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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 이야기24절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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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 이야기

24절기 이야기

◎집필 의도
24절기를 5감에 맞추어 소개해본다. 볕마루 라는 이름의 24절기를 담당하는 도깨비가 등장해 지면 너머의 독자에게 5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24절기를 묘사해주는 만화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개요
볕마루라는 이름의 절기를 담당하는 도깨비가 혼수상태의 여자아이를 병실에서 발견해 친구가 되면서 그 아이에게 24절기를 하나씩 소개해주는 이야기.

◆장르
24절기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교육용 만화입니다.


◆방식
볕마루는 친구에게 계절을 24개로 나눈 24절기를 하나하나 이야기로 설명하고 만화로는 그것을 시각적으로 구체화 시켜서 보여준다.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은 볕마루의 설명에 의해서 독자에게 전달한다.

◆전개
볕마루가 병원에서 한 여자아이를 친구로 사귀는데 병이 위중해서 혼수상태가 된다. 볕마루는 친구에게 계절이 흘러가는 것들을 24절기로 설명해준다. 각 절기에 무엇을 볼 수 있는지 무엇을 하고 놀 수 있는지. 무엇을 먹어볼 수 있는지 그것은 어떤 맛인지...

◎스토리 요약
20##년의 서운종합병원. 로비 안쪽 구석에 있는 유물전시실에 있던 한 환자 소녀 앞에 있던 유물 해시계 안에서 연기가 솟아오르더니 볕마루라는 이름의 도깨비가 튀어나온다. 유물을 통해서 미래로 오게된 볕마루와 예진이라는 소녀는 친구가 된다. 하지만 예진은 병세가 악화되어서 혼수상태가 되고 볕마루를 그저 딸의 친구라고 생각한 예진의 엄마는 볕마루에게 종종 놀러와서 바깥 이야기를 좀 들려주렴. 이라는 부탁에 한 절기가 지나갈 때마다 예진의 병실로 놀러와 절기들을 설명해 주는 일을 시작한다.

등장인물

볕마루 : 24절기를 담당하는 도깨비로 앙부일구(해시계)를 통해서 과거에서 현대로 접촉하게 된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예진을 만나 친구가 되고. 예진이 혼수상태가 되자 종종 찾아와서 바깥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의식이 없는 예진에게 열심히 설명해준다.


예진 : 병으로 계속 병원에서 지내온 소녀. 볕마루와 친구가 되지만 병세가 악화되면서 혼수 상태가 되어 볕마루를 안타깝게 한다.

◆시대배경
예진이 있는 시기는 현대.
볕마루는 과거에 속해 있지만 병원이 예전의 관청자리에 서있는 병원에 유물을 통해서 접촉하게 된다.

◆전체적인 장소 개요
예진이 있는 병원의 중환자실은 예전에 천문을 담당하던 관청의 자리였다.

시놉시스

프롤로그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바삐 움직이면서 돌아다니느라 소란스러운 홀에서 휠체어 한 대가 조용한 곳을 찾아 그림자가 드리워진 긴 복도 쪽으로 움직여 갔다. 다들 바빴던 탓인지 휠체어가 그런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병원은 옛날에 천문을 관측하던 관청이 있던 자리 위에 세워졌다. 병원 이름이 큼지막하게 새겨진 커다란 비석 옆에 낡은 검은색 대리석 위에 음각으로 새겨진 글씨가 이 병원자리가 몇 백년 전에는 서운관이라는 이름의 관청자리 이었음을 궁색하게 증명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아 먼지 낀 듯 조금 탁한 공기에 소녀는 폐에서부터 심한 재채기를 했다. 마치 창고에 설치된 창처럼 천장 가까운 곳에 만들어져 있던 가로로 긴 유리창에서 햇볕에 쏟아져 들어와 먼지 낀 유리장 아래에 잠들어 있는 옛 유물들을 비추었다. 햇볕이 해시계의 시침에 비추며 그림자를 길게 늘인 순간 누군가가 조용하던 전시실 안에서 요란하게 재채기를 해댔다. 활동하기 편하게 개량된 개량한복을 입은 덥수룩한 머리에 대춧빛 피부를 한 남자아이가 비틀거리면서 한참 재채기를 해대더니 겨우 그 방안의 휠체어에 앉아있던 소녀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부산하게 자신이 있던 공간을 관찰하던 남자아이는 조금은 딱딱하게 경직된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보며 자신을 도깨비인 볕마루 라고 소개한다. 휠체어에 앉아 있던 소녀는 자신은 사람인 예진 이라고 소개한다.


