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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

구름무늬의 기원과 의미

농경이 생업이었던 시대에는 하늘이 가장 숭고한 신앙의 대상이었다. 조그마한 자연의 변화에도 민감하였고, 따라서 비를 내리게 하는 구름은 관심과 애정의 대상이 되었다.『회남자(淮南子)』「원도훈(原道訓)」의 기록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농경신인 신농씨(神農氏)의 세 딸 가운데 한 딸이 선인을 따라 선승하여 아침에는 구름이 되었고, 저녁에는 비로 뿌려졌다고 한다. 중국의 개국 설화인 반고(盤古)설화에서는 반고의 신통력 중 하나로 화를 내면 무거운 구름이 내리덮었다고 전한다. 즉, 구름은 천제의 딸이라 믿어졌던 것이다. 단군신화(檀君神話)에서도 환인의 아들 환웅이 신단수에 내려올 때 비의 신(雨神), 바람의 신(風神), 구름의 신(雲神)을 거느리고 내려왔다고 한다. 이 세 신들은 자연신으로서 인간사를 다스렸으며, 여기에 등장하는 신시(神市)는 조상들의 이상향이자 초자연적인 힘을 지닌 장소로, 구름 궁궐[雲宮]을 말한다.
구름은 움직이는 기체로 변화하는 형태를 지니고 있어서 환상적 경지나 천공의 변화하는 상태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소재였다. 따라서 우주의 자연현상을 형상화시킨 구름무늬는 용이나 봉황과 같은 신령스러운 상징물들과 함께 쓰여 상서로움을 더해주었고 특히 구름의 유려한 선으로 인해 금속공예나 도자 공예의 장식문양으로 선호되었으며 의복이나 건축의장 등에도 사용되었다.

구름무늬의 상징
1. 성스러움·풍요·천지창조의 원동력

동명왕 신화에서는 해모수가 오룡거를 타고 채운(彩雲)이 깔린 하늘을 난다고 하였다. 이는 풍요와 함께 천상의 원리가 지상에 실현되는 성스러운 순간을 상징한다.『삼국유사(三國遺事)』의「문무왕조(文武王條)」에는 “제석신이 흥륜사에 강림하여 머무르니 나무와 풀들이 이상한 향기를 내고 오색구름이 절을 덮었다.”는 부분이 있다. 제석천이 강림하니 오색 구름이 절을 둘러쌌다는 표현은 그곳이 바로 천궁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알지(金閼智)신화에서도 숲속에 자주빛 구름이 드리워져 그곳을 찾아가니 그 구름 속에 황금궤가 걸려있고 그 안에서 한 사내아이가 나왔다고 전하고 있다. 이처럼 구름이 둘러싼 곳은 보궁(寶宮)이자 아무나 범할 수 없는 곳으로, 신성한 장소라는 것을 암시하였며 성스러운 인물이 나타날 때 수레가 되기도 하고 신선이 하늘을 오르내릴 때 계단이나 사다리의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구름은 비, 바람과 더불어 자연의 순조로운 조화를 상징하고, 농경사회에서 풍요로움을 의미했다. 또, 제주도 지역의 무속신화에서는 개벽의 순간에 하늘에서 이슬이 내린 다음, 동으로는 청구름, 서로는 백구름, 남으로는 적구름, 북으로는 흑구름, 중앙으로는 황구름이 뜨면서 오방이 열린다고 하였다. 이는 구름이 물기운 다음으로 오는 천지창조의 기운임을 상징한다.

2. 예시

구름은 기상 현상의 징표로서 예시의 의미를 갖는다. 뭉게구름은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징후였으며, 먹구름이나 짙은 구름이 갑자기 드리우는 것은 흉변의 징조였고, 검은 구름은 나쁜 기운을 뜻한다. 반면에 채운, 즉 오색 영롱한 구름은 거룩한 일의 출현을 알리는 징조로 여겼다. 옛사람들은 구름의 모양을 보고 미래의 운을 점쳤다. 경운(景雲)이라 하여 길조와 흉조를 구름을 통해 따져보았고 나라에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징조를 구름 모양으로 점치기도 하였다.

3. 종교적 상징

1) 유교
인(仁)과 의(義)를 중시하는 유교에서 구름은 빛을 덮는, 즉 임금의 밝은 뜻을 흐리게 하는 간신에 비유되었다. 반면에 학문을 연마하고 인격을 수양하면서 입신양명을 지향하는 뜻도 함축하고 있다.

2) 불교
불교에서는 수도승을 운수객(雲水客) 또는 운수승(雲水僧)이라 부르며, 물과 구름을 승려이자 수행(修行)에 비유하였다. 구름과 물이 흐르는 것은 번뇌와 무상(無常)의 표상이었으며, 구름의 구속되지 않는 모습은 초월적인 원리로서의 무아심(無我心)의 의미로 받아들여 졌다.

