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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장생문

십장생의 의미

십장생(十長生)은 ‘늙지 않고 오래 사는 것[불로장생(不老長生)]’을 상징하는 열 가지의 사물을 뜻한다. 인간은 예로부터 불로장생하는 신선의 삶을 추구하기 위해, 동식물 및 자연에서 장생과 관련되는 열 가지 사물을 골라 표상으로 삼아왔다. 열 가지의 사물은 현세 기복적인 길상을 상징하는 십장생 문양으로 형상화되었다.
십장생에는 해·달·산·물·대나무·소나무·거북·학·사슴·불로초·복숭아 등 열 가지 이상의 사물이 포함된다. 동양사상에서 ‘十’은 모든 수를 갖추는 기본이 되는 숫자이다. 여기서 ‘一’은 동·서를, ‘ㅣ’는 남·북을 나타내며 이것이 결합하여 사방·중앙이 모두 갖추어진 완전함을 상징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십장생에서의 ‘십(十)’의 의미는 단순히 십장생의 수를 제한하거나 규정하는 한정적 의미가 아니라, 완전함·상서로움·영원함 등을 뜻한다고 하겠다. 결과적으로 십장생은 열 가지가 넘는 장생물의 개별적 상징 의미가 결합하여 불로장생하고자 하는 염원이 극대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십장생의 사상적 측면

인간의 장수에 대한 소망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십장생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장수길상의 사상적 근원은 자연물 숭배사상과 신선사상 및 도교의 결합에서 비롯되었다. 즉 천신·일월신·산악신 등의 무교 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장생불사를 추구하는 신선사상이 수용된 것이다.
신선사상은 신선 세계에서 젊음을 유지하며 장생불사한다는 신선의 존재를 믿고 그 삶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도교는 이러한 신선사상의 기반 위에서 발생하여, 노장사상·유교·불교·민간신앙들이 수용되면서 형성된 종교이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에는 불교, 조선시대에는 유교를 치국이념으로 삼았지만 궁중의 의식 및 실생활에서는 도교 사상을 통해 왕실의 안위와 권력의 영속, 국가의 태평성세를 빌었으며, 불로장생 및 현세의 길복을 기원하였다.

십장생의 구성

십장생의 구성물은 종류별·내용별·사상별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종류별로는 해·달·산·물·돌의 자연물, 거북·학·사슴의 동물, 소나무·대나무·복숭아·불로초[영지]의 식물로 나눌 수 있다. 내용별로는 해·달·산·물·돌의 항상성, 소나무·대나무의 불변성, 거북·학 사슴·복숭아·불로초 등의 신령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사상별로 살펴보면, 해·달·산·물·돌은 무교적 자연신앙 및 유교적 천명관과 장수관에, 소나무·대나무는 유교에, 복숭아·불로초·거북·학·사슴은 신선 및 도교사상에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십장생 개개의 상징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해
<궁중유물전시관> - 십장생도 <궁중유물전시관> - 십장생도

해는 만물의 근원으로 생명의 시작과 영속성을 상징해 장생물로 여겨졌다. 예로부터 해를 보는 꿈은 좋은 일이 있음을 예고하는 서조(瑞兆)로 믿어졌는데, 해가 단독으로 등장하는 것보다 달과 결합했을 때 더욱 길하다고 보았다. 일월(日月)이 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꿈은 벼슬을 얻고, 일월이 처음 나오는 것을 꿈에서 보면 집안이 번성한다고 하였다.
해 문양은 십장생 병풍과 같이 사실적인 풍경에서는 적황색의 둥근 원으로 표현되었는데, 백색 테가 둘러지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해문양은 동심원문 형태로 도식화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2. 달

달은 해와 같이 장생의 의미를 담고 있다. 달은 차고 기우는 순환성 원리에 의해 영속됨을 의미하므로 십장생에 속하게 되었다. 달 문양은 십장생 병풍과 같이 사실적인 풍경에서는 둥근 원으로 도안화되어 나타난다.

3. 구름

구름은 도교적인 관념에서 이상향의 징표이자 세속을 멀리 떠난 초월의 경지를 상징한다. 구름 중에서 오색 영롱한 구름은 채운(彩雲)이라 하여 거룩한 것의 출현을 알리는 징조로 여겨졌다. 초기 우리나라 문학 작품에 나타난 채색구름이나 오색구름은 신령스러우며 하늘의 권능을 상징하는 긍정적 의미로 나타난다. 이규보의 『동명왕편(東明王篇)』에서 해모수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장면에 등장하는 오색구름은 서조(瑞兆)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예이다.
십장생 병풍에 나타나는 구름은 주로 실타래와 같이 길고 둥글게 수평으로 나열되는 형태로 등장하는데, 이러한 형태의 구름은 심리적 안정감을 자아낸다. 구름의 상서로움을 더하기 위해 불로초나 연꽃의 모습을 본뜬 구름문도 생겨났다.

