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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제

역(驛)의 유래

역(驛)이란 무엇인가? 일종의 정거장과 숙박시설이 함께 운영되던 곳이다. 다시 말한다면,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든 도로를 따라 여행을 하다가 쉬는 곳이 바로 역이다. 단지 공무 여행자에게만 쉼터가 제공된다는 것이다. 일반인들 여행객을 위해서는 원(院)이나 주막 같은 것을 따로 운영하기도 했다. 아무튼 전근대 국가에서 역이란 교통과 통신망의 근간이 되는 것이고, 그래서 군사적 목적으로 많이 쓰였기 때문에 국방을 담당하는 병조(兵曹)에서 관할하게 되어 있었다. 우리 전통시대의 제도들이 거의 중국에서 들어왔는데, 역제(驛制) 역시 중국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이 땅에 기차가 들어 온 지 한 세기가 더 흘러버렸다. 그래서 이제는 역이라 하면 으레 기차역만을 떠올린다. 그러나 옛길을 다니며 사람들을 실어 나르던 것은 기차가 아니라 말이었다. 이에 따라 기차가 처음 들어왔을 때 우리 선조들은 철마(鐵馬)라 불렀던 것이다. 따라서 옛길을 따라 조성되어 있는 역은 말과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기도 하다.
몽고가 대 제국을 건설했을 당시 역참(驛站)제도를 통해 그 넓은 영토를 잘 다스렸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참적(站赤; 잠치 Jamchi)가 바로 그것이다. 오고타이 칸의 치세 원년(1229)에 이 제도를 정비하여 각 역에 거마·인부·숙소·음식물을 갖추고 관리·사자(使者)를 호송하거나 물자를 수송하는 데 이용하였다. 이 때문에 수도 카라코룸을 중심으로 한 유라시아 대륙의 동서교류가 활발해 질 수 있었다. 원나라 수도 대도(大都;北京)를 중심으로 소·배[船]·개 등 각 지역에 편리한 운송수단도 채용되었다. 이용허가증인 '패자(牌子)' '포마성지'를 가진 자는 그 증명내용에 해당하는 역을 이용할 수 있었다. 우리의 마패(馬牌)와 같은 것들이다. 마패는 암행어사 신분을 나타내주는 증명서가 아니라 역에 비치된 말을 징발할 수 있는 숫자를 표기한 것이란 것쯤은 이제는 상식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대국가에서부터 역(驛)이 매우 중요시되었던 것은 틀림없다. 나라의 체제가 갖추어가지 시작하면서부터 인간의 역사가 투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니, 군사적 목적으로 매우 중요시될 수밖에 없던 것이 바로 역이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공무상 여행자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교통편을 제공하는 기능은 매우 컸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옛길 문화의 요체인 역과 그 역을 오간 수많은 사람과 사연들이 오늘날 우리에게도 매우 즐거운 문화체험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전통시대에 가장 흔하게 부르던 것이 역(驛) 혹은 역참(驛站)이었다. 그밖에 우역(郵驛)·역관(驛館)·합배(合排)·우정(郵亭) 등 다양한 용어로 사용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