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문화원형 라이브러리
인쇄 문화원형 스크랩

삼일포 금강문

(해금강/호수 및 샘, 바다 등/유래)

설화

일제가 패망하기 전해의 늦겨울에 있은 일이다. 금강산은 아직도 흰눈에 덮여 개골산으로서의 기이하고 거창한 모습을 한창 자랑하고 있을 때였다. 밤도 깊어 사람들은 하루의 고된 노동의 피곤을 풀려고 잠자리에 드러누웠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다. 휘영청 밝게 떠있는 보름달이 눈에 덮인 해금강 천지에 은은한 젖빛을 뿌리고 있었다. 극성스레 불던 바람도 멎고 갈매기들은 보금자리를 찾아 잠들었는지 바다마저 조용하다. 때때로 쏴_ 하는 파도 소리가 간격을 두고 잠든 바닷가 마을의 고요를 깨뜨리며 들려올 뿐이다.
그런데 이 밤, 이 고요한 마을에 일이 생겼다. 갑자기 태풍이 불며 먹장 같은 구름이 몰려오더니 꽈르릉! 하는 천둥 소리가 울렸다. 청천벼락이라더니 엄동설한에 뇌성이 울린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잠자리를 차고 일어나 밖으로 뛰어나갔다.
예로부터 이곳 사람들은 이런 천변이 생기면 인간 세계에도 범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다고 믿어왔던 것이다. 모두가 하늘을 쳐다보는데 번쩍하고 강한 섬광이 비치더니 다시금 꽈르릉! 하는 천둥 소리가 울렸다. 섬광은 삼일포의 금강문 쪽으로 뻗어갔다.
뒤이어 바위가 구르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더니 이윽고 아무 일도 없은 듯 주위에는 또다시 고요한 정적이 깃들었다. 칠칠흑야에 온정령 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살을 에이듯이 매섭다.
"참 이상한 일이야. 삼일포 쪽에 무슨 변고가 생긴 게로군!"
사람들은 저마다 걱정하였으나 그렇다고 하여 이 밤에 강추위를 무릅쓰고 그곳에 가볼 수도 없는 일이었다. 다음날 아침이었다. 날씨는 맑게 개였는데 갑작스레 불어오던 설한풍도 잦아져 겨울 날씨치고는 한결 따사로웠다. 사람들은 모두가 간밤에 번개 치던 삼일포쪽으로 뛰어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몽천암 터 뒤의 금강문 쪽으로 뛰어갔다. 가보니 금강문의 뒤켠에 있던 집채 같은 바위가 갈라져 밑에 굴러 있었다.
"이 바위가 벼락을 맞았는가보지."
사람들은 처음에 이렇게 생각하고 떨어져나간 바위를 두루 살펴보았다. 옛날 양반들이 이곳에 놀러왔다가 새겨 넣은 이름들이 거꾸로 서있는 것밖엔 다른 그 어떤 변화된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금강문 앞켠 에서 한 사람이 소리쳤다.
"여기에 처음 보는 글자가 새겨져 있소. 누구 글을 아는 사람 없소?"
사람들은 그 말에 문 앞으로 밀려갔다. 분명 그것은 새로 새겨진 글자였다.
"무엇이라고 썼소?"
한 사람이 성급하게 물었으나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발돋움을 하면서 목을 길게 빼들고 신기한 눈길로 새겨진 글자를 보기만 할뿐이다. 글을 아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이것이 하늘의 조화라고들 말하였다. 한겨울에 뇌성벽력이 있었다는 것도 심상치 않은데다가 번개 친 곳에 글자까지 나타났다는 것은 더더욱 미심쩍은 일이었다. 미구에 심상치 않은 일이 생겨날 것임이 명백하였다.
"그렇다면 저 글자 뜻을 알아야 할게 아니요?"
사람들의 마음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 글이 불길한 징조를 알려준 것인지 아니면 죽지 못해 살아가는 그들의 앞길에 한 가닥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는 것인지 어서 빨리 알고 싶었다. 하긴 불길한 징조라 하여도 오늘의 그들의 처지로서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지금보다 못할게 뭔가?"
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사람들은 배심 있게 서있었고 어떤 사람은
"저건 분명 죽어가는 우리들에게 살길을 가르쳐 주는 것일게야."
라고 말하였다.
사람들이 이렇게 서로 자기 생각에 잠기어 안타까운 심정을 달래고 있는데 한 노인이 정중한 어조로 말하였다.
"살길이 열린다는 뜻 인가보오."
모두의 눈길이 노인에게로 쏠렸다. 그의 표정은 근엄하였다. 무엇이라고 썼기에 노인장은 그렇게 말하는가 하면서 옆에 섰던 다른 한 늙은이가 빨리 속 시원히 말 해달라고 졸랐다.
"암파라고 썼소. 어두울 암자에 깨여질 파자를 적었으니 이어놓으면 어둠이 깨어지고 광명이 온다는 뜻으로 되오."
노인의 이 말에 주위는 물 뿌린 듯 조용해졌다.
"암파라... 어둠이 깨어지고 광명이 온다?..."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노인의 말을 되뇌어보았다.
노인은 말을 계속하였다.
"이것은 왜놈의 통치가 끝나고 우리나라가 광복된다는 뜻일 수 있소. 하늘이 알려주는 상서로운 예언이니 왜놈이 망하는 게 틀림없을게요!"
노인은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사람들은 노인의 이 글자 풀이를 듣고 매우 흥분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환성을 올렸다. 모두가 기쁨에 겨워 눈물이 글썽하였다.
암파에 관한 이야기는 날개돋힌 듯 삽시에 온 금강산에 퍼졌다. 이튿날에도 그리고 그 다음 날에도 암파라는 신기한 글자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구름 모이듯 하였다. 소문이 어떻게나 빨리 퍼졌는지 기차를 타고 지나가던 사람들 가운데 우정 고성역 에서 내려 삼일포 금강문에 찾아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삼일포는 호수의 절경으로 하여 흔히 여름철에 성황이었다. 눈길을 헤치고 얼음장으로 굳어진 호수를 가로질러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기는 삼일포가 생긴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약삭 바른 장사치들은 이것을 이용하여 몽천암 터에 간이상점과 음식점들을 즐비하게 늘어놓았다.
바빠진 것은 왜놈들이었다. 뒤늦게 이 내막을 알게 된 일제경찰들은 급기야 경관들을 파견하여 암파 글자를 깎아버리고 사람들을 강제로 해산시키느라고 일대 소동을 벌리었다. 그러나 글자가 지워진 다음에도 글자의 흔적이나마 보려고 모여드는 사람들의 물결은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은 한결같이 왜놈들에 대한 불타는 증오와 조국 광복에 대한 끓어 넘치는 열망으로 하여 암파 바위 주위를 몇 번이고 거닐고 또 거닐었다고 한다.