4. 산

도교 사상에서 산은 신선의 나라, 이상향 등으로 인식되었다. 산에 사는 신선은 영생을 누리는 인격체로 여겨졌는데, 여기서 산의 영원성이 도출되었다. 단군이 입산하여 산인이 되었다는 믿음은 산의 영생이라는 상징성을 보여주는 예이다. 중국 전설에 나오는 봉래산(蓬萊山)·방장산(方丈山)·영주산(瀛州山) 등 삼신산(三神山)의 관념[진시황과 한무제가 불로불사약을 구하기 위해 수천 명을 보냈다고 한다.]도 여기서 유래되었다.
다섯 봉우리의 돌산을 비롯한 자연물이 등장하는 그림으로, 궁궐의 왕좌 뒤의 가리개용 그림인 <일월오악도(日月五嶽圖)>가 있다. 이 그림은 장생의 뜻뿐만 아니라 관리들의 순수하고 정당한 참정(參政)을 추구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즉, 왕의 절대적 권위에 대한 칭송과 왕족의 무궁번창을 기원함과 동시에 조정의 최고 지위를 상징하는 그림이라 하겠다. 십장생 병풍에 나타난 산 문양은 바위가 엉켜있는 모습으로 전체적인 십장생 소재들의 목가적인 분위기와 조화를 이룬다.
이와 같은 산의 상징성으로 인해 사람들은 산의 조형을 본떠 권위와 길상을 상징하고자 하였다. 십장생도 등의 회화류는 물론, 도자기·가구·식기·자수·문방구 등 각종 공예품의 문양으로 많이 나타났다.

5. 물

물은 죽은 사람을 살아나게 하는 재생의 기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우리나라 무교(巫敎)의 바리공주 신화에서 바리공주가 위중한 부모를 구하기 위해 서천 서역국(西天西域國)에서 생명의 약수를 가져와 죽은 부모를 살려내는 것을 통해서도 물의 재생력을 살필 수 있다. 한국인에게 있어 물은 산과 함께 생활환경의 양대 기둥이다. 배산임수(背山臨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곳에 마을을 형성하였다. 이때 물은 풍요로운 생산성 또는 영원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물결 문양의 형태와 종류는 반원형의 파도가 쌓인 수파(水波) 형태, 갈퀴 같이 생긴 파도와 물방울, 잔잔한 물결형태의 파문 등으로 나타난다.

6. 돌

신선의 모습은 ‘선풍도골(仙風道骨)’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바위에 견줄 만한 앙상한 골격으로 인식된다. 예로부터 사람 중에서 바위와 같은 존재가 신선이라면, 땅에서 신선과 같은 존재는 바위나 돌이라고 여겨왔다. 그래서 선비들은 수석도(壽石圖)라는 괴석 그림을 즐겨 그렸고, 십장생(十長生)의 한 요소로 돌을 인식하게 되었다. 십장생도 속에서 돌은 주로 평범한 배경 역할을 하였다.

7. 거북

거북은 장생과 길상(吉祥)을 상징하여 예로부터 신수(神獸)로 일컬어져 왔고, 만 년을 사는 고령 동물(高齡動物)로 알려져 용·봉황·기린과 함께 사령(四靈)으로 불렸다. 조선시대에는 십장생(十長生)의 하나로 문방구류·자수·민화 등 각종 생활 공예품과 건축 등의 의장(意匠) 문양으로 즐겨 사용되었다. 특히 문방구류에서는 벼루·연적·필통·지통(紙筒)·먹(墨)에 그 문양이 자주 시문되었으며 문갑·서안·책장 등의 가구에서도 나타났다. 십장생 그림에 등장하는 거북의 모습을 보면 입으로 서기(瑞氣)를 내뿜는 모습을 그린 것이 많은데, 이것은 신령한 동물 또는 상서로움을 상징하는 것이다.

8. 학

학은 천년 이상을 사는 대표적인 장생 동물로, 도교에서는 신선이 타고 하늘을 나는 상서로운 동물로 알려져 왔다. 또한 조용히 은거하면서 고고함을 추구하는 듯한 자태에서 은둔하는 현자(賢者)의 모습에 비유되었으며, 모든 새의 우두머리로서 품위를 지닌 일품조(一品鳥)로 여겨지기도 하였다.
옛 사람들은 장수를 송축하는 선물을 교환할 때 주로 학 문양을 넣었는데, 학 문양을 기물에 새기면 장수·행복·귀인·풍요의 운이 찾아든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학의 모습은 시대의 변천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난다. 학문양의 유형에는 운학문(雲鶴文, 학과 구름을 조화시킨 문양)·화손학문(花飱鶴文, 학이 불로초·나뭇가지·구름·꽃 등을 물고 있는 문양)·송학문(松鶴文, 학과 소나무를 조화시킨 문양) 등이 있다.

