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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경문

산경무늬의 기원

산경무늬는 인간의 자연회귀에의 소망을 의미할 뿐 아니라, 우주 만물의 근원 질서를 담고 있는 문양이다. 산경무늬의 기원은 중동(中東) 지역이며 중국이나 북방 민족에게 영향을 주면서 독립적으로 발전하였다. 동양의 산경무늬는 농경문화에서 중요시되었던 자연환경의 숭배로부터 비롯되었다.
산경무늬로 이루어진 대표적 조형물은 산수화이다. 산수화는 중국 한나라가 기원이며, 우리나라에서는 5세기 경의 고구려 초기 벽화에서 인물 위주의 배경 그림으로 등장하는 산경무늬를 살필 수 있다.

산경무늬의 주제
1. 소상팔경(瀟湘八景)

소상팔경은 본래 중국 호남성(湖南省) 동정호(洞庭湖)의 남쪽 영릉(零陵) 부근, 즉 소수(瀟水)와 상수(湘水)가 합쳐지는 곳의 아름다운 경치 8가지를 말한다. 소상팔경은 원래 중국 당대 이후의 시에 나타났다. 중국 송대 이후에는 8가지 경치를 주제로 삼은 회화인 소상팔경도가 등장하게 되었다. 소상팔경의 주제는 아래와 같다.

산시청람(山市晴嵐)- 비온 뒤 산간마을에 보이는 맑은 기운을 그린 풍경.
연사모종(煙寺暮種)/원사만종(遠寺晩鐘)- 안개 낀 산사의 종소리가 들리는 늦저녁 풍경.
원포귀범(遠浦歸帆)- 멀리서 포구로 돌아오는 배의 정경.
어촌낙조(落照)/어촌석조(漁村夕照)- 저녁 노을 물든 어촌 풍경.
소상야우(瀟湘夜雨)- 소상강에 밤비가 내리는 풍경.
동정추월(洞庭秋月)- 동정호에 비치는 가을달을 그린 풍경.
평사낙안(平沙落雁)- 평평한 모래밭에 내려앉는 기러기 떼를 멀리서 그린 풍경.
강천모설(江天暮雪)- 저녁 때 산야에 눈이 내리는 풍경.

팔경(八景)의 순서는 일정하지 않으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체로 위와 같은 순서를 보이며, 사계절의 순서를 반드시 따르고 있지는 않다. 우리나라에 전래된 시기는 확실치 않으나 고려 명종 연간(1171~1197)에 이미 그려진 기록이 있으며 조선시대에 와서는 더욱 유행하였다. 조선에서는 많은 화가들이 관념산수화의 하나로 소상팔경도를 그렸는데, 특히 18세기 이후에는 청화백자의 주제 문양으로도 등장하였다.

2. 도화유수궐어비(桃花流水鱖魚肥)

물 위를 흘러가는 복숭아꽃을 배경으로 쏘가리가 뛰노는 모습을 시각화한 것으로, 이는 시적(詩的) 정서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문양은 중국 당나라의 시인 장지화(張志和)의 <어부가(漁歌子, 어부의 노래)>의 한 구절인 ‘서새산(西塞山, 중국 절강성 호주시의 서쪽에 있는 산 이름) 마루에는 백로가 날고, 복숭아꽃이 물 위에 흘러갈 때 쏘가리가 살찐다[西塞山前白鷺飛 桃花流水鱖魚肥].’에서 ‘도화유수궐어비’라는 글귀의 시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렇게 시구를 인용해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은 동양회화 특유의 시화일체사상(詩畫一體思想)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3. 포류수금문(蒲柳水禽文)

포류수금문(蒲柳水禽文)은 버드나무와 오리 등이 등장하는 무늬로 물가풍경 무늬라고도 불린다. 포류는 갯버들을, 수금은 물새를 말하지만 반드시 이 두 가지 종류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포류수금문에는 버드나무·갈대·부들·연(蓮) 및 여러 물풀들과 함께 오리·원앙·기러기·백로 등의 물새들이 어우러져 있다.

