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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생활

언어생활

조선시대 왕에 관련된 언어의 용례는 다양하다. 우선 왕이 자신을 지칭하는 언어가 있고, 신료들이 왕을 지칭하는 용어가 있다. 반대로 신료가 왕 앞에서 자기자신을 지칭하는 경우가 있고 왕이 신료들을 지칭하는 경우가 있다.
왕이 신료들을 상대로 자신을 나타내는 말은, 주로 나란 뜻으로 ‘여(余)’라는 말이었다. 왕이 신료를 부를 때는 너라는 뜻의 ‘이(爾)’를 많이 사용했다. 여와 이는 신료의 나이와는 상관없이 대화할 때 주로 사용하였는데, 다만 대신과 2품 이상의 고위 관료들에게는 ‘경(卿)’이라는 말로 존중해주기도 했다. 왕이 신료들을 3인칭으로 부를 때는 관직이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예사였다. 예외로 조선 후기 송시열과 송준길의 경우에는 효종이 이들을 특별히 대우하여 양송(兩宋)이라 하여 성을 불렀다. ‘여’ 이외에 왕이 자칭하는 용어로, ‘과인(寡人)’이나 ‘과궁(寡躬)’은 덕이 부족하다는 뜻이고, ‘과매(寡昧)’는 덕이 부족하고 사리에 어둡다는 뜻이며, ‘불체(不逮)’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신료들이 왕에게 자신들을 지칭하는 용어는 주로 ‘신(臣)’이었다. 그밖에 자신을 낮추는 여러 수식어를 써서 천신(賤臣), 미신(微臣) 이라고 했다. 신료들이 왕을 지칭하는 용어는 상(上). 주상(主上). 성상(聖上)을 흔히 사용하였다. ‘상’. ‘주상’은 주인이 되는 윗 분이라는 의미이고, 성상은 성스러운 주인이라는 뜻이다. 이외에도 전하(殿下). 대성인(大聖人). 성궁(聖躬). 군부(君父). 군사(君師). 인주(人主). 명주(明主). 명왕(明王). 천위(天威). 성자(聖慈). 군(君) 등이 있다. 이들 용례들은 왕의 거처 또는 왕이 갖추어야 할 속성 등을 상징하고 있다.
왕을 형용하는 수식어는 주로 천(天). 성(聖). 용(龍). 옥(玉) 등이었다. ‘천’은 만물을 생육하는 존재이고, ‘성’은 성스럽다는 의미이며, ‘용’은 신비막측한 동물이고, ‘옥’은 따뜻한 덕을 갖추고 있는 물건이다. 이것들은 모두 왕이 당연히 갖추어야 할 덕성들을 표현했으므로 신료들이 왕의 신체 일부 또는 행위를 표현하는 경우에 많이 사용했다. 왕의 얼굴을 용안(龍顔), 왕이 앉는 자리는 용상(龍床), 왕이 입는 옷은 용포(龍布)라고 하였다. ‘청광(淸光)’은 맑고 빛이 난다는 의미로 바로 태양을 의미한다. 왕을 만물을 생육하는 태양과 동일시한 것이다. 왕의 행위와 관련된 용어는 대체로 백성들의 고충을 잘 보고, 듣고, 신경을 쓰는 일과 관계가 있다. 천청(天廳)은 하늘과 같이 밝게 살펴 들으신다는 의미이고, 천감(天鑒)도 하늘처럼 밝게 살펴 보신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의미로 신람(宸覽) 신청(宸廳)이 있는데. ‘신’은 하늘의 중심인 북극성이 거처하는 곳이라는 뜻을 제왕의 거처를 의미한다. 예람(睿覽)은 밝게 살피신다는 의미이고, 성명(聖明)도 은미한 곳의 사정을 잘 보고 들으신다는 뜻이다. 왕이 백성을 위해 염려하는 것을 성려(聖慮). 성의(聖意)라 했다.
절대권력자인 왕이 화를 내면 웬만한 신료들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생사여탈권을 갖고 있는 왕의 노여움을 표현하는 용어들이 적지 않다. 천노(天怒)는 왕이 화를 내는 것은 하늘이 노여워 하는 것과 같다는 의미이다. 뇌위(雷威)는 우레와 같은 위엄이란 의미이고, 우레와 벼락의 위엄이란 의미의 뇌정지위(雷霆之威),그리고 천둥이란 의미의 진첩(震疊)은 모두 잔뜩 화가 나 있는 왕을 나타낸다.
조선시대 신료나 백성들이 왕에게 ‘천’ ‘성’ ‘용’ ‘옥’ 등의 화려한 수식어를 붙이는 이면에는 왕이 그러한 덕성을 갖추고 선정을 베풀어야 한다는 요구가 들어 있다.

참고문헌

신명호, <조선의 왕>,가람기획,1998
신명호, <조선 왕실의 의례와 생활, 궁중문화>,돌베개,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