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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권

신성권

과거 동양에서는 인간들이 숭상한 존재는 하늘의 신인 천신(天神), 땅의 신인 지기(地祇), 인간의 신인 인귀(人鬼), 이렇게 세 가지로 구분되었다. 조선시대에는 국가의 운명에 직결되는 귀신들에게 나라에서 제사를 올렸다. 국가의 제사 대상이 되는 귀신들에게는 모두 왕의 이름으로 제사를 올렸다. 즉, 왕은 국가제사를 주관하는 대제사장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유교에는 종교제의를 담당하는 사제집단이 없다. 각 가문에서는 종손이, 국가에서는 왕과 양반 관료들이 종묘와 사직을 비롯한 수많은 국가제례를 담당하였다.
모든 국가제례를 주관하는 주제자는 왕이었지만 모든 국가제례를 왕이 직접 거행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국가제례는 그 중요성에 따라 등급을 나누어 가장 중요한 제사만 왕이 직접 드리고, 그 이외의 제사는 신하들이 대신 거행하였다.
조선시대의 국가제례는 그 중요성에 따라 대사(大祀), 중사(中祀), 소사(小祀)의 3등급으로 구분되어 운영되었다. 이들 제사는 농업사회인 조선사회의 운명과 관련되는 정도에 따라 선정 구분된 것으로 <국조오례의>에 정해놓았다

대사---사직(社稷), 종묘(宗廟), 영녕전(永寧殿)
중사---풍운뇌우(風雲雷雨), 악해독(岳海瀆), 선농(先農), 선잠(先蠶), 우사(雩祀), 문선왕(文宣王), 역대시조
소사---영성(靈星), 노인성(老人星), 마조(馬祖), 명산대천(名山大川), 사한(司寒), 선목(先牧), 마사(馬祀), 마보(馬步), 마제, 영제(榮祭), 포제, 칠사(七祀), 둑제(纛祭), 여제(厲祭)

조선시대에 국가의 제사 대상이 되는 귀신들은 농업사회의 운명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신들이다. 즉, 비바람이나 곡식. 토지. 산. 강. 호수. 수확과 파종 등은 모두 농업과 직결되는 자연적 요소들이다. 이외에 말이나 질병 등에 관련된 귀신들은 국가의 안보나 민생에 연결되는 귀신들이라 하겠다. 따라서 조선의 왕은 인간을 대표하여 농업과 국가의 안녕과 관련되는 귀신들에게 제사를 올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늘의 신은 원구단에서, 땅의 신은 사직단에서, 인간의 신은 종묘에서 제사하였다.
1. 하늘에 대한 제사
우리나라 고래부터 전해지던 하늘과 해.달.별과 같은 하늘의 귀신에 드리는 제사는 고려시대까지 그대로 계승되어, 고려왕은 천자와 마찬가지로 원구단에서 제천의례를 행하였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중국에 대하여 제후국을 자처한 조선왕이 천자의 고유권한인 제천의례를 행할 수 없다는 명분상의 논쟁으로 원구단의 제천의례는 세조 때까지 치폐를 거듭하다가 세조 이후부터 대한제국이 선포되기 전까지는 폐지되었다. 대신 조선은 천자의 예와 제후의 예를 절충하는 방법으로, 남단(南壇), 즉 풍운뇌우단(風雲雷雨壇)에서 바람과 구름, 우레 및 비의 신에게 제천의례를 행하게 되고, 소사이던 풍운뇌우단의 제사는 중사로 격상되었다.

2. 땅에 대한 제사
천자가 하늘 아래 모든 땅의 귀신과 곡식신을 모신 사단을 태사(太社)와 태직(太稷)이라고 한 것에 비하여, 조선시대 사직단에 모신 땅의 귀신과 곡식신을 국사(國社), 국직(國稷)라고 하였다. 조선시대 사직단에 모셔진 국사와 국직은 조선 8도의 토지신과 곡신신을 대표한다. 이 국사와 국직에 제사를 드려 토지에서 풍성한 결실이 맺어지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사직단의 제사는 조선시대 최고의 국가의례인 대사(大祀)로 거행되었고, 왕이 직접 올렸다. 국사와 국직의 신위는 나라의 안위를 좌우하는 토지와 곡식의 신이 계신 것이므로 이를 건드리는 것은 역적으로 간주되었다.
국사와 국직 외에 국가에서는 조선 안의 명산대천과 호수. 바다 등에 제사를 드렸다. 국가의 제사의 대상이 된 산과 강으로는 삼각산과 목멱산, 한강이 있었다. 이는 수도 서울을 보호하고 나아가 조선 전체의 안녕을 보장한다고 여겨 나라에 큰 홍수나 가뭄이 들면 삼각산, 목멱산, 한강에서 기청제나 기우제를 드리곤 했다. 이러한 제사 이외에 불특정 다수의 산악. 바다. 호수 등에 올린 제사로 악해독제(岳海瀆祭)가 있었다.

3. 인간에 대한 제사
조선시대에 왕의 이름으로 국가에서 제사를 올린 경우는 종묘와 영녕전에 모셔진 조상신들과, 문묘에 모셔진 공자 이하의 성인들, 그리고 역대시조들의 조상신 및 주인없는 귀신 등 여러 종류가 있었다.
역대시조의 신들은 평양 숭녕전에 모신 단군, 평양 숭인전에 모신 기자, 경주 숭덕전의 박혁거세와 경순왕, 경기도 광주 온왕묘의 온조, 경기도 마전 숭의전의 왕건 및 고려를 부흥시킨 8왕 등이 있어 중사의 등급으로 제사되었다.
종묘에는 조선의 건국시조 이성계를 비롯한 조선 역대 왕들의 신위가 봉안되어 있다. 조선시대의 종묘제향에는 춘하추동 4계절과 동지 뒤의 셋째 납일에 지내는 정시제(定時祭)와 나라에 길흉사가 있을 때마다 일의 사유를 아뢰고 올리는 고유제(告由祭), 계절따라 햇과일과 햇곡식이 나오면 올리는 천신제(薦新祭)가 있었다. 왕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4계절제를 합하여 적어도 다섯 번의 정시제를 몸소 거행하여야 했다. 영녕전에 모신 왕과 그 배우자들에 대한 제사는 왕이 친히 제사를 지내지는 않았다.

4. 우주현상의 변괴
왕을 상징하는 태양이 사라지는 일식은 곧 왕의 신변에 불길한 일이 닥칠 것이라 생각되었으므로 가장 두려운 천재지변이었다. 따라서 일식이 있으면 왕은 이를 평상으로 돌리기 위하여 특별한 의식을 거행하였다. 일식을 구제하는 의식은 태양을 사라지게 하는 사악한 기운과의 한바탕 전쟁이라 할 수 있으므로 왕이 지휘하는 군례(軍禮)에 포함되었다.

참고문헌

신명호, <조선의 왕>,가람기획,1998
신명호, <조선 왕실의 의례와 생활, 궁중문화>,돌베개,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