마치 사극 드라마에서 그러는 것처럼 볕마루는 `그래 예진 아씨가 지금 앉아 있는 그게 대체 무엇이오?` 라고 질문했다. 예진은 볕마루에게 이건 다리가 아픈 사람들이 앉아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 의자인 휠체어, 아니 바퀴의자라고 가르쳐준다. 볕마루는 뒤에서 예진의 의자를 밀어보더니 참 신기하다면서 눈을 빛낸다. 그렇게 초겨울의 짧은 해가 지면서 해시계에 드리워졌던 햇볕도 사라지자 볕마루는 예진에게 원래 자기 세계로 돌아가야 갰다며 인사를 한다. 예진은 다음에 꼭 와서 다시 함께 놀자고 볕마루와 약속한다.

동지가 지나고 해가 다시 늘어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추운 어느 겨울. 해시계 위로 햇볕이 드리워지면서 다시 병원에 볕마루가 나타난다. 텅 빈 전시실에 혼자 있음을 확인한 볕마루는 예전에 예진이가 알려준 대로 예진이의 병실을 찾아 나선다. 신기한 요술상자를 타고 위로 올라온 볕마루는 아라비아 숫자를 읽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물어 병실을 찾아간다. 복도 끝에 있는 개인 병실에 언문(한글)으로 예진이라고 써있음을 확인한 볕마루는 예진이에게 미리 들은 대로 문을 세 번 두드리고는 밀고 들어갔다...

- 이하 생략 -

볕마루의 혼잣말(독백:내레이션)

봄 - 입춘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
1>입춘
음력으로 정월 초를 입춘이라고 불러. 봄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이지. 겨울의 찬바람으로 얼어붙어 있던 세상에 봄의 따듯한 햇볕이 비추기 시작해. 세차게 불어와서 살갗으로부터 따듯함을 앗아가던 바람도 이맘때가 되면 잠잠해지지. 입춘에는 입춘절식이라고 해서 다섯 가지 매콤한 풀들을 먹어. 노랗고 붉고 하얗고 푸르고 검은 다섯 색의 매운 음식을 먹는데 이것은 삶에 따르는 다섯 가지 괴로움을 극복하라는 의미야. 실은 겨울 내내 노느라 흐리멍덩해진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먹는 거지. 정월초하룻날 새벽엔 `청참`이라 는걸 하는데 새벽에 제일 먼저 들린 소리를 가지고 한 해를 점치는 거야. 까치 소리를 들으면 좋은 것이고 까마귀 소리를 들으면 나쁜 것이고 사람 목소리를 들으면 그럭저럭 평범한 해일 거래. 북쪽의 함경도 지방에선 목우놀이라고 해서 관아에서 민가까지 나무로 만든 소를 끌고 다녀. 한해 농사가 잘 되게 해달라고 비는 거지. 그리고 연날리기를 해. 갓 깍은 얼레는 손에 가시가 박히기도 하지만 오래된 좋은 얼레는 길이 들어서 손이 다치지 않아. 연놀이는 아주 재밌어 연줄에 사금파리들을 묻혀서 서로 연줄 끊기를 하지. 그러니까 튼튼하고 두꺼운 줄에 꼼꼼하게 아교를 묻혀서 곱게 간 사기그릇 가루들을 묻히는 거야. 아교는 소가죽이나 물고기의 부레들을 고아서 만드는데 냄새가 아주 고약해. 연싸움말고 정말 연 잘 날리는 사람들은 용을 날린다던가 해. 하늘에 연이 가득 떠있으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되지. 아주 커다란 연을 만들면 거기 매달려서 하늘도 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2>우수
음력 대보름께가 되면 봄비가 내리기 시작해. 그래서 이맘때를 우수라고 불러. 우수때 내린 빗물들이 얼음이 녹는걸 도와주지. 대보름 때엔 지신밟기를 하고 보리밭 밟기도 해. 지신밟기는 귀신들을 밟아서 쫓아내는 행사야. 지신밟기라고 쓴 깃발을 들고선 집집마다 다니면서 지신들을 밟아서 1년 동안 가운을 못 쓰게 만드는 거지. 보리밭 밟기는 뿌리를 튼튼하게 내리라고 보리 싹을 밟아 주는 거야. 그리고 논에서는 신나는 쥐불놀이를 하지. 논에서 자라는 해초들, 겨울나는 벌레들과 쥐들을 쫓으려고 논두렁에다 불을 지르는 거야. 애들도 어른도 너른 논에 나와 횃불 싸움 놀이도 하지. 달이 뜨면 싸우기 시작하는데 편을 갈라서 항복을 받아내는 거야. 볏짚들도 흩뿌려서 불을 아주 크게 지르지. 하루종일 마을 전체에 매캐한 탄내가 진동하고 옆마을이랑 어느 쪽 불이 더 큰가하고 싸움이 붙어서 귀청이 떨어져라들 소리 지르지. 그리고 저녁때가 되면 새카맣게 탄 재들이 논에 가득하게 돼. 그것들이 새로 시작하는 농사에 거름이 되어주지. 차전놀이도 하고 부럼도 까먹어. 땅콩이나 호두나 딱

