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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이야기참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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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외

옛날 어느 마을에 착한 아들과 어머니가 살고 있었다. 어머니는 항상 아들을 귀여워 했으며 아들 또한 효성이 지극하여 어머니의 명령에는 반드시 복종하였다.
“내 아들은 효자라 어미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지요.”
어머니는 마을 사람들에게 늘 아들 자랑을 하였다.
어느덧 아들이 청년이 되어 장가를 가게 되었고 한 처녀가 이 집의 며느리로 들어왔다. 이 며느리의 효성이 어찌나 지극한지 아들보다도 더한 것이었다. 그런 아내를 아껴주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질투가 난 어머니는 신방을 꾸민지 며칠만에 아들을 산 너머 먼 곳으로 머슴살이를 떠나 보냈다. 그래서 집에는 착한 며느리와 시어머니만 살게 되었다.

그런데 아들을 먼 곳으로 보낸 뒤부터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학대하기 시작하였다.
빨랫터에서 돌아오는 며느리를 본 시어머니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빨래하러 나간지가 언제인데 지금까지 누구하고 노닥거리다가 이제 오는거야? 어느 집 여편네랑 이 시어미 흉을 봤지?”하며 깨끗이 빨아 온 빨래를 더럽다고 마당에다 내동댕이치고 발로 밟아 버리면서 며느리를 구박하였다.
그러나 착한 며느리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한 마디의 군소리도 하지 않았다.
“어머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빨래는 다시 해오겠습니다.”
시어머니가 호통을 치면 치는 대로 용서를 빌고 다시 일을 하였다.
멀리서 머슴살이를 하고 있는 아들은 이런 사실을 집작조차 하니 못했다. 다만 아들은 가을까지 열심히 일을 한 뒤 품삯을 받아 어머니와 색시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갈 생각에 가슴이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여전히 며느리를 학대하며 어떻게 해서든지 쫒아낼 구실을 만들려고 벼르고 있었다. 어머니는 예전처럼 아들하고 둘이서 오붓하게 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밥도 제대로 먹이지 않으면서 굶주리게 하기가 예사였다.
“아가, 너는 젊은애가 무슨 밥을 그리 많이 먹느냐? 집에서 먹고 놀면서 그리 밥만 축내면 어쩌느냐. 내 아들은 지금 남의 집에서 머슴살이로 고생을 하고 있는데 너는 염치가 있어야 할 것 아니냐?”
시어머니의 구박과 배고픔에 시달리던 며느리는 시집올 때와는 달리 자꾸만 야위어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마을 주민들도 혀를 끌끌 차며 며느리를 동정했다.
“시집올 땐 곱던 새댁 얼굴이 피골이 상접하구나. 신랑마저 멀리 있으니 불쌍해서 어쩌누.”
“며느리 자식도 자식인데 시어머니란 사람이 너무 하구나. 아들이 없다고 저리 내놓고 구박하니 저 죄를 어쩔꼬.”
“저러다 사람 잡겠어요. 굶기를 밥 먹듯 한다잖아요. 그래도 우리 마을로 시집온 사람인데 굶어 죽게 만들어서야 되겠어요? 마침 우리집에 참외 농사를 지어 새로 따 놓은게 있는데 그거라도 좀 먹어야겠어요.”
“그래.그래. 인동댁이 그저 복 받을 일을 하는구만.”
며느리가 물을 길어 힘겹게 마을로 들어서자 인동댁이 새댁을 불렀다.
“새댁, 아유! 안스러워서 못 보겠네. 얼마나 굶었으면 몸이 이리 말랐을까. 시어머니 모르게 이 참외 하나 먹고 들어가요.”
착한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흉이 될까봐 사양했다.
“아니예요. 저는 어머님이 보살펴 주셔서 편하게 잘 지내는 걸요.”
인동댁은 그렇게 말하는 며느리가 더욱 측은해 보였고 시어머니 욕먹지 않게 하려는 마음이 또한 기특했다.
“아무렴. 새댁이 얘기를 안 한다고 내가 모를까봐. 우선 허기부터 달래도록 이 참외 하나 먹어봐요.”
며느리는 배가 너무 고팠기 때문에 더 이상 사양하지 않고 참외를 받아 단숨에 먹어 치웠다. 달고 맛있는 참외는 꿀맛이라 어디로 넘어가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이제 배가 부른 며느리는 가던 길을 재촉해 물동이를 이고 집으로 들어섰다.
시어머니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기세등등하게 뛰어나와 또 소리를 질렀다.
“너는 물 길러 가더니 어디 가서 우물이라도 파 가지고 길어 오느냐? 젊은애가 몸이 날래야지 이리 뒤뚱거려 어디다 써먹겠어. 그런데 너 입에 묻은 그게 뭐냐? 참외씨 아니냐? 이제는 도둑질까지 하는구나. 뭐가 부족해서 남의 집 참외까지 훔쳐 먹고 다니는 거야? 내가 너 때문에 창피해서 살 수가 없구나.”
며느리는 아니라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말을 들을 생각도 않고 막무가내였다.
시어머니의 온갖 구박과 욕설에 견디지 못한 며느리는 그만 집을 뛰쳐 나오고 말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신랑이 돌아올 때까지 시어머니 봉양하며 잘 살아 볼려고 했는데 매일 밥을 굶기더니 이젠 도둑 누명까지 씌우니 억울하고 서러워서 견딜 수가 없구나.”
막상 집을 나왔지만 갈 곳이 없는 며느리는 신랑이 머슴살이 가며 넘었던 고갯마루로 가서 하염없이 고개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곤 눈물을 흘리며 울다가 시어머니의 학대를 더 견디지 못하고 그만 목을 매어 죽고 말았다.