4. 관동팔경(關東八景)

관동팔경이란 강원도 해안을 따라 펼쳐진 평해 월송정(越松亭)·통천 총석정(叢石亭)·강릉 경포대(鏡浦臺)·고성 삼일포(三日浦)·삼척 죽서루(竹西樓)·양양 낙산사(洛山寺)·간성 청간정(淸澗亭)·울진 망양정(望洋亭) 등 경치가 뛰어난 여덟 군데를 일컫는다. 이 여덟 명소는 모두 대관령의 동쪽에 위치하여 관동팔경이라 불렸다. 관동팔경도에는 화면 곳곳에 각 명승지의 이름을 써넣은 것을 볼 수 있으며 바다를 낀 산과 집, 고기잡이하는 모습, 뱃놀이하는 모습 등이 등장한다.

산경무늬의 조형적 특징
1. 삼국시대

삼국시대의 산경무늬는 상징주의적이고 종교적 세계를 표현한 것으로, 고려시대의 회화적인 표현과는 차이가 있다. 고구려에서는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상징적 배경으로 나타나는 산수화를 살필 수 있다. 5세기 초의 덕흥리(德興里) 고분 벽화에는 평면적이고 형식적인 산악(山岳)과 수목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백제에서는 산경문전(山景文塼)이 대표적이다. 하단에는 수면을, 중앙의 넓은 부분에는 신선들이 살 것으로 여겨지는 산악, 상단에는 구름이 떠 있는 하늘을 표현하였다. 신라에서는 경주 부근의 절터에서 발견된 와전류에서 산경문의 요소를 찾을 수 있다.

2. 고려시대

고려시대에는 갯버들과 버드나무, 물새 및 배를 탄 인물들이 등장하는 한가로운 물가의 풍경인 포류수금문을 즐겨 시문하였다. 이 무늬가 유행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고려시대의 국교인 불교와의 연관성 및 평화롭고 한가로운 정경을 꿈꾸는 우리 민족의 소박한 정서와 관련된 것으로 본다. 이러한 문양은 나전칠기류, 청동은입사 정병 및 향완과 같은 금속공예, 정병·매병·대접 등의 고려청자에서 살필 수 있다. 대표적인 유물로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청동은입사포류수금문정병(靑銅銀入絲蒲柳水禽文淨甁)>(국보 92호, 12세기 경)이 있다. 곳곳에 강기슭과 언덕 및 섬이 보이며 그곳에는 길게 늘어진 버드나무, 휘날리는 갈대, 떼지어 나는 물새, 물 위를 떠다니는 물오리 등이 은입사되어 있다.

3. 조선시대

회화사에서 산수화가 가장 활발하게 제작되었던 시기는 조선시대이다. 김득신(金得臣)·김홍도(金弘道)·정선(鄭敾) 등의 화가들은 우리나라 자연을 그린 실경산수화를 독특한 양식으로 발전시켜 중국의 화풍과는 다른 새로운 형식을 개척하였다. 18세기 초반에는 중국에서 『개자원화전(芥子園畵傳)』 등의 화보가 전래되고 진경산수화 및 남종문인화가 유행하는 등 회화에서 괄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났다.
진경산수화의 광범위한 확산과 더불어 민화에서도 산수화가 발전하게 되었다. 민화의 산수화에서는 도식화된 구름과 나무·폭포·강·정자·배·어부·물고기 등이 등장한다. 산수화의 발달로 인해 산경문이 시문된 백자도 등장하게 된다. 산경문의 대표적인 소재는 소상팔경문으로, 특히 동정추월과 산시청람의 두 장면이 많이 시문되었다. 19세기에도 소상팔경문이 주요 소재가 되었지만 공예 의장화되어 이전과 같은 품격이 사라졌다. 특히 백자에서는 소상팔경의 2가지 이상의 장면들이 한 화면에 융합되어 나타나기도 하여 소상팔경무늬나 산수문이 하나의 장식적 제재로 이용될 뿐 자체 형식은 그다지 중시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궁중유물에서는 2층장이나 문갑 등 가구류의 옆면이나 윗면에 자개로 산경문이 시문되었다. 그 소재로는 소상팔경 혹은 일반 산수문을 시문한 것, 도화유수궐어비(桃花流水鱖魚肥)의 시구(詩句) 내용을 시문한 것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