개관

온정리에서 바다쪽으로 약 12km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호수이다. 이곳에는 금강문, 몽천이라는 샘물, 여러 개의 전망대가 있어서 옛부터 신선들이 노니는 곳으로 알려졌다. 아름다운 경관에 걸맞게 휴양 시설이 발달해 있는 곳이다.

자연환경

삼일포는 남강 하류(강원도 고성군 온정리(溫井里)에서 동남쪽으로 12km 떨어진 지점)에 있는 자연 호수로서 석호에 해당된다. 즉, 삼일포는 원래 동해의 만(灣)이었으나 남강(적벽강)으로부터 밀려온 흙과 모래에 의해 만의 입구가 막히면서 호수가 되었다. 남강 둑을 만들면서 일부 구역은 인공적으로 조성되었다. 호수 서쪽은 국지봉 등 나지막한 36개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막아 서 있으며 동쪽은 평지로 트여 있어 동해를 바라 볼 수 있다. 삼일포는 타원형으로 동서(8㎞)보다 남북(15㎞) 방향이 더 길며, 호수 가운데는 와우도(臥牛島)를 비롯한 4개의 바위섬이 있다. 경치가 아름다워 일찍이 관동팔경의 하나로 유명하다. 북한은 이 호수를 천연기념물 지리부문 제218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호수의 면적은 0.79㎢, 수심 약 9~13m 내외, 둘레 8㎞이다.
예로부터 삼일호(三日湖), 삼지(三池) 등으로 불렸으며, 영랑을 비롯한 신라 화랑 네 사람이 사흘을 머물다 갔다 하여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한시

<1> 삼일포(제정 이달충)
三日浦 (霽亭 李達衷)
沙路漫漫遠?瀛 雲山漠漠近鋪屛
四仙亭畔訪仙筆 三日浦頭投鷺汀

삼일포 (제정 이달충)

모랫길 멀리
바다에 이어졌고
아득히 구름 낀 산
병풍처럼 둘러있다.
사선정 가에
신선의 글씨 찾아가니
삼일포에는
백로가 내린다.

<2> 삼일포(척약재 김구용)
三日浦 (?若齋 金九容)

三十六峰秋雨晴 一區仙境十分淸
日斜未用輕回棹 楓岸松汀待月明


삼일포 (척약재 김구용)

삼십육봉에
가을비 개이니
선경의 경색이 한결 더 맑다
돛대는 돌릴 필요 없나니,
단풍 언덕 솔숲 물가에서
명월을 기다린다.

<3> 삼일포(작자 미상)
三日浦 (作者 未詳)

六六峰巒積雨晴 秋光水色共分明
四仙遊迹猶依舊 月下時聞玉管聲

삼일포 (작자 미상)

삼십육봉에
비가 개이자
가을 빛 물색이 모두 분명해.
사선이 놀던 곳 옛날과 같은데
달빛 밑 어디선가
들리는 피리소리.

<4> 삼일포(이수대)
三日浦 (李遂大)
四仙亭下一仙遊 浦水微波蕩彩舟
來去閑?人不識 笑他丹筆姓名留


삼일포 (이수대)

사선정 아래
신선 하나 노니는데,
포구의 잔 물결
아름다운 배 흔든다.
오감에 소리없어
남들 알지 못하니,
웃으며 붉은 필로
이름 석자 남겨 놨다.

<5> 삼일포(이달)
三日浦 (李達)

平湖解纜忽中流 一水?回白鷺洲
三十六峯九十曲 不知何處四仙遊


삼일포 (이달)

잔잔한 호수에 배 띄우니
어느덧 중류,
물줄기 하나
백로주 감아돈다.
서른 여섯 봉우리에 아흔 골짜기,
어느 곳에서 四仙 놀았는가
알지 못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