아들은 가을철이 끝나고 그동안 일한 품삯을 받아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제 저 고개만 넘으면 그리운 어머니와 아내를 만날 수 있겠구나. 어머니와 아내도 나를 보면 깜짝 놀라겠지. 부푼 마음에 발이 땅에 닿지 않을 지경이구나.”
그런데 고개를 넘던 아들은 이상한 것을 보게 되었다. 지난번 자기가 넘었던 고갯마루에 무덤이 하나 있는데 주변에 때 아닌 참외가 주렁주렁 달린 것이었다.
‘이상하다. 지난 번 내가 갈 땐 없던 무덤이 생겼네. 그리고 산길에 웬 참외며 여름도 아닌 가을철에 참외가 이리 많이 열렸단 말일까?’
아들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집으로 달려갔다. 아내는 보이질 않고 어머니 혼자 집에 있다가 자신을 보자 땅을 치며 통곡하는 것이 아닌가.
“모두가 내 잘못이다. 착한 며느리를 내가 죽였다. 내가 심하게 구박만 하지 않았어도 죽지는 않았을텐데 내가 죽였어. 그 애가 너를 기다리려고 그 곳으로 찾아간 듯하여 고갯마루에 묻어 주었더니 제 억울한 일을 밝히듯이 그 산길에 참외가 주렁주렁 열리더구나.”
사정을 듣고 난 아들은 다시 고갯마루로 달려가 참외줄기를 부둥켜 안고 울었다.
“부인, 미안하오. 내가 조금만 일찍 돌아왔어도 이렇게 죽진 않았을텐데 내가 못나서 당신을 고생만 시켰구려. 정말 미안하오.”
아들은 참외줄기를 조심스럽게 캐내어 집으로 와서 마당에 다시 옮겨 심었다. 그리고는 아내를 돌보듯 정성껏 돌보았다.
이듬해에는 더 많은 참외가 열렸다.
며느리가 죽고 나서야 시어머니는 자신의 잘못을 크게 깨닫고 다시는 그러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아들은 죽은 부인에게 사죄하는 심정으로 평생 재혼하지 않고 어머니를 모시며 살았다 한다.

식용·약용으로 두루 쓰이는 참외는 생으로 먹고 한방 및 민간에서 부종·충독(蟲毒)·월경과다·양모(養毛) 등에 다른 약재와 같이 처방하여 약으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