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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

해무늬의 의미

중국에서 해는 달과 함께 오행(五行)의 기본 요소로서, 양(陽)을 상징한다. 고대신화에서는 화기(火氣)의 정(精)이 태양이 되었다고 하였으며, 불의 정기로 인류 역사가 시작되었으므로 해는 생명을 탄생, 유지시킨다고 보았다. 이후 농경생활을 통한 경천 사상에서 기인하여 태양을 천신으로 숭배한 것으로 인해 해무늬가 나타나게 되었다.

해무늬와 삼족오(三足烏) 신앙

각종 유물과 고분벽화 등에서 해는 둥근 원 안에 삼족오라고 하는 다리가 셋 달린 까마귀가 한 마리 들어가 있는 형태를 하고 있다. 이러한 도상은『회남자(淮南子)』와『춘추(春秋)』,『원명포(元命苞)』등에 전하고 있다.『산해경(山海經)』에는 ‘대호아의 한 가운데 얼요군저(孼搖群抵)라는 산이 있다. 그 산위에 부목(扶木)이 있는데 높이가 300리이고 잎은 겨자와 같다. 골짜기가 있어 이름을 온원곡(溫源谷)이라 했다. 탕곡(湯谷) 위에 부복이 있다. 한 개의 해가 막 도착하자 또 한 개의 해가 떠오르는데 이들 해에는 까마귀가 실려있다’라고 한 기록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삼족오에 대한 전설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어느날 하늘에 10개의 태양이 떠 있어서 작열하는 열기로 사람들이 타 죽었다. 그 때 예(羿)가 나타나 흰색의 화살을 태양에 쏘자 불덩이가 폭발하여 땅에 떨어졌다고 한다. 사람들이 달려가보니 그것은 화살에 맞아 죽은 거대한 황금색 삼족오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기록을 살펴보면,『삼국유사(三國遺事)』의 연오랑 세오녀 전설에서 연오랑(延烏郎)과 세오녀(細烏女)라는 이름은 각각 일정(日精)과 월정(月精)을 상징하며 연오의 이름에 쓰인 까마귀 오(烏)자는 태양을 상징하는 삼족오(三足烏)를 나타내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삼족오의 삼(三)은 생명체의 기본적인 구조인 천, 지, 인의 결합을 의미하는 삼계(三界), 삼황(三皇)에서 비롯되었다. 고대인들은 해를 상징하는 삼족오 외에 제비를 현조 혹은 일조라고 하였는데 여기서 현조는 일상(日象)을 뜻하는 새이며, 일궁(日宮)을 일명 제비궁이라 일컫기도 하였다.

해무늬의 상징
1. 천제자·왕권·신성함

해는 만물의 근원으로 생명의 시작과 영속에 관계하는 자연물이다. 개국 신화에서 태양은 알[卵]이나 일광(日光) 등으로 나타나며 하느님이나 그 아들[천제자(天帝子)], 왕권 등을 상징한다.『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의「동명왕편(東明王篇)」에서 묘사한 해모수의 오룡거(五龍車), 오우관(烏羽冠), 용광검(龍光劍) 등은 태양이나 일광의 상징이며, 아침과 저녁의 거처가 다른 움직임은 하루 동안의 태양 운행을 상징한다. 광개토대왕의 비문에는 고구려의 시조 주몽이 일월(日月)의 아들이라고 하였는데 여기서 월(月)은 자수를 맞추기 위한 허자(虛字)이므로 곧, 태양의 아들을 뜻한다. 이처럼 태양이 왕권을 상징한다는 것은 신라의 박혁거세(朴赫車世)와 김알지, 가락국의 김수로왕의 탄생 일화에서 태양이나 태양 광선 등이 등장하는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다.

2. 서조(瑞兆)

꿈에서 태양을 보거나 태양이 뜨고 구름이 걷히는 것은 좋은 일을 예고하는 서조로 받아들여졌고, 햇빛이 집안을 비추면 귀인이 찾아온다고 하였다. 해와 달이 결합하면 그 의미가 더 강해져서 일월이 하늘에서 빛나는 꿈은 벼슬을 얻게된다는 뜻으로 해석되었고 일월이 처음 나오는 것을 보면 집안이 번성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일월을 등에 지거나, 가슴에 안거나, 일월에 절을 하는 꿈은 대길(大吉)을 의미했다.

