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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의 원한

갈래 : 전설
시대 : 조선
신분 : 관료
지역 : 영남
출처 : 편집부 ()
내용 :조선 명종 때, 경남 밀양에 괴이한 일이 일어났다. 밀양부사가 부임하기만 하면 첫날밤에 죽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 관아에 귀신이 있다는 소문이 자자하게 돌면서 밀양부사를 맡으려고 하는 자가 아무도 없었다. 그때, 마침 이상사라는 선비가 밀양부사를 자청하고 나섰다. 그는 호탕한 기질을 가진 사람으로, 그까짓 귀신이 무슨 대수냐며 대담하게 지원한 것이었다. 그리고 첫날밤. 신임 밀양부사 이상사는 혼자서 객사에 들어갔다. 호위하는 병졸들을 모두 물리친 그는 방안 가득히 촛불을 밝히고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어느 순간 별안간 찬 기운이 방안을 가득 메우더니, 세찬 바람이 불면서 닫힌 문이 벌컥 열리고 촛불이 마구 흔들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조금의 미동도 없이 의연하게 앉아서 책을 읽었다. 그러자, 갑자기 하얀 소복을 입은 미녀가 목에 칼을 꽂은 채 방 안에 들어서는 것이었다. 그 여인은 사또 앞으로 와서 절을 올리며 말했다. “저는 부사님을 해하러 온 것이 아니옵니다. 제게 원한이 있어 죽어서 하늘로 가지 못해 이곳을 떠돌고 있나이다.” 밀양부사는 여인의 태도에 비로소 마음을 놓고, “그래, 무슨 원한이 있단 말이요 어서 말해보시오.” 라고 말했다. 그러자 여인은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저는 이곳 밀양부사로 있던 윤가의 여식, 아랑이라 하옵니다. 헌데 통인 백가란 자가 언제부턴가 저를 흠모하여 틈만 나면 가까이하려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지요. 잠이 오지 않아 혼자 달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그 백가가 나타나서는 욕을 보이려 하였습니다. 제가 싫다고 뿌리치며 도망가려하자 백가는 저를 죽여서 대숲에 버렸습니다. 그 후 저희 아버님은 제가 야반도주를 한 것이라 생각하고, 한양으로 떠나버리셨지요. 그래서 새로 부임해오는 부사들께 저의 이런 억울한 사정을 호소해보고자 했으나, 모두 저를 보자마자 실신하여 죽어버리니 저 또한 어찌할 도리가 없답니다.” 이렇게 아랑은 눈물을 흘리며 호소를 했다. “이제야 저의 원한을 풀어주실 분을 만났으니 부디 제 원한을 풀어주세요. 나를 죽인 그 백가란 사내는 지금도 이 고을에서 살고 있으니 부디 벌을 내려 주시옵소서. 그러면 저는 편안하게 저승으로 떠날 수 있을 것이옵니다.” 한참 아랑의 말을 듣던 밀양부사는 아랑의 한을 풀어주기로 약조를 했다. 그러자 아랑은 절을 올리고, 조용히 물러갔다. 다음 날 아침이 밝자, 밀양부사는 백가란 자를 붙잡아 문초를 했다. “네 이놈! 네 놈이 정녕 죽을 죄를 짓고도 무사할 줄 알았더냐!” “저는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사옵니다. 억울합니다.” “네 놈이 아랑 처자를 범하려다 뜻대로 안되자 죽여서 대숲에 버린 걸 내 모를 줄 아느냐! 어찌 사람이 그런 흉악무도한 짓을 할 수 있느냐” “죽을 죄를 졌습니다.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여봐라~ 당장 저놈을 옥에 가두고, 대숲으로 가서 여인의 시신을 찾아 양지바른 곳에 잘 묻어주거라.” 이리하여 아랑은 원한을 풀고 저승으로 갔고, 마을은 다시 평화를 찾았다. 경상남도 밀양시에 전해오고 있는 이 전설은 밀양사람들은 아랑의 억울한 죽음을 애도하고 정절을 기리기 위해 아랑각을 지었고, 해마다 음력 4월 16일에 제사를 지내오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