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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의 백제, 신월의 신라

백제의 왕궁에는 풍악소리가 울려퍼지고 의자왕은 산해진미가 차려진 상 앞에 앉아 어여쁜 궁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술잔을 기울였다. 하늘에는 휘영청 떠 있는 보름달이 달구경하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었다. 아까부터 구석에서 머뭇거리던 충신 성충이 기어이 의자왕 앞에 다가와 무릎을 꿇자, 의자왕은 흘끔 쳐다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폐하, 신라는 날로 살쪄 가는데 백제는 뼈만 남았습니다. 부디 나라 일을 보살펴 주시옵소서.”

의자왕의 귀에는 그 말이 들리지 않았다. 부모님께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가 깊다고 해서 해동증자1) 라고 칭송받기까지 했던 젊은 태자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지금 의자왕의 눈은 흐리멍텅하고 귀에는 덮개라도 덮힌 듯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

“하늘을 보십시오. 형혹(熒惑)이 역행하고 제자리를 잃었으며 오성이 서로 범하고 있습니다. 적시(積尸)가 해처럼 밝고 크니, 반드시 큰 병란이 있어 시체가 산처럼 쌓일 것이옵니다.2) 지금 병란이 일어나면 백제의 힘은 신라에 미치지 못합니다.”

의자왕은 잠시 성충이 가리키는대로 하늘을 바라보았지만, 의자왕의 눈에는 커다란 보름달만 가득 비칠 뿐이었다. 그러나 의자왕은 잠시 젊을 때 보았던 하늘을 기억했다. 그 하늘은 백제의 운이 다하여 이제 하늘의 운세가 신라로 옮겨가니, 자신이 아무리 발버둥쳐봤자 소용없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의자왕은 홀로 가슴 아파하고 홀로 절망하고 그리고 다시는 하늘을 보지 않았다. 의자왕은 고개를 돌려 성충을 노려보았다.

“저놈이 뭐라는 게냐. 여봐라. 저놈을 옥에 가두어라.”

그렇게 성충마저 옥에 갇혀 굶어죽고 말았다. 그가 죽고 나자 백제에는 해괴망측한 일이 줄지어 일어났다.


1) 증자란 춘추시대 노 나라 때 공자의 제자로서 『대학』의 저자이기도 한 "증삼(曾參)"을 높인 말로서 그의 자는 자여(子輿)라고 하는데, 효성이 지극하여 하루에 세 번씩 자신을 반성하며 살았다고 한다. 의자왕을 해동증자라고 한 것은 그가 아직 왕자이었을 때 효성이 증자처럼 지극하였기 때문에 이를 비유해서 칭찬하는 칭호이다.
2) 천문류초, 대유학당,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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