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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이야기사망일까지 알고 묏자리 정해준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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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일까지 알고 묏자리 정해준 스님

청백리로 이름이 높았던 이태중이란 이가 평안감사가 되어 부임했다. 감영에 들어가서 관청 창고의 장부를 내놓고 현재 보관되어 있는 현물과 대조하니, 한 관리가 창고 책임을 맡아 있으면서, 관청의 곡식을 수백 석 빼돌린 사실이 밝혀졌다. 그래서 감사는 관청 곡식을 축낸 관리에게 죄를 물어 매를 쳐서 장살(杖殺)하려 했다. 이때 많은 백성이 몰려와 호소했다.
"감사 어른, 그 관리가 축낸 곡식은 개인이 횡령한 것이 아니라, 지난해 흉년이 들어 우리 백성들이 굶어죽는 것을 막기 위해, 관청창고의 곡식을 풀어 우리들의 생명을 구제한 것이옵니다. 개인 착복이 아니오니 선처해주시면 저희들이 추수를 하여 갚겠습니다."
감사는 화를 내면서 이렇게 꾸짖었다.
“흉년에 백성을 구제하는 일은 관장에게 알려 공식적으로 곡식이 나가도록 해야 하는데, 왜 그 관리는 제 마음대로 관청 창고를 열어 선심을 썼단 말이냐? 그 죄 또한 무겁다는 것을 어찌 모르느냐?
이와 같이 엄중하게 따져 말했다. 백성들은 수차에 걸쳐 관장에게 호소했으나, 관장이 들어주지 않고 벌을 가하려 했기 때문에, 관리는 자기가 벌을 받겠다고 하면서 자의로 창고의 곡식을 푼 것이었다고 아뢰었다. 그래서 감사는 사정을 참작해 그 관리를 살려주고, 그 대신 감사 자신이 3000냥을 낼 테니, 나머지는 곡식을 가져가 먹은 백성들이 추수하여 변상해 놓으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그 관리에게 다시 창고의 책임을 맡겨 빠른 시일 내에 장부와 현물이 맞게 해놓으라고 지시했다. 이렇게 해결하니, 그 관리와 백성들은 감사의 은혜에 감사하며 행운을 축원하면서 물러갔다. 그 후 1년이 지나니 창고의 축난 곡식은 모두 채워졌고, 그 관리도 생활이 안정 되었다.
세월이 흘러, 이태중은 여러 관직을 거친 다음 관직에서 물러나 삼산(三山) 지방에 나가서 은거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스님이 찾아와서 인사를 올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태중이 누구냐고 물으니 스님은,
"대감께서는 옛날 평안 감사 시절에 창고 곡식을 축낸 한 관리를 살려주신 일이 생각나십니까? 소인은 그 관리의 아들입니다." 라고 말하고 공손하게 감사 인사를 올리는 것이었다.
이태중은 옛날 일을 되새기면서 말했다.
"당시 스님 부친의 일은 백성들을 위한 일이었으니 죄를 면할 만했소. 그런데 지금은 왜 나를 찾아왔는고?"
그 말에 스님은 정중하게 다음과 같이 아뢰었다.
"소인은 어려서 집을 나가 여러 절을 돌아다니면서 사는 동안 풍수지리에 관한 지식을 얻었습니다. 부친을 살려주신 대감의 은혜에 보답하는 뜻에서 대감의 묏자리를 보아드리고 싶습니다. 허락해주옵소서."이렇게 제의했다. 이태중은 쾌히 승낙하고, 그 스님과 함께 산에 올라 스님이 지정해주는 한 자리를 정했다.
그리고 스님은 다시 품속에서 책 한 권을 꺼내 주면서,
"보관하고 계시다가 병이 위독하실 때에 펴보시기 바랍니다."하면서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나갔다.
뒤에 이태중이 죽음에 임박하여 그 책을 펴보니, 책 속에는 이태중이 사망할 날짜와 장례일 등이 소상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또 그 묏자리는 자손 9명이 급제하여 출세할 자리라는 내용도 함께 적혀있었다.
이태중이 사망하여 그 자리에 묻혔는데, 뒤에 이태중의 아들과 손자들 중 9명이 정말로 대과에 급제하고, 각기 높은 관직을 역임했다.

<<명풍수 얼풍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