9. 사슴

사슴은 학과 함께 신선(神仙)의 벗이자 시종이다. 또한 사슴은 호랑이와 더불어 신선의 탈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사슴은 호랑이와는 달리, 상상의 동물인 기린과 닮아 작은 기린으로 여겨졌던 만큼, 신성한 동물의 범주에 포함되었다. 사슴을 어질고 인자한 짐승으로 생각했으므로, 신선이나 도인(道人)의 품성을 갖춘 것으로 인식한 것이다.
사슴이 영생이나 재생의 상징물로 된 주요 원인은 사슴을 대지의 동물로 믿었기 때문이다. 사슴뿔은 나뭇가지 모양을 하고 있고, 봄에 돋아나 자라면서 딱딱한 각질로 되었다가 이듬해 봄이면 떨어지고, 또다시 뿔이 돋는다. 이러한 순환 기능을 지닌 까닭에 사슴은 대지의 원리를 갖춘 동물로 여겨지게 되었다.
사슴은 1000년을 살면 청록(靑鹿)이 되고, 다시 500년을 더 살면 백록(白鹿)이 되며, 또 500년을 더 살면 흑록(黑鹿)이 되는데, 이 검은 사슴은 뼈도 검어 이를 얻으면 불로장생한다고 여겨졌다. 사슴은 선한 짐승으로서, 임금이 선정을 행하면 흰 사슴이 나타난다고 하여 나라의 평안을 상징하기도 한다. 한편 뿔이 하나인 사슴은 천록(天鹿)이라 하여 벽사(辟邪)를 상징한다. 조선시대의 십장생도 및 각종 공예품에는 사슴 그림이 종종 그려졌다. 십장생도에서는 주로 수 마리의 사슴무리로 등장하였다. 청화백자에 그려진 사슴들은 민화적 면모를 띠어 자유분방하고 천진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이 많다.

10. 소나무

소나무는 추위에 잘 견디고 엄동설한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아 장생을 상징한다. 또한 소나무는 학과 함께 노인들의 장수를 뜻하기도 한다. 중국인들이 고대 풍속에 따라 묘 주위에 소나무를 심은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조선시대의 민화·청화백자·화각공예에는 십장생물로서 소나무가 많이 표현되었다. 솔잎은 잎을 둥글게 방사선으로 나열해 묘사되거나, 부채꼴 모습을 한 단위로 여러 개 붙여 사실적이면서도 조금씩 원형화가 되어 질서와 안정감이 있도록 표현되었다. 도자기에서는 솔잎이 솜사탕 모양처럼 둥글고 도드라지게 표현되기도 하였다.

11. 대나무

대나무는 사군자·세한삼우(歲寒三友, 추운 겨울철의 세 벗이라는 뜻으로, 추위에 잘 견디는 소나무·대나무·매화나무를 통틀어 이르는 말)의 하나로서 지조와 절개 및 강직 등을 상징한다. 대나무는 번식력이 강한 상록(常綠)이라는 점에서 소나무와 같이 영생과 불변을 의미하였다. 불교에서는 자비와 수행정진의 상징으로, 도교에서는 신비의 동반자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징성을 지닌 대나무는 각종 염직품·도자기·칠 공예품 등에 시문되었다.

12. 복숭아

복숭아는 도교가 궁극적으로 추구했던 불로불사(不老不死)·장생불사(長生不死)의 신선 사상과 관련이 깊다. 이는 중국의 ‘서왕모(西王母)와 천도(天桃)’라는 설화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곤륜산에 있는 서왕모의 궁궐 정원에는 신들의 복숭아나무가 있다. 이것은 3000년에 한번 꽃이 피며, 영원한 생명의 열매인 천도는 또 다시 3000년이 지나야 열린다고 한다. 천도는 신선을 죽지 않게 하는 불사약으로 알려져 있다.
복숭아는 예부터 각종 공예의장(工藝意匠)의 문양으로 쓰였고, 회화 소재로도 쓰였다. 신선계(神仙界)의 열매인 천도복숭아의 문양과 그림은 봄[春]과 장수(長壽)를 뜻하므로 혼수(婚需)와 혼례복 등 자수품에서 상징적 도상으로 쓰여 왔다. 십장생도에서는 여러 장생물과 함께 어우러져 복숭아가 주렁주렁 열린 모습으로 묘사된다.

13. 불로초[영지]

불로초는 버섯의 일종으로 일년에 세 번 꽃이 피기 때문에 삼수(三秀)라 부르기도 한다. 옛 사람들은 불로초를 서초(瑞草) 혹은 선초(仙草)라 부르기도 하였으며 이것을 먹으면 불로장생한다고 믿었다.
십장생도에 나타난 불로초는 버섯형을 하고 적색·자색·백색의 색채를 띠며 녹색의 가느다란 잎을 몇 개씩 붙인 모습을 하기도 한다. 주로 바위에 피어있는 모습이나 학이나 사슴이 물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사슴이 불로초를 뜯는 장면은 불로초의 상서로움을 한층 강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참고문헌

<단행본>
구미례. 『한국인의 상징세계』. 1992; 서울: 교보문고(주),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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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련. 『장생의 염원 한국의 십장생문』. 부산: 경성대학교 출판부,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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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상징사전 편찬위원회.『한국문화상징사전1』. 서울: 두산동아,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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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박본수. 「조선후기 십장생도 연구」. 홍익대학교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3.