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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이야기명당엔 주인이 따로 있음을 안 이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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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엔 주인이 따로 있음을 안 이의신

고산 윤선도는 서울에서 윤유심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종가에 손이 없어 양아들로 들어가 종가인 전남 해남군 현산면 만안리에서 은거하다 세상을 떠났다. 그는 죽은 뒤 이곳에 묻혔는데 그 묘자리는 그의 당고모부인 이의신이 잡아놓은 것을 그가 차지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의신은 원주 이씨로 풍수지리에 통달해 마산면 맹진리에 그의 어머니묘를 썼다가 그 터가왕후장상이 나을 터라고 알려져 조정에서 체포령이 내려지기도 한 인물이다. 그는 윤씨의 사위라 마산면 맹진리에 살면서도 거의 동년배인 윤고산과 같이 어울려 지내기를 좋아했다. 고산 윤선도도 주역에 통달, 풍수지리에도 일가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의 당고모부인 이의신만은 못했던 모양이다. 윤선도와 이의신이 연동서 같이 지낼 때 이의신이 밤중이면 몰래 집을 빠져나갔다가 한 식경이 지나면 돌아오기를 자주했다. 이를 알아차린 윤선도는 필시 이의신이 자기가 죽은 뒤 쓸 묏자리를 구하러 나가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하루는 술을 취하게 권한 뒤 곯아떨어지게 했다. 이의신이 깊이 잠이 든 것을 살핀 윤선도는 이의신이 항상 타고 다니는 당나귀를 타고 가만히 집을 빠져나와 당나귀가 가는대로 채찍을 휘둘렀다. 당나귀는 밤이면 그의 주인이 매일처럼 다녀오는 길을 따라 내달렸다. 삼산면 목신마을을 지나 병풍산 고개를 넘더니 만안리가 내려다보이는 산중틱에 이르러 이윽고 당나귀는 발을 멈추었다. 윤고산이 이곳에 내려 주위를 살펴보니 나귀똥이 많이 널려 있고 담배를 피운 흔적이 있어 지세를 살펴보았다. 그도 풍수지리에 능한 지라 그가 이미 광양의 백운산에 자기의 뫼자리를 보아둔 명당보다도 이곳이 훨씬 좋다는 것을 즉시 알 수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가표(假墓)를 해놓은 후 집으로 돌아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시치미를 떼고 잠을 잤다. 다음날 당고모부에게 "제가 신후지지(身後之地)를 잡아 놓았는데 좀 보아주십시오"라고 능청을 떨었다. 이의신이 윤선도가 인도하는 곳에 이르러 보니 자기가 잡아놓은 바로 그 자리였다. 그는 알았다는 듯이 너털 웃음을 지으며 역시 주인은 따로 있었는데 괜히 헛일을 했다면서 좌향을 바로잡아 주었다고 한다.

<<조선의 명풍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