여름 - 입하 소만 망종 하지 소서 대서

7>입하
입하가 되면 이젠 여름에 접어들었다고 쳐. 밭의 농작물들도 쑥쑥 자라지만 잡초와 다른 풀들도 쑥쑥 자라지. 입하 15일간을 3후(三候)로 나눠서, 초후(初候)에는 청개구리가 울고, 중후(中候)에는 지렁이가 땅에서 나오며, 말후(末候)에는 쥐참외가 나온다고 해. 이맘때면 곡우 때 마련한 못자리도 자리를 잡아 농사일이 좀더 바빠진 져. 푸름이 온통 산과 강을 뒤덮어 여름이 다가온 것을 알리지. 세시풍습의 하나로 쑥무리를 절식(節食)으로 만들어 먹기도 해. 이맘때는 이팝나무에서 흰쌀밥 같이 온 나뭇가지를 뒤덮으며 흰 꽃이 피는데, 그래서 이팝나무를 쌀밥나무라고도 부르지. 사람들은 이 쌀밥나무로도 점을 쳤는데 꽃이 한꺼번에 잘 피면 그 해 풍년이 들고, 꽃이 신통치 않으면 흉년이 들 징조라고 믿었다. 농사는 사람의 힘보다 매년의 날씨에 좌우되는 일이 많으니까 사람들은 계속 점을 쳐보면서 평작은 되기를. 풍작이 되기를 기원하는 거지. 보통 녹차는 곡우전에 딴 우전차, 입하 때 딴 차인 세작을 최상품으로 치지만, `우리의 차(茶)는 곡우 전후보다는 입하(立夏) 전후가 가장 좋다`고 하기도 해. 우전차는 신선하고 향이 맑긴 하지만 우리에겐 완숙하면서 깊은 여름차가 더 잘 맞다는 뜻이야. 다시 말하면 우리 전통차는 덖음차로서 된장찌개와 숭늉의 깊고, 구수하며, 담백한 맛을 닮은 차를 만드는데 여기엔 우전차 같은 봄 차보단 여름차가 더욱 가깝다는 뜻일 거야.


8>소만
소만 때가 되면 봄보리가 익어가기 시작해. 만물이 점차 자라서 가득 찬다는 뜻으로 소만(小滿)이라고 부르지. 이때부터 여름 기분이 나기 시작하는데 보리가 익어가며, 산에서는 부엉이 소리가 정겨워. 보리추수를 하기 전까지를 `보릿고개`라고 부르는데 `보릿고개는 태산보다 높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내남없이 양식이 떨어져 어렵게 지낼 때지. 소만부터 망종까지를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씀바귀가 뻗어 오르고, 중후(中候)에는 냉이가 누렇게 죽어가며, 말후(末候)에는 보리가 익는다고 해. 씀바귀는 꽃상추과의 풀로 뿌리나 줄기, 잎은 이 시기에 식용으로 쓰였어. 또 이때 즐겨 먹는 냉잇국은 시절식으로 이름 높지. 초후를 전후하여 죽순(竹筍)을 따다 고추장이나 된장을 찍어 먹으면 맛이 담백하고 구수해서 계절식 가운데서도 별미로 치지.. 죽순회라는 말 들어본 적 있어? 온 천지가 푸름으로 뒤덥히는 이 때에 대나무 혼자 푸른빛을 잃고 누렇게 변해. 그건 새롭게 자라나는 죽순에 자기의 영양분을 모두 주기 때문이지. 마치 어미가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어린 자식에게 정성을 다하여 키우는 것과 같이... 그밖에 냉잇국도 이 즈음의 별식인데, 소만이 지나 꽃이 피면 먹을 수 없게 돼. 보리는 말후를 중심으로 익어 밀과 더불어 여름철 음식이 되지...