3) 도교
도교적인 관념에서 구름은 주로 안개와 더불어 이상향 또는 피안의 징표였다. 즉, 유한한 속세를 초월한 불로 장생의 선계에는 항상 구름이 드리워져 있어 성스러운 곳의 경계를 표시하였으며, 신선을 상징하기도 하였다. 십장생으로서 불로불사(不老不死)를 나타내기도 한다.

4. 기타

채색구름이나 오색구름은 하늘의 권능을 상징하는 긍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규보의 『동명왕편(東明王篇)』에서 하늘로부터 해모수가 내려오는 장면이나 신라 진지왕(眞智王, ?~579)의 혼령이 도화녀의 집에 머무르는 장면은 오색 구름이 상서로움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예이다. 채색구름은 각각의 색깔에 따라 상징하는 바가 달라지기도 한다. 청운은 희망을, 백운은 미래나 피안을 상징하며, 붉은 구름은 재난을, 검은 구름은 흉변을, 황색 구름은 풍요와 번영을 뜻한다. 그리고 백운은 현실적인 구름의 색으로서, 형태가 정해져 있지 않고 항상 움직이는 특성을 인간의 이동에 대한 소망과 연관지어 자유로운 왕래를 나타내기도 한다.

구름무늬의 조형적 특징
1. 뭉게구름무늬[적운문(積雲文)]

뭉게구름무늬는 능곡(稜曲)을 이루는 곡선이 나선형을 이루며 뭉쳐진 형태의 구름무늬로 꽃송이처럼 생겼다고 하여 꽃구름무늬라고 하기도 한다. 뭉게구름무늬는 불교 건축물의 단청 문양이나 조선시대 후기의 불화, 청화백자, 목공예 등에 자주 사용되었다. 조선 후기의 불화에 나타난 뭉게구름무늬의 한 예로 은해사(銀海寺) 염불왕생첩경지도(念佛往生捷徑之圖)의 상단에 묘사된 극락의 오색 뭉게구름무늬를 들 수 있다. (『구름무늬』, 안그라픽스, p. 30의 8번 도안)

2. 당초구름무늬[당초운문(唐草雲文)]

당초구름무늬는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S자형의 줄기가 띠를 이룬 구름무늬를 말한다. 또, 끝이 말린 소용돌이형 잎이 붙어 있는 줄기에 추상화된 조두형(鳥頭形) 혹은 용두형(龍頭形)이 나타나는 형태도 있다. 이러한 운문을 괴운문(怪雲紋)이라 하는데, 중국의 은(殷), 주(周)시대의 청동기에 나타나는 기문(蘷文), 훼룡문(毁龍文), 도철문 형식에 북방요소인 운기(雲氣)의 영향을 받아 도식화된 형태이다. 한대(漢代)의 요소가 많이 남아 있는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이러한 형태의 운문을 찾아 볼 수 있다. (『구름무늬』, 안그라픽스, p. 34의 14번 도안)

3. 물결구름무늬[유문문(流雲文)]

마치 물결이 흐르는 것처럼 가로선을 연속시킨 형태여서 물결구름이라고 부른다. 가느다란 선으로 층층이 흐르는 구름을 나타내어 상서로운 분위기를 내는 물결구름무늬는 종교적인 그림의 장식요소로 자주 쓰였다. 이러한 구름 형태는 매우 상징적이고 추상화된 것이며 산수화에서 나타나는 전통적인 구름 모양이 계승된 것이다. (『구름무늬』, 안그라픽스, p. 42의 33번 도안)

4. 여의구름무늬[여의운문(如意雲文)]

운두가 여의두(如意頭)처럼 생긴 운문을 말한다. 여의(如意)란 ‘모든 일이 뜻과 같이 된다’는 뜻을 지닌 불교 의식 기구이다. 여의구름 중에서 구름 꼬리가 양갈래로 갈라진 구름은 쌍꼬리여의구름무늬[쌍미여의운문(雙尾如意雲文)]라고 한다. 주로 통일신라기 구름무늬에 이러한 특징이 나타나며, 당대(唐代) 구름 형식의 영향을 받아 보상화문으로 화려하게 꾸며지기도 하고 여의두형의 갈라진 부분 사이로 포도송이 모양의 장식이 첨가되기도 하였다. 고려시대에는 은입사기법과 도자기의 상감기법으로 여의운문을 나타내었다. (『구름무늬』, 안그라픽스, p. 74의 83번 도안)

5. 만자구름무늬[만자운문(卍字雲文)]

