 빌어 보아라!”

사법명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니 실성한 듯싶어 장고안의 얼굴에 푸른빛이 감돌았다.

“그대 장고안이여. 그대는 진정 백제의 사천왕이라 불리 우는 우리를 모르겠는가. 천하의 충계가 사천왕을 모르고 진퇴양난이라 하다니 과연 그 말의 뜻이 무엇인지 알고나 하는 말인가!”
“뭐라! 이놈이 죽고 싶어 환장을 한 것이냐! 백제의 사천왕이라니 내 눈 앞에 있는 장수는 사법명, 목간나만이 있거늘 말이나 되는 소리를 하는 것!!”

북위군의 장군 장고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풍소가 울리며 검푸른 바다사이로 숨어있던 백제의 함해 여덟 개의 돛을 올린 커다란 방이 연옥인 마냥 활활 타오르며 북위군을 노려보고 있었고 그와 같이 허리까지 오는 풀 숲 사이사이로는 찬수류, 해례나의 군사들이 북위군을 향하여 활을 겨냥하고 보병들이 둘러싸여 있었다.

“방이다!”
“백제의 방이다!”
“장군! 매복입니다! 해안가로 온 것은 백제군의 함정이었습니다!”

술렁거리는 북위군의 기마대는 백제의 기습에 당황하듯 조금씩 무너져 가고 있었다.
“장군!”

북위의 장군 장고안이 치를 떨며 울부짖었다.
“아아아아아! 감히 나 장고안이 승리에 눈이 멀어 놈들의 얄팍한 잔꾀에 덜컥 넘어가 가문을 먹칠하고 나라의 위신을 떨어뜨리다니! 쥐새끼 같은 저놈들의 목과 함께 내 목숨으로 이 죄를 달게 받을 것이다!”

장고안의 말이 체 끝이 나기도 전에 안반에 엎드리고 있던 백제군의 또 다른 기병들이 일제히 장고안을 향해 불화살을 날렸다.

“장군을 보위하라!”
북위군의 병사들이 앞 다투어 그들의 품으로 장고안을 보호하였다. 심장에 화살을 받아들며 자신의 앞에서 쓰러져가는 전우들을 보며 장고안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장군, 어..어찌하면 좋습니까? “이러다간 모두 죽겠습니다. 명을 내리십시오! 장군!”
“내 평생의 치욕이구나!! 모두 역퇴 하라!”
“역퇴 하라!!”
“모두 장군을 퇴수하라!”

사법명이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나의 형제들이여!! 백제의 이름을 걸고 저기 저 겁을 먹고 도망가는 북위군의 등허리에 칼을 꽂아 그렇게 갈망하던 승리를 맛보자!"
라고 소리치니 목간나, 찬수류, 해례곤은 도망가는 북위군 주위를 백제 보병으로 둘러쌓아 후방을 분쇄하도록 하였다.
백제군의 수는 북위군의 수의 절반도 못되었지만 그들의 용맹함과 사기만은 하늘을 찌를듯하였고 그들의 방어진과 장군들의 계략은 삼국에 존재하는 그 어떤 나라의 병력보다 강하고 단단하며 치밀하였다.

마침내 사법명과 목간나, 해례곤이 이끄는 군이 적을 꽤 뚫고 북위의 대장군 장고안의 목을 베었다. 북위의 전장을 잃은 군대가 파도가 끓듯 무너지면서 급하게 후퇴하였으나 이미 찬수류와 양무의 군사들이 만들어 놓은 질려(적 방어용으로 좁은 길에 세워는 철책)에 넘어가 패잔병들의 시체로 하여금 평월을 붉게 물들이니 북위군의 고래와 같은 난폭함이 꺾여서 흉악함을 감추었다.

참고 : '삼국사기' 백제본기 동성왕 10년 조, '남제서' 백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