- 이하 생략 -

가을 - 입추 처서 백로 추분 한로 상강

13>입추
입추가 되면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어 밤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해.
밭에서는 참깨,옥수수를 수확하고, 일찍 거두어들인 밭에는 김장용 배추와 무를 심기 시작해. 태풍과 장마가 자주 발생해 논에서는 벼멸구 같은 병충해 방제가 한창이고, 태풍으로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우느라 분주해. 이 무렵부터 논의 물을 빼기 시작하는데, 1년 벼농사의 마지막 성패가 이 때의 날씨에 달려 있다고 할 만큼 아주 중요한 시기야. 아직 남아 있는 늦여름의 따가운 햇살을 받아 벼가 누렇게 익어야 하는 시기지. 이 때부터 처서 무렵까지는 비가 내리지 않아야 풍작을 기대할 수 있어. 그래서 예부터 입추 무렵은 벼가 한창 여무는 시기이기 때문에 비가 내리는 것을 가장 큰 재앙으로 여겨서 각 고을에선 비가 내리지 않고 맑은 날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하늘에 기청제를 지냈어. 성문제(城門祭),천상제(川上祭)라고도 하지. 즉 비가 닷새 혹은 보름 동안 계속해서 내리면 조정이나 고을에서 비가 멈추게 해 달라고 제사를 올리는 거야. 봄,여름에 가뭄이 계속되면서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을 때 비를 내려 달라고 지내는 기우제(祈雨祭)와는 반대 성격의 제사지. 바다에선 밀물과 썰물의 차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 때라서 낮은 지대의 논이 바닷물에 침수되어 농작물이 해를 입기도 해.


14>처서
여름이 지나 더위가 가시고 신선한 가을 맞이하게 된 처서는 더위를 처분했다는 의미야. 절기로 처서가 지나면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아서 논두렁이나 산소의 풀을 깎아 벌초를 하고, 여름내 극성 부리던 모기의 입도 삐뚤어져서 공격을 멈춘다고 하지. 여름 동안 습기에 눅눅해진 옷이나 책을 햇볕에 말리는 `포쇄(曝:쬘 폭,포, 쇄:쬘 쇄)`도 이 무렵에 해. 농부들은 여름내 매만지던 쟁기와 호미를 깨끗이 씻어 갈무리해. `처서에 비가 오면 독의 곡식도 준다`는 속담은, 이 때 비가 내리면 흉년이 든다는 뜻에서 생긴 말이야, 여름내 정성 들여 가꾼 오곡이 마지막 결실의 때를 맞아 맑은 바람과 따뜻한 햇볕의 기운을 받아 누렇게 익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비가 내리게 되면 곡식이 제대로 여물지 않아 1년 농사의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이지. 또 `어정칠월 건들팔월`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건 칠월과 팔월이 어정어정 또는 건들건들하는 사이에 지나가 버린다는 뜻으로, 백중날(百衆:명절 중의 하나로 음력 7월 보름)의 호미씻이(세소연:洗鋤宴-농가에서 마지막 논매기를 끝낸 음력 7월에 노는 놀이)도 끝나고 이제 추수할 일만 남았으므로 이 무렵이 되면 농촌이 한가해진다는 것을 빗대어 이른 말이야. 마땅히 할 일은 안 하고 몹시 엉뚱하고 덤벙대기만 함을 비유한 속담으로 `어정뜨기는 칠팔월 개구리` 역시 이 때의 한가함에서 비롯된 말이지.