만자구름무늬는 중앙의 여의두 모양을 중심으로 상하좌우에 구름 날개를 붙인 형태이다. 주로 조선시대의 직물(織物)이나 책표지의 장식무늬를 베푸는데 사용되었던 능화판(菱花板)에 나타나며, 여기서는 구름무늬 사이사이에 칠보무늬가 곁들여져 구성된 예가 많다. 만자는 범어(梵語)로 길상을 나타내는 형상으로 낙(樂)·덕(德)·복(福)·행운(幸運) 등으로 번역되며 불교적 의미를 나타내었으나 후대에 이르러 궁중의 건물, 가구 장식무늬, 관복 등에 쓰이면서 군자(君子)로서의 품위를 상징하였다. (『구름무늬』, 안그라픽스, p. 78의 89번 도안)

6. 기타

위에 언급된 구름종류 이외에도 바람에 날아가는 구름의 모습을 나타낸 바람구름무늬[풍운문(風雲文)], 새털같이 나란히 배치된 실올처럼 보이는 새구름무늬[조운문(鳥雲文)], 소용돌이처럼 휘감겨진 형태의 소용돌이구름무늬[와운문(渦雲文)], 솜덩이처럼 우뚝 솟은 형태에 구름꼬리와 구름날개가 달린 솟을구름무늬[용운문(聳雲文)], 점점으로 흩어져 떠도는 형태의 점구름무늬[점운문(點雲文)]로 세분되기도 한다.

구름무늬의 시대적 변천
1. 삼국시대

삼국시대의 고분벽화는 구름무늬의 다양한 형태와 변천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고구려 고분벽화의 경우, 벽화의 주제 내용과 시기별로 구름무늬의 특성이 변화한다. 주로 인물이나 사신도의 주변에는 구름이 주제의 움직임이나 활동력을 강조하는데 사용되어 동적으로 표현되었으며 하늘을 상징하는 천장에 나타나는 구름무늬는 도안화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초기 구름무늬의 대표적인 예로는 안악 3호분을 들 수 있다. 여기서는 S자형의 줄기 양단 부분에 새머리형의 혹이 붙어 있고 운두의 양끝에 운기를 나타내는 몇 줄기의 터럭같은 장식이 뻗어 있다. 중기에는 S자형이 연속적으로 이어진 형태의 구름무늬와 물결구름무늬가 많이 나타난다. 말기에는 사신도가 네 벽의 전면을 차지하게 되면서 구름무늬는 점차 사라지고 그림의 주위에 부분적으로만 나타난다.

2. 통일신라시대

통일신라시대에는 불교미술과 더불어 서역적인 요소가 성행하면서 운문이 화려한 꽃무늬 형태로 변화하였다. 보운은 서역계 인동초화문(忍冬草花文) 형식의 장식요소로, 구름머리가 보상화처럼 꽃모양을 하고있고, 구름꼬리는 두 가닥으로 길게 뻗은 모양이다. 이는 중국 육조시대 말엽에 들어오면서 나타났으며 성당(盛唐)시기에 성행하였다. 구름무늬는 와당(瓦當), 동경(銅鏡), 범종(梵鐘), 사리장치(舍利藏置) 등 각종 불교 조각과 공예품에 화려하게 나타났다.

3. 고려시대

고려청자의 표면에는 구름무늬가 학이나 다른 무늬들과 함께 나타난다. 운학무늬는 주로 매병에 이용되는데, 여기서 구름은 바람에 날려 꼬리가 길게 뻗은 형태로 묘사되었다. 입사기법으로 표현된 운문으로는 국보 92호 청동은입사포류수금문정병(靑銅銀入絲蒲柳水禽文淨甁)에서와 같이 하나 하나의 구름을 균일하게 배치한 예가 있고, 흥왕사(興王寺)명 향완(香碗)에서처럼 긴 구름꼬리를 표현해 당초무늬의 효과를 낸 경우도 있다. 특히 고려시대에는 여의형구름무늬가 고려불화와 상감청자 등 고려시대의 대표적인 미술품에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4. 조선시대

조선초에는 고려말부터 나타나는 점구름무늬가 분청사기 인화기법으로 성행하였고 청화백자의 출현과 함께 만자구름무늬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구름무늬가 등장하게 되었다. 흉배에는 주로 학, 호랑이 등 동물문양과 함께 배경문양으로 수놓아져 있고, 무한한 능력에 대한 소망을 상징한다. 이밖에도 창덕궁 인정전 천장, 경복궁 영추문 등 건축물에도 구름무늬가 나타난다. 또, 구름의 모양은 가구의 금속 장식과 안상무늬[眼象文], 단청무늬 등에서 도안으로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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