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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 미륵의 나라를 꿈꾸며

[등장인물]

- 성왕: 백제 제26대 왕

- 겸익: 백제의 승려

- 담욱: 백제의 승려

- 혜인: 백제의 승려

- 배달다: 인도의 삼장승려(倍達多三藏)

- 그 외 다수

[줄거리]

반가운 비가 천지를 지나가니 봉선화의 빛이 새롭고 천풍이 지어 동장군(冬將軍)을 물러내니 백성들이 너도 나도 기뻐하며 다시 힘을 내어 살아가게 되었다. 말 못하는 짐승들도 서로 정답게 지내나니 왕실 누각에 심어놓은 버드나무에서 제 목소리를 뽐내는 까치가 제일이더라.
이를 본 성왕이
“까치가 저리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있자니 내 평생의 반가운 이를 곧 만날 것 같구나.”
라고 말하였다.

“폐하. 천축(天竺)으로 정행 갔던 백제의 고승 겸익 들었사옵니다.”
“오오. 어서 들게 하라”

이윽고 그동안의 세월을 알리듯 흰 수염이 듬성듬성 나 있으며 거무스름한 안면에 깊이 패진 주름이 허옇게 들어나 있는 고승이 문을 열고 사뿐히 들어와 무릎을 꿇고 엎드려 절하며 말했다.

“폐하를 뵙고자 한걸음에 달려 왔습니다. 겸익.. 이제야 고국에 돌아왔습니다.”
평소 신하들에게 냉정하고 이성적인 면만을 보여주던 성왕이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지으며
“어서 오시오. 내 오랫동안 그대를 기다리고 있었나니 이제야 만나 뵙게 되는 구려.”
라고 이르렀다. 그의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가 새로운 문물에 관한 지식을 받들며 즐거워하는 모습과도 같았다.

“미천한 이 몸을 기다려 주시다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계속 엎드려 있지 말고 편히 일어서서 앉으시오. 천축에서 어떻게 지냈는가? 천축의 찬선은 입에 맞았더냐? 옛적엔 크고 거대하게만 보였는데 이제 보니 작고 힘이 없어 보이는 구나.”
“겉모습은 작고 힘이 없어 보일지언정, 저의 혼은 크게 밝고 부처님 품안에 잠든 아이처럼 크게 자랐습니다.”
계속해서 겸익이 성왕께 여쭙기를
“폐하. 소인은 나라 안팎에 떠도는 소문으로 백제의 근황을 살피었습니다. 패수에 침입한 고구려 군을 격퇴하시어 영토를 넓히시고 이듬해에 양나라의 고조께서 조서를 내리셔 지절도독백제제군사백제왕(持節都督百濟諸軍事百濟王)이라는 칭호를 얻게 되셔서 감복 드리옵니다.”
“고맙소.”

겸익의 얼굴에 짙은 어둠이 가리고 있었다.
“폐하. 미천한 소인이 목숨을 내놓고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영토를 넓히고 나라의 만백성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륙 영토를 넓힌다고 하여 큰 나라가 되는 것은 아니옵니다. 천축으로 가게 되면서 수많은 나라를 접하고 다녀왔지만 오히려 영토가 넓고 군사력이 강했던 대부분의 나라는 소멸되고 비록 영토는 적지만 문화가 꽃 피고 백성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야 말로 제가 고국에 돌아오기까지 영원토록 살아남을 수 있었사옵니다. 돌아가신 선조 왕께서 기록해 두셨던 서기와 제가 인도에서부터 가지고 온 5부율을 가지고 백제 신율을 성립하여 미천한 이들도 착취당하는 자신의 권리를 찾게 하시어 백성들로 하여금 사랑 받는 왕이 되옵소서.”
“옳은 말씀이오. 문화가 발전해야 나라가 굳건한 법. 진정 나라를 생각하는 이는 그대 뿐 이요. 겸익.”
“과찬의 말씀이옵니다. 폐하.”

성왕이 겸익의 말을 내치지 않고 진정으로 받아들이니 좌평 연모를 시켜 겸익과 인도 승려인 배달다 삼장승려(倍達多三藏)를 흥륜사(興輪寺)에 뫼시었다.
백제에 처음 도달한 배달다 삼장승려가 탄복하여 말을 이어나갔다.
“동백꽃이 막연하게 피어올라 향기에 취해 손이 저절로 시를 짓고 발이 하늘로 두둥실 떠오르게 하니 이곳이 부처님이 계신 극락세계인가. 이렇게 좋은 곳에 몸담게 하신 백제왕께 감사하나이다.”

또한 산세의 빼어남과 도량의 웅대함을 가진 고승 28명을 모아 산스크리트어로 되어 적힌 아담장과 범문율부(梵文律部)를 번역 하도록 하니 그 수가 칠십권이 훨씬 넘었다. 좌장 지충에게는
“삼장경문을 다 익히고 불법에 통달한 자를 찾으라.” 라 명하여 담욱 과 혜인을 궁으로 불러들이니
“그대들은 이제부터 나의 명을 받들어 율소(律疏)를 짓게 될 것이오. 이것은 나의 지위를 이용하여 권력과 재력을 탐하고자가 아닌 백성의 안위를 위한 것이니 성심성의껏 해주기를 바라오.”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이로써 성왕이 몸소 불교를 재정비 하고 문화를 꽃 피워 대성팔족의 귀족뿐 아니라 백제 안에 있는 평민과 천민들도 세상의 고통과 번뇌를 벋어나 부처의 넓고 따뜻한 품으로부터 해탈과 평온을 얻게 되니 이 어찌 백제왕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참고 : '삼국사기' 백제본기 성왕 28년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