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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하늘의 별자리를 찾아서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나라로 ♬~ 구름나라 지나선 어디로 가나 ♬~ 멀리서 반짝반짝 비치이는 건 ♬~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동요 ‘반달’이다. 노래 속의 하얀 쪽배는 바로 반달을 뜻한다. 검푸른 하늘에는 은하수가 있고, 계수나무 옆에서 토끼가 방아를 찧는 반달이 샛별을 등대 삼아 밤 항해 길을 나아가고 있다. 바로 그 밤하늘은 우리가 신나게 뛰어 놀던 어린 시절, 가는 곳마다 내 뒤를 졸졸 따라오던 달이 있는 하늘이기도 하며, 깊어 가는 여름밤 대청마루에 누워 별 하나, 별 둘, 별 셋 등을 헤아렸던 하늘이기도 하다. 이처럼 밤하늘은 우리에게 푸근하고도 친숙한 정서와 기억을 제공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밤하늘은 어떠한가. 어둠을 밝히는 조명에 밤조차 대낮과 같아졌고, 뿌연 대기층이 하늘을 가로막아 아름다운 별빛을 쳐다볼 수가 없다. 또한 밤하늘을 쳐다보지 못할 만큼 삶이 바빠지기도 했다. 더욱이 그 하늘에는 서양의 별자리들이 남아 우리 밤하늘의 정서를 대신해 왔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그의 아들 에로스가 변해 만들어졌다는 물고기자리, 서양의 힘센 장사인 헤라클레스자리, 제우스가 헤라 몰래 바람을 피우려고 우아한 백조로 변신했다는 백조자리 등 서양 별자리의 주인공들이 서로에 대한 질투와 음모, 그리고 난투로 가득 찬 하늘을 만드는 동안, 우리의 푸근하고 친숙한 하늘은 그 자취를 서서히 잃어갔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하늘의 별자리, 동양 하늘의 별자리는 없는 것일까?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에게도 우리만의 밤하늘이 있었고, 하늘을 수놓은 별자리와 이야기들이 있었다.

떡장수인 엄마를 잡아먹고 아이들까지 잡아먹으려는 호랑이를 피해 하늘에서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나, 해마다 칠월칠석이면 오작교를 건너 아쉬운 만남과 이별을 거듭하는 견우별과 직녀별 이야기가 있다. 또 북두칠성은 우리 겨레의 삶 곳곳에 그 자취를 남기고 있다. 우리는 북두칠성에 있는 삼신할머니로부터 명을 받아 태어나고, 죽어서는 관 속에 북두칠성을 그린 칠성판을 지고 간다. 또 우리나라의 절에 있는 칠성각은 북두칠성을 모신 곳으로 어디를 가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이처럼 북두칠성은 우리의 삶과 죽음, 그리고 길흉을 주관하는 우리 민족의 별이었다. 그 밖에도 고분벽화 가득히 하늘의 세계를 그려 넣은 고구려인들의 해박한 천문지식과, 조선시대 제작된 천상열차분야지도 등 우리에게는 빛나는 천문학의 전통이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밤하늘에는 우리말로 된 별자리 이름들이 있다. 금성을 지칭하는 샛별과 개밥바라기. 28수 중의 묘수와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이르는 좀생이 별, 또 은하수를 지칭하는 미리내와 유성을 가리키는 별똥별 등등 우리 별 이름은 듣기만 해도 친숙한 느낌이 절로 일어나는 것 같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지방의 특성을 살리는 별자리 이름짓기가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강원도 영월에서는 사자자리의 1등성 레굴루스를 ‘단종별’이라 칭했고, 남원시는 처녀자리의 스피카와 목동자리의 아크투루스 별을 ‘춘향별’과 ‘몽룡별’로 이름을 정한 바 있다. 또 전남 무주군에서는 북쪽왕관자리를 ‘반딧불이 별자리’로 정하고 충북 증평에서는 인삼처럼 생긴 페르세우스자리를 ‘인삼별’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의 밤하늘이 우리 별자리들로 채워지는 날도 그리 멀지는 않은 것 같다. 하늘과 인간은 하나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별빛에 의존해 소망을 빌고 화평을 기원했던 우리의 하늘, 지금 그 하늘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