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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이야기슬픔을 숨기고(나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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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숨기고(나팔꽃)

슬픔을 숨기고(나팔꽃)

초여름 아침
아버지와 아들이 화단에 물을 주고 있다.
나팔꽃 몇 송이가 피어 있다.

아들 : 아빠, 이꽃 이름이 뭔지 알겠다.
아버지 : 그래 뭐냐?
아들 : 나팔꽃.
아버지 : 누가 일러주던?
아들 : 아니?
아버지 : 그럼, 어떻게 알았어?
아들 : 모양이 나팔처럼 생겼잖아!
아버지 : 나팔처럼?
아들 : 그래, 학교에서 나팔그림을 보고 나팔 모양을 알았지.
아버지 : 그랬구나.
아들 : 저 꽃에서 소리가 나는 거야?
아버지 : 그럼. 아주 슬픈 소리가 나지.
아들 : 어떻게?
아버지 : 한 번 들어 볼련?
아들 : 으응.
아버지 : 아주 먼 옛날 , 한 고을에 미인 부인을 둔 화가가 있었다. 어느 날 그 고을을 다스리는 원님도 화공의 부인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되었다. 원님은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데 백성들의 원성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원님은 궁리 끝에 화공의 부인에게 억울한 죄명을 덮어씌워 감옥에 가두고 말았다. 죄도 없이 하루아침에 죄인이 된 화공의 부인은 남편을 그리며 많은 날을 눈물로 지샜다. 그리고 원님이 온갖 수단으로 그녀를 유혹하였지만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 유혹을 뿌리쳤다. 부인을 빼앗긴 화공은 억울한 마음을 하소연할 길이 없었다. 날마다 부인이 갇혀있는 곳을 찾아 갔지만 번번이 쫓겨날 뿐이었다. 부인이 아프다는 소문을 전해들은 화공은 힘없이 밤낮으로 허공만 바라보다가 마침내 미쳐 버리고 말았다. 미친 화공은 밖으로는 나오지 않고 오직 집안에만 틀어박혀 그림을 한 장 그렸다. 그림이 완성되자 그는 그림을 가지고 부인이 갇혀있는 옥으로 찾아가서 그 땅 밑을 파더니 그림을 묻는 것이었다. 화공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다가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그 후부터 부인은 밤마다 기이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남편이 나타나서 서럽게 눈물을 흘리다가 사라지는 꿈이었다. 부인은 이상하게 생각하고 아침에 창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그런데 그 곳에는 한 줄기의 아름다운 덩굴 꽃이 피어 있었다. 마치 피멍이 든 듯 담자색의 나팔 모양을 한 예쁜 꽃이었다. “나를 잃고 원한에 사무쳐 죽은 지아비의 넋이로구나. 당신은 이렇게라도 나를 찾아와 주셨군요.” 부인은 죽은 남편을 생각하며 언제까지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런 얘기야! 좀 지겹지?


아들 : 아니, 매우 슬픈 이야기라서 마음이 아프군요.
아버지 : 그런데 이 나팔꽃의 씨앗이 약재로 쓰이는 거야.
아들 : 약재로요?
아버지 : 그래. 몸이 붓거나 허리가 아프거나 밤눈이 어둡거나 할 때에 처방을 해서 쓰는 것이지. 오줌이 잘 나오지 않을 때에도 쓸 수 있단다.
아들 : 화가 부인이 그렇게 하라고 했던 모양이지요?
아버지 : 그런 모양이지.
아들 : 이제 나팔꽃도 예사로 볼 게 아니예요.
아버지 :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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