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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설화 속 인물여우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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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고개

갈래 : 전설
시대 : 조선
신분 : 기타
지역 : 기호
출처 : 어우야담 (494)
내용 :한강 남 청계(淸溪) 북에 과천(果川) 관사가 있고, 관사 북쪽 큰길의 고개 길이 ‘여우고개’이다. 옛날에 어떤 길손이 여기를 지나다가, 수간 초가에서 무엇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기에 들어가니, 백수 노인이 나무를 깎아 소머리 탈을 만들고 있었다. 노인은 소머리 탈을 완성하자, 그것을 손님에게 주면서 한번 써보라고 했다. 그리고 또 소가죽을 주면서 그것도 입어 보라 했다. 손님이 장난삼아 그 소머리 탈을 쓰고 소가죽을 입으니, 갑자기 사람이 소로 변했는데, 아무리 벗으려고 애써도 소용없고 완전히 소가 되어 버렸다. 다음날 노인은 이 소를 타고 시장에 나가서 비싼 값을 받고 농부에게 팔았다. 소가 된 사람은 자신이 사람임을 아무리 변명해 소리쳐도 소의 울음소리로만 들렸고, 시장 사람들은 이 소가 집에 송아지를 두고 왔거나 뱃속에 황(黃)이 있어서 계속 운다고 말했다. 노인은 소 판 돈으로 베 50필을 사서 떠나면서, 소 산 농부에게 이르기를, “이 소를 몰고 절대로 무밭 근처에 가지 마시오. 이 소는 무를 먹으면 곧 죽습니다.” 하고 말했다. 소가 되어 새 주인을 태우고 돌아온 이 사람은 온갖 고생을 하면서, “만물의 영장이란 사람이 본래의 형체를 잃고 가축이 되어 죽으려고 해도 죽지 못하는구나.” 하며 한탄했다. 이때 마침 아이가 무를 씻어서 한 바가지 들고 오는 것을 보았다. 이 사람은 앞서 노인이 무를 먹으면 죽는다는 말을 기억하고, 죽을 마음으로 그 들고 있는 바가지를 입으로 받아 떨어뜨려, 재빨리 무 몇 줄기를 먹었다. 그러니까 곧 소머리 탈이 벗어지고 소가죽이 벗겨지면서 알몸의 사람으로 변했다. 소 주인이 놀라서 그 영문을 묻기에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다시 그 산 고개로 노인을 찾아가니 노인은 물론 초가집도 없고, 바위틈에 베 몇 필만 놓여 있었다. 이후로 이 산 고개 이름을 ‘여우고개’라 불렀다. 군자가 말하기를, 이 얘기는 비록 황당한 얘기 같지만 인간 사실과 비유가 된다. 세상 사람들은 혼미한 시대에 살면서 올바른 길을 잃고 간사한 사람의 꾐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한 번 나쁜 사람 올가미에 걸려 팔리고 나면, 이 얘기 속의 소처럼 남의 조종을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그때 수천 마디의 말로 변명해도 사람들이 믿어 주지 않으니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