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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

갈래 : 민담
시대 : 조선
신분 : 일반
지역 : 기호
출처 : 어우야담 (권4)
내용 :고비는 충주 사람으로, 장사를 하여 큰 부자가 되었는데, 인색하여 항상 집안 창고를 자신이 직접 잠그고 다녔다. 하루는 먼 곳을 가게 되어, 돌아을 날짜를 계산한 다음에 그 때까지 처첩들이 먹을 양식 몇 되만 남겨 놓고는 나머지는 모두 창고에 넣고 단단히 잠가 놓았다. 그리고 길을 떠나려는데 돌아보니, 밀가루 몇 되가 창고 속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 그대로 있었다. 시간이 촉박하여 할 수 없이 밀가루 표면에 자기 얼굴을 도장 찍듯이 찍어서 무늬가 생기게 해놓고는, 처첩에게 손대지 못하게 단단히 일렀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큰비가 내려 냇물에 갇혀 며칠을 지체하는 동안, 집에서는 한정된 양식이 다 떨어져서 며칠을 굶었다. 처와 첩이 의논하기를, ‘어차피 죽는 것은 일반이니, 차라리 저 밀가루를 먹고 매를 맞는 편이 굶어 죽는 것보다는 낫다.“ 하고 그 밀가루를 절반만 덜어내어 수제비를 해먹고, 절반은 다시 표면을 곱게 다듬어 놓고 처의 음부(陰部)로 도장 찍듯이 찍어 놓았다. 여행에서 돌아온 고비가 맨 먼저 밀가루 그릇을 조사해 보고는 ”이상하다 내 수염이 어찌 이렇게 꼬불꼬불하며, 내 코가 언제 입 속으로 들어갔단 말이냐“라고 하면서 위조된 것이라고 하여 처첩을 구타했다. 고비가 늙어서 재산 형성의 전문가로 소문이 나니, 마을 사람들이 부자 되는 비결을 배우러 왔다. 고비는 모두를 어느 날 성곽 위로 모이게 하고는, 한 사람을 성곽 위 언덕 밖으로 뻗은 소나무 가지에 한 손으로 매달리게 해놓고서, “재산 지키기를 저 사람이 소나무 가지 잡고 있는 손과 같이하라”고 말하고는 내려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