3. 종교적 상징

1) 유교
유교에서 태양은 임금, 부모, 남편에 비유된다. ‘하늘에는 해가 둘이 없고, 사람에게는 아버지가 둘이 없듯이, 신하에게는 임금이 둘이어서는 안 된다.’는 신조에서 알 수 있듯이 태양을 임금과 부모에 견주어 충효사상을 나타내었다.

2) 불교
불경에서는 ‘사막의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의 불꽃은 오묘한 진리, 지혜와 같아 잡을 수 없다’라고 하였다. 불교미술에서는 태양과 빛을 조형적으로 재구성 한 것이 있는데, 바로 불상의 광배(光背)이다. 광배가 나타내는 빛은 사바세계를 비추는 부처의 진리와 광명을 나타낸다.

4. 장생·공명정대

장생의 의미를 담고 있는 태양은 십장생 중 하나이다. 또, 궁궐의 옥좌 뒤에 일월과 산악의 그림을 그려 넣은 <일월오악도>는 장생의 의미와 함께 관리들의 공명정대한 행정을 촉구하는 의미도 담겨져 있다.

해무늬의 조형적 특징과 활용

해무늬는 주로 원이나 동심원의 형태로 나타나며, 안에 삼족오가 그려져 있는 경우도 있다. 또, 적황색의 둥근 원으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이는 태양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적황색은 태양 자체의 색이자 음양오행색(陰陽五行色)의 오정색(五正色)에 포함된다.
먼저, 고대 중국의 유물로, 마왕퇴(馬王堆) 분묘에서 발견된 T자형 백화(帛畵: 비단에 그린 그림)에서 삼족오가 들어가 있는 해무늬를 볼 수 있다. 마왕퇴 백화는 장례에 쓰인 번화(幡畵)로, 천상과 지상, 지하 세계를 상, 중, 하로 나누어 표현였는데 해무늬는 천상을 표현한 부분에 나타난다. (마이클 설리번 저, 한정희, 최성은 역,『중국미술사』, 예경, 1999. p. 71, 도판 95) 또, 한대(漢代)의 와당(瓦當) 중에는 10개의 작은 동심원이 돌려진 원형 내부에 새를 새긴 해무늬 와당이 있다.
한반도의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도 해무늬가 나타난다. 해무늬는 사신도가 인물풍속화와 함께 나타나는 6세기 이후, 그리고 사신도를 주제로 한 6세기 후반부터 7세기의 고분벽화에 등장한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는 해를 동쪽에 두고 달을 서쪽에 둔 것이 특징인데 이는 통치자가 스스로를 해와 달이라고 나타내고자 했기 때문이다. 중국 한대(漢代)의 구도적인 전통을 반영하고 있는 초기의 해무늬와 달무늬로는 안악 3호분, 각저총, 무용총, 쌍영총의 벽화를 들 수 있다. 고구려 쌍영총 후실 천장의 일상도(日象圖)에는 붉은 색 바탕의 원안에 추상화되어 표현된 삼족오의 형태가 나타난다. 오회분 4호묘에 나타난 일신(日神-복희)은 삼족오가 든 해를 받쳐들고 있다. 또, 천장고임에도 해무늬와 달무늬가 있는데 여기서 해 안의 삼족오는 날아오르려는 듯한 자세를 하고 있으며 벼슬이 머리위로 길게 뻗어 올라 주작을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평안남도 진파리 7호묘 출토 금동투조용봉일상문관형장식(金銅透彫龍鳳日象文冠形裝飾)에서도 중앙에 태양을 상징하는 원권을 두르고 그 안에 삼족오를 안치한 형태의 투각 장식을 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승려들의 금란가사에 일, 월광을 의미하는 삼족오와 토끼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불화에 표현된 십일면관음보살상의 손에는 일상이 들려 있는데, 이러한 수인(手印)을 일정마니인(日精摩尼印), 일륜인(日輪印)이라고 한다. 복식에서는 중국의 천자복에서 사여받아 고종황제가 입은 십이장복의 문양으로 해무늬가 들어갔으며, <일월오악도>나 <십장생도> 등의 왕실 회화에서도 도안화된 형태의 해무늬를 볼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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