겨울 - 입동 소설 대설 동지 소한 대한

19>입동
물이 얼고 땅이 얼며 꿩이 사라지고 조개가 잡히는. 늦가을이 지나 낙엽이 싸이고 찬바람이 부는 이 시기를 입동이라고 해. 이때쯤이면 가을걷이도 끝나 바쁜 일손을 털고 한숨 돌리는 시기이고, 겨울 채비에 들어갈 때지. 겨울을 앞두고 한 해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때인데 농가에서는 서리 피해를 막고 알이 꽉 찬 배추를 얻기 위해 배추를 묶어주며, 서리에 약한 무는 뽑아서 구덩이를 파고 저장하지. 입동 전후에 가장 큰 일은 역시 김장이야. 겨울준비로는 이보다 큰일이 없지. 이 시기를 놓치면 김치의 상큼한 맛이 줄어들거든. 종가 김장은 몇 백 포기씩 담는 것이 예사여서 친척이나 이웃이 함께 더불어 사는 모습의 전형이었지. 우물가나 냇가에서 부녀자들이 무, 배추 씻는 풍경으로 장관을 이루기도 하고.
입동날 날씨가 추우면 그 해 겨울은 추울 것으로 점을 치는데 입동에 날아오는 까마귀가 흰 뱃바닥을 보이면 목화가 잘 될 것이라던 지. 입동날 날씨가 따듯하지 않으면 그 해엔 바람이 지독하게 불 것이 리던지 하는 식으로. 또 이 시기엔 추수를 무사히 끝내게 해준 데 대한 고마움의 고사를 지내는데 햇곡식으로 시루떡을 쪄서 토광. 외양간 등에 고사를 지낸 뒤 한 해 동안 농사짓느라 수고한 소에게도 나누어주면서 수확의 고마움과 집안이 무사한데 감사를 드리는 거야. 이웃집과도 나눠먹고.


20>소설
소설은 첫 겨울의 낌새가 보이는 시기로 첫얼음이 얼고 첫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때야. 이때부터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하여 점차 겨울 기분이 든다고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따뜻한 햇볕이 간간이 내리쬐어 소춘 이라고도 불려.
이때는 무지개가 걷혀서 나타나지 않고 천기가 올라가고 지기가 내리며 하늘과 땅이 막혀서 겨울이 된다고 해. 이 무렵이 되면 모든 농사일이 완전히 끝나서 타작한 벼를 말려 곳갓에 쌓아두고, 멍석에 무말랭이를 널거나 호박을 가늘고 길게 썰어 오가리를 만들지. 애들에게 겨우내 줄 간식으로 곶감을 매달아 말리느라 처마 밑이 온통 곶감으로 출렁거리기도 해. 소설 무렵은 김장을 담그는 철이기도 하지.
소설에 해당하는 음력 시월 스무날 무렵에는 해마다 강하고 매서운 바람이 일면서 날씨가 추워지는데, 이날을 손돌이 죽던 날이라 하고 그 바람을 손돌바람이라 해서, 외출을 삼가고 특히 뱃길을 조심해. 거기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어. 고려시대에 왕이 배를 타고 통진과 강화 사이를 지나는데 갑자기 풍랑이 일어 배가 심하게 흔들렸대. 왕은 사공이 고의로 배를 흔들어 그런 것이라고 호령을 하고 사공의 목을 덜컥 베었지. 사공은 아무 죄도 없이 억울하게 죽어버린 거야. 그 사공의 이름이 손돌이었대. 그래서 그 손돌이 죽은 곳을 손돌목이라 하고 지나갈

에필로그

1 년이란 시간이 지나도록 예진은 계속 혼수상태에서 벗어나질 못했고 어느덧 해시계에서 뛰어나온 볕마루와 예진이 만난 것도 1 년이 지나 있었다. 한 달에 두 번씩 꼬박 꼬박 와서 예진의 머리맡에서 도시가 아닌 자연과 더불어 가는 사람들의 생활을 이야기 해주는 볕마루에게 예진의 어머니는 고맙다고 말한다. 새로운 해가 돌아오기 전에 예진의 가족은 예진의 몸을 장기기증 하기로 결정한다. 볕마루는 그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예진의 어머니는 볕마루에게 예진은 이미 1년 전에 떠난 상태였지만 우리가 억지로 기계에 연결해서 붙잡고 있었던 거라고, 이젠 기계장치에서 풀어서 예진을 보내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볕마루는 어렴풋하게 그 이야기를 이해한다.
이듬해 정월 예진의 가족은 기증 후 남은 예진의 몸을 화장한 재를 받아온다. 볕마루는 예진의 가족이 재를 뿌리러 가는 산골에서 공기 중에 흩어지는 예진의 마지막을 본다. `1 년 간의 내 긴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마워.` 볕마루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예진에게 인사한다. 그리고 이제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이 이야기를